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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부처(卽心是佛)와 비로자나불

Relay Essay 제2258번째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은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연꽃으로 장엄한 세계)의 교주로서 진리 그 자체를 인격화한 불신이다. 이는 ‘두루 비친다’는 뜻으로 미혹한 중생을 깨닫게 하는 진리의 빛인 것이다. 진리의 세계, 즉 부처님의 말씀만 있는 세계이다.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장경각 앞에 앉아 있는 불상도 비로자나불이다. 그래서 화엄종의 주불로 비로자나불을 모셨다.

의상대사가 화엄십찰을 전 국토에 세워 화엄불국토를 만들기 위한 통일신라의 주 이념을 담은 불상이기도 했다. 소백산 봉우리 명칭이 연화봉, 비로봉이고 그 자락에 영주 부석사가 있다. 비로자나불은 경상도 지역 사찰에 많다. 철원 도피안사, 경주 불국사, 광주 증심사, 해남 은적사 등에 비로자나불이 있다.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는 법당을 대적광전(大寂光殿)이라고 한다. ‘적(寂)’은 크나큰 선정이요, ‘광(光)’은 크나큰 지혜의 빛을 의미한다. 고요하게 앉아서 미혹함을 깨닫게 해주는 불빛은  부처님의 가르침이요, 부처님의 사자후인 것이다. 진리의 궁전 속에 함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깊은 선정과 지혜의 빛으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을 대적광전 편액이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 대적광전에 앞에 석등과 탑이 조성되어 있다. 법주사 석등, 중흥사지 석등과 화엄사 석등, 개선사지 석등, 흥국사 석등 등이 모두 진리를 발산하는 빛이다.

보통 불상은 32상 80종호의 모습을 하며 불상을 수인으로 분별하는데 비로자나불은 지권인(智拳印)을 하고 있다. 지권인이란 왼손 검지를 오른손이 감싸 쥐고 오른손의 엄지손가락과 왼손의 집게손가락 끝을 서로 대는 손 모양이다.

즉 왼손 검지는 중생계, 오른손은 불계(佛界)로서 중생들도 수행을 해 깨달음, 즉 득도를 하게 되면 불, 즉 여래가 된다는 뜻이다. 불이(不二)는 생사도 하나요, 유무도 하나요, 색공도 하나요, 부처와 중생은 둘이 아니요, 미혹과 깨달음이 하나의 몸임을 뜻하는 것이다. 지권인이란 이런 의미이다.

어떤 중생이든 진심으로 기도하고 간절히 희구하면, 그들의 생각이나 행위의 경계에 따라 비로자나불은 때를 놓치거나 기다리지 않고 어느 곳에나 알맞게 몸을 나타내 행동하고 설법하고 자비를 베푼다.

이와 같이 비로자나불은 여러 가지 몸, 여러 가지 명호, 여러 가지 삶의 방편을 나타내며 잠시도 쉬지 않고 진리를 설파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정화하고 일체중생을 제도한다는 것이다.

지금 국립광주박물관에서 ‘마음이 곧 부처(卽心是佛)’전이 열리고 있는데, 우리나라 비로자나불 중에서 가장 우수한 국보117호 장흥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상이 3차원적으로 전시되고 있어 관람을 권하고 싶다. 기획자의 의도는 남원 실상사, 곡성 태안사, 장흥 보림사, 화순 쌍봉사와 전국의 구산선문(九山禪門)과 선종(禪宗)을 소개하는 것이 주안점이다.

당시의 주 이념은 화엄종이었으나, 신라 말기에 선종이라는 새로운 불교이념(不立文字 敎外別傳 直指人心 見性成佛;문자에 입각하지 않으며 경전 외에 따로 가르침이 있으니 오로지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 자신의 본바탕을 보아 부처에 이른다)이 들어와서 꽃을 피운 이념의 산물로 1000여년 전의 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는 게 즐거움 아니겠는가.

흔히 볼 수 없었던 선종 관련 유물도 보면서 우리 문화재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장흥 보림사 비로자나불은 조성연대(859년)와 조성자(김언경)의 기록이 정확히 나와 있고 1000여년 동안 많은 전란(戰亂)을 겪으면서 주 재료가 철인데도 어떻게 온전하게 남아 있을 수 있었는지 고마운 마음뿐이다.

사실 필자는 처음 본 순간 감탄을 했었고, 그 후 볼 때마다 항시 반갑다. 화순 쌍봉사의 철감선사 도윤의 부도와 탑비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빼어난 부도로 추천한다.

 
김병태         
광주 대인치과의원 원장
치협 문화복지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