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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인상을 가지신 어르신 환자가 계셨습니다. 잇몸이 많이 상하셔서 여러 차례 잇몸치료를 진행하였습니다. 아픈 치료에 기분이 상할 때도 있으셨을 텐데 치료 후에는 항상 웃는 얼굴로 수고가 많았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성품 못지 않게 꾸밈도 훌륭하셨는데 한쪽으로 빗어 넘긴 단정한 머리와 쓰리피스 정장 같은 격식 있는 옷차림을 즐기는 신사셨습니다. 발치를 피하기 위해 치료를 꾸준히 해왔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결국 몇 달 전 발치를 하고 깨끗하고 튼튼한 뼈를 만들기 위해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소파를 해주었습니다. 후에는 임플란트 심을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다른 환자들처럼 임플란트 수술 전 마지막 체크와 CT촬영을 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항상 혼자 오시던 어르신이었는데 그날은 자제분과 함께 내원을 하셨습니다. 수술 관련해서 궁금한 부분이 있거나 아버님 치료를 잘 부탁하기 위해서 동행했거니 하고 별 생각 없이 진료실로 들어갔습니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인사를 건네었지만 대꾸 없이 팔짱을 끼고 상당히 화가 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분이 나에게 무슨 일로 저리 화가 났을까 싶어 어르신 치료 계획이 궁금해서 오셨냐고 물었습니다. 그건 아니고 아버님 치료는 자기가 다니던 다른 치과에서 해드리기로 했다고 대답하길래 그럼 굳이 오늘 오신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차분하게 입을 떼었는데 본인이 다니는 근처 치과보다 여기 수가가 두 배 가까이 비싼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수가가 비싸다고 치료 중에 다른 치과로 간 환자들은 숱하게 있었습니다. 심하게 망가진 치아를 어렵게 신경치료와 치관 연장으로 쓸만하게 해놨는데 근처 치과의 보철치료비가 더 낮다며 가시는 분, 심지어는 인상도 다 떠놨는데 치료비가 비싸다며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개원 초에는 그런 것 때문에 조바심도 났었고 속도 상하고 한 때는 치료비를 확 낮춰야 하나 고민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개원하고 몇 년 지나니 그런 일들에 무감각해져 가고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고 다시 맘이 상했습니다. 그 분은 우리 치과의 수가가 비싼 것이 픽스쳐를 다른 것을 써서 그런 건지 정성을 더 들여서 그런 건지 이유를 알아야겠다고 했습니다. 아마 나이가 있는 어르신을 속여서 바가지를 씌우려 했다는 생각에 화가 난 것 같았습니다. 한마디로 등치려 했다는 얘기였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물건을 살 때는 인터넷에서 최저가를 검색하고, 비싸게 파는 사람을 욕해본 적도 있습니다. 차를 살 때, 핸드폰을 살 때, 개원하느라 장비를 살 때 낮은 비용을 제시하는 사람은 저에게 착한 사람이고 비싼 비용을 제시하는 사람은 제 기준에서는 나쁜 사람이었습니다. 문제는 저희가 제공하는 것이 공산품이 아니고 의료라는 점입니다. 원가를 따져보자는 그 분에게 무슨 얘기를 해야할까 고민을 하다가 기운도 빠지고 그런 것을 일일이 설명할 이유도 없어 그만 두었습니다.

“픽스쳐의 구입가, 기공료, 상가의 임대료, 위생사 인건비가 이만큼 들고, 내가 이 치료를 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비용은 이만큼, 이 일을 하느라 포기한 것에 대한 기회 비용이 이만큼, 요즘처럼 개원이 어려운 시기에 많은 돈을 대출 받아 이자를 내어가며 감수하는 위험부담금이 이만큼, 치료비 중에 세금은 얼마이고 그래서 총 원가가 얼마입니다.” 라고 설명하면 그 분이 과연 이해를 하였을까요? 무엇보다 치료비에서 가장 중요한 저의 술기와 치과지식에 대한 비용과 과잉진료나 잘못된 치료를 하지 않는 정직함과 신중함에 대한 가격을 계산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해서 그만 두었습니다.

원가는 커녕 최소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 동안의 보험치료들에 대해 얘기 해볼까도 했지만 구차한 변명처럼 보일 것이 뻔해 참았습니다. 속상해도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쓰며 우리치과의 수가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다른 치과에서 치료 받기로 하셨으니 잘 모시고 가셔서 치료 잘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달래서 보내드렸습니다. 아드님과 저 사이에서 안절부절 하는 어르신을 뵈니 제가 마음이 아파 다 괜찮으니 맘에 두시지 말라고 말씀 드렸는데, 후에 그날의 일이 계속 맘에 걸리셨는지 미안하다는 말씀과 함께 커피 몇 잔을 데스크에 맡기고 가셨습니다.

이전부터 치과 진료비를 생각할 때는 치료에 드는 재료비를 궁금해하는 면이 있습니다. 타과에서 치료 할 때 드는 약제, 기구, 장비, 재료비는 궁금해 하지 않으면서 다들 치과치료에서 사용되는 임플란트 값, 금값은 무척 궁금한가 봅니다.

국가 정책 기조에 따라 치과영역 보험확대를 앞두고 복지부, 보험공단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원가를 따져보자는 위의 환자와 같은 일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우려가 됩니다. 우리는 금을 파는 업자가 아니고, 임플란트를 파는 상인도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저희의 치료에 있어 수단일 뿐이며 원가 파악과 수가 산정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저희의 본질은 오랫동안 쌓아온 치과의료지식과 술기를 제공하는 전문가입니다. 변호사가 그렇고 연예인이나 음악가, 예술가가 그렇듯 치과의사도 무형의 재화를 제공하는 전문인으로서 대우와 평가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앞의 이익 때문에 오로지 저수가로 환자를 유인하고 과잉진료로 치과인 모두의 신용을 훼손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 내리는 행위를 이제는 그만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무형적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다른 이들의 전문성을 인정을 하고 기공소에 무리한 기공료 인하를 요구하거나 위생사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일명 갑질이 근절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물질이 아니라 각자의 무형의 재화에 대해 인정하는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절 입니다. 가을이라 그런지 더욱 마음이 시립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강희 연세해담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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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