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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추억 ; 첫 번째 이야기

스펙트럼

평생 서울 사람으로만 살아오다가 서울을 떠나온 지 어느덧 3년째. 어쩌다보니 세 군데의 지역과 인연이 닿아 각기 다른 생활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제 다시 서울로의 귀향을 앞두고 그동안의 생활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가장 처음 일하게 되었던 진도부터 충주를 거쳐 청주까지. 진도군은 3만 2000명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규모의 지역이고, 충주시는 21만명 인구의 중간 규모의 지역이며, 청주시 인구는 현재 85만명으로 비교적 큰 규모를 갖고 있는 지역이다. 이 세 지역은 인구로만 간략히 비교해봐도 특색이 다를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생활해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흥미로운 경험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처음 생활했던 진도는 섬이지만 1984년 진도대교 완공 이후 육로로 왕복이 가능한 연륙도이다. 배를 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곳 중에서는 가장 먼 지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남도에 위치한 지역답게 음식의 재료가 신선하고, 맛집이 많은 편이다. 한번은 서울에서 찾아온 지인이 함께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이 급하다고 길가에 있는 아무 식당이나 찾아들어간 적이 있다. 국물만 있으면 되겠다 싶은 생각에 들어간 집이었는데, 한 입 맛을 본 후에 그곳을 자신 평생에 손꼽을 정도의 맛집이라고 아직까지 기억할 정도가 되었다. 이렇듯 웬만한 집이 거의 맛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거의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서 퇴근 후 술 한잔이 생각날 때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러다보니 자급자족을 배우게 되어 요리에 전혀 문외한이던 사람이 나중에는 TV 프로그램처럼 전복 요리로 대결을 펼칠 경지에 오르기까지 하였다. 이렇게 맛있는 것들이 많으니 술맛도 한층 더해지고 타지에서 고생하는 외로움을 같이 모여 술로 달래곤 하였으니, 그때 함께했던 선생님들과는 전우애까지 느낄 정도가 되었다.

진도의 구강보건실에는 손님이 적지 않은 편이다. 아무래도 도시보다는 농어촌 지역이 보건소 진료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학부 수업에서 무자격자에 의한 시술의 폐해에 대한 내용을 들었을 때 요즘 세상에도 저런 것이 남아있나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시술로 피해를 본 환자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덕분에 미숙한 실력으로도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크지 않은 규모의 보건소이기 때문에 주변 직원들과도 금세 유대관계가 형성되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곳보다 근무의 강도는 높은 편이었지만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어렵지 않게 진료를 해 나갈 수 있었다.

진도에서 가볼만한 곳으로는 우선 섬을 육지와 연결해주는 진도대교를 들 수 있다. 다리의 아래로는 명량해전이 펼쳐졌던 울돌목이 지나는데, 빠르고 불규칙하게 흐르는 물살을 보고 있노라면 두 다리가 몸을 제대로 지탱하는 것을 어렵게 느낄 정도이다. 밤이 되면 화려하게 불이 켜지는 진도타워 또한 장관을 이룬다. 자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화폭의 운림산방과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다는 세방낙조도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이런 명소들과 맛집 속에서 많은 추억들을 쌓아가다보니 어느덧 다시 날씨가 따뜻해지고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진도에서의 생활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려니 문득 진도를 떠나던 마지막 날이 떠오른다. 처음 진도대교를 마주했을 때와는 전혀 상반된 감정으로 건넜던 마지막 진도대교. 그리고 그 다리 건너에는 또 다른 색깔의 새로운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준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