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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추천도서-다시 펼친 책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저자



책을 많이 구입하게 되면서 늘 보관할 장소가 문제였습니다. 서재와 책꽂이가 차고 일부는 구석에 쌓아 놓았습니다. 하지만 평생 보지 않을 책들을 모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많은 책들을 기부했습니다. 지금도 일정한 수준의 책만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기부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저는 가끔 어떤 책이 ‘살아남아’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살아남은 책들은 적어도 다시 읽을 가치가 있다고 제가 생각했던 것이었으니까요. 남아 있는 책을 펼치면서 그 책을 읽었던 때를 곱씹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가끔 있는 호사스러운 시간입니다.

얼마 전 꽤 오랜 시간 살아있어 누가 봐도 헌책이 되어버린 카프카의 <변신>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종이가 접혀 있었습니다. 그 페이지를 훑어보았습니다. 밑줄이 그어 있지 않아서 도대체 왜 접어놓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분명 뭔가가 있었기 때문에 접어놓았을 텐데. 그 책을 읽었던 젊은 시절의 회상에 빠져 봅니다. 한참만에야 조금 유치했던 그 이유가 생각나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지금과는 달랐던 그때의 생각은 그래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추억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들 중 어떤 책이 살아남고 또 다시 펼쳐보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다시 펼쳐볼 책들이 있고 또 지금을 다시 회상할 수 있다면 꽤 괜찮은 날들이 아닐까 하고 다가올 날들을 기대합니다.

“공부하느라 바빠서
공부할 틈이 없다” 속뜻은?

『공부 공부』 따비, 2017
이 책 서두에 어떤 학생의 푸념 섞인 말이 나옵니다. “공부하느라 바빠서 공부할 틈이 없어요”. 이 말의 의미는 하기 싫은 공부하느라 정작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정도로 이해됩니다. 학생때 하기 싫은 공부하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중에 크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뭘 위해 공부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입니다.

우리는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남보다 더 높은 곳을 위해 공부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늘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저자는 공부의 본질에 대해서, 현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성공의 틀에 갇힌 공부, 자기계발을 위해 자기를 더 피폐하게 만드는 공부가 아닌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자기를 배려하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진정한 공부의 기쁨을 느껴야 계속 공부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평생공부에 동의하신다면 분명 도움이 될 책입니다.


남자를 증오하며 벗어나지 못하는
‘어려운’ 여자들의 이야기

『어려운 여자들』 사이행성, 2017
『나쁜 페미니스트』의 작가 록산 게이의 신작 소설집. 이 짧은 소개의 글만으로도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재 페미니즘에 대해서 가장 현실적인 가르침을 주는 책이고 당시 수많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까지도 페미니즘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의 이 책은 제목에서 보이듯 쉽지 않은 인생의 여자들이 주인공들입니다.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가 많지만 남자의 욕망에 한없이 짓눌려 버린 여자들의 모습은 꽤나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남자를 증오하면서 남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벗어났으면서도 남자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어려운’ 여자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좀처럼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결말을 맺습니다. 답답할 수 있지만 이 또한 현실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숙제를 저자가 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읽기 불편한 소설도 때론 읽어야 합니다.


“진짜 당신의 사람은 몇 명입니까?”
‘꼰대’스러워지는 자신을 돌아보다

『인간력』 웅진지식하우스, 2017
나이가 들어갈수록 꼰대 같아지는 걸 막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완고해져서인가 봅니다. 조금 더 유연한 인간관계를 원한다면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진정한 친구나 동료들이 누구인지 인맥을 관리하면서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별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인간력’은 우리의 장단점을 모두 안고 전반적으로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는 힘입니다. 즉 완전하지 못한 ‘나’를 전제로 합니다. 사람에 대해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인간력 자체는 언제나 불완전합니다. 미숙한 자신을 안고 살아가는 법이 어찌 보면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진정한 인간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인에게 닫혀 있는 마음을 유연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꼰대’스러워지는 자신을 돌아보게 해줍니다. “진짜 당신의 사람은 몇 명입니까?”라는 질문보다 “몇 명에게나 진정한 사람입니까?”를 고민하게 해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