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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스펙트럼

휴일 어느 날에 도서관에 들렀다가 아주 어릴 때 읽었던 책이 눈에 들어와서 집어들었다. ‘바보 이반’, 러시아의 대표문호이자 사상가인 톨스토이가 저술한 단편소설인데 세 형제 중에서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각에서 가장 어리석어 보이는 이반이라는 막내가 위의 형제들은 세상에서는 머리좋게 부와 명예를 얻으며 잘 살아가다가도 악마들에 의해서 파멸의 길로 떨어지지만 오히려 바보같이 우직한 삶의 자세로 인하여 갖은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삶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이야기 했었던 것이 기억에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약간은 호기심으로, 또 다른 시각에서는 어떻게 우직하고 멍청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단편이 톨스토이의 다른 여러 단편작품들과 함께 한 책에 수록되어 있었고 그 중 또 다른 한 편의 제목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였다.

이 작품은 하나님께 벌을 받느라 사람들의 세계에 내려와서 함께 살아가던 천사 미하일의 시선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결론적으로 우리 사람 안에는 남을 생각하는 사랑이 있고, 안타깝게도 미래의 한치 앞을 내다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지만, 결국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주섬주섬 출근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서 치과 문을 들어서면 또 매일의 일상이 시작된다. 같은 시간에 진료를 시작하고 같은 시간에 점심식사 시간이 시작되고, 또 진료하다가 쳐다본 창밖이 어둑해지기 시작하면 벌써 퇴근할 시간이 된다. 어쩌면 1년 365일 중에서 쉬는 날 이외에는 거의 똑같은 시계추의 움직임처럼 반복되는 나날인 것이다. 그래서 한 없이 지겹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치과의사들의 삶일 것이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얼마 전에 한 선배치과의사분을 만났는데 그전에도 그러셨었지만 대화중에 치과에 관련된 생활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지겨운 듯한 느낌의 말씀을 안하셨다. 이런 저런 치과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주시는데 여느 방송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내용들이 좋은 일들만이 아니고 어떤 경우는 치료에 대한 불만으로 환자가 심하게 컴플레인을 한 것도 있었고, 직원들이 한꺼번에 그만두게 되어서 아르바이트를 겨우 구해서 근근이 꾸려나가고, 심지어는 형수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어쩌면 극단의 짜증나는 일인데도 그 선배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생각으로 지낸다고 하셨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으로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깨알같은 재미와 즐거움을 찾는다면 그리 스트레스 받을 일이 치과에서는 별로 없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우리는 다른 직업에 비해서 공간의 이동이 거의 없는, 우리가 마련해 놓은 진료의 장에 함께 일하는 동료 치과의사와 직원들이 팀웍을 맞추고, 그곳에서 환자와의 만남을 가지는 치과의사로서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어떤 분들은 빨리 돈 많이 벌어놓고 이 지겨운 치과의사 짓(?)을 일찍 그만두겠다라고 하기도 하지만 많은 분들은 졸업할 때에 외쳤던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

톨스토이의 작품을 떠올려보면서 ‘치과의사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생각을 떠올려본다. 우리에게는 나의 손때 묻은 진료도구, 같은 곳을 바라보는 직원들, 진료 후 환하게 웃으면서 감사해하는 환자분, 너무나도 많은 의미들이 있지 않은가!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