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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 prosa, sin pausa

오지연의 Dental In-n-Out

동아일보에 멋진 美食칼럼을 쓰고 계신 석창인 선생님의 추어탕에 관한 글에서 아버님이 낚시를 좋아하셨다는 얘길 읽다보니 새록새록 옛 생각이 나고 말았다.

초등학교 내내 나는 아버지를 따라 한 달에 두 번 씩은 일요일 새벽 4시경 집 근처 낚시점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전국 저수지를 돌며 낚시를 다녔다. 버스에 같이 탄 낚시꾼 아저씨들이 몇 학년이냐는 등등을 물어보셔도 눈만 내리깔고 제대로 대답도 못하는 낯가리고 숫기 없는 나 같은 딸을 아버지가 왜 몇 년간이나 낚시터에 데리고 다니셨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사실 의문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한가하게 세월이나 낚으려’ 엄마를 번번이 일요과부로 만들어 놓고 가시는 낚시였건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벌어지곤 하는 숨 막히는 계측 끝에 1~2cm차이로 대어 상을 놓치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다음 주엔 최신형 일제 릴낚시 대를 새로 사서 再起(?)를 노리시는 아버지가 엄마에겐 불가사의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이율배반이요 자가당착이라고 쏘아붙이는 엄마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외할머니는 “벗어나고 싶다는 것까지야 맞는 얘기지. 그러려고 해도 안 되는 거 아니냐! 언제나 기를 쓰고 이기려 드는 본성을 애비인들 어쩌겠니. 벗어나려고 시도라도 하는 게 기특한 거다. 심심하단 투정은 하더라도 자가당착이라고 까지 몰아붙이진 말거라”라고 달래시곤 했다.

어릴 때였지만 무척 여러 번 보고 들은 광경이라 외할머니의 얘기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특히 ‘시도라도 하는 건 기특한 것’이란 부분은 이상하게도 마음에 와 닿았었다. 그래서인지 시골길에 많이 흔들리고 불빛도 어두운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나무 판에 붙은 자로 붕어의 꼬리지느러미를 곱게 쭈욱 펴서 숨을 죽이고 길이를 재는 아저씨들의 심각하기 짝이 없는 등이며 모자들을 자다 깨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초등학생 주제에 당돌하고 맹랑하게도 ‘기특하네...’란 생각을 하곤 했다. 정말 웃기는 꼬마였다, 쓰다 보니.

비정규직이나 비급여가 없는 사회라는 것은 정규직과 급여라는 것이 어떻게 정의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한없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서둘러 꿈꾸기엔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자칫하면 정규직이 되었다 해도 다수의 사회구성원의 상식이 감당하기 어려운 여건이어서, 차라리 이전의 ‘비정규직만도 못한’ 상태일 수도 있다. 이윤과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중력처럼 엄존하기 때문에, 언제나 규정과 규제를 벗어나려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멋진 사회가 되기를 꿈꾸며 소망한다는 얘기라면, 틀림없이 맞는 방향이고 박수를 쳐 줄 일일 것이다. 기운 찬 취지였음에도 결과적으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큼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내용이 될 때도 있겠지만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 게 세상일이다 보니 朝三暮四란 말도,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라는 말도 생기는 것이리라.

앨리스는, 아무리 찾아도 뒷마당에도 앞마당에도 없다면 빗자루는 원래 없었던 거라며, 헛된 소망은 버리고 현실에 만족하겠다는 똘똘한 선언을 하지만, 그 역시 이상한 나라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는 ‘시도’를 하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구약성서가 말하듯 ‘생애가 짧고 걱정이 가득하며, 꽃과 같이 자라나서는 시들며, 그림자같이 지나가며 머물지 않는’ 사람이란 누구라도 고통으로부터 안전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나와 이웃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빛나는 救援의 돌을 찾으려는 시도는 아름다운 일이다. 그 여정의 찬란한 기록들은 달을 에워싸고 있는 달무리처럼 비록 달 그 자체를 완벽하게 보여주진 못해도 달의 존재만은 점점 확실히 해 주어 후세의 勇士는 그 소중한 것을 찾아 좀 더 확신에 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호그와트의 덤블도어 교수는 ‘잃어버린 것은 반드시 그 주인에게 돌아온다. 때론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라고 말했다. 그러니 우리의 세상을 아름답게 할 빛나는 것을 찾아내려는 시도를 서두르지는 말더라도, 멈추지는 말 것. Sin prosa, sin pausa.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지연 치과의원 원장
서울치대 치의학대학원 동창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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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