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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그대를 울릴지라도

오지연의 Dental In-n-Out

나에 관한 얘기 따위 들어본 분이 별로 없겠지만, 사실 난 좀 딱한 처지의 소년이에요…라는 폴 사이먼의 조곤조곤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The Boxer>를 처음 듣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살며시 토닥이듯 기타 인트로가 시작되어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려는 찰나, 속삭임 같은 노래가 들려온다. 졸리고 힘든데 막상 누우면 걱정 때문에 잠은 안 오던 어떤 밤, 망연자실 책상에 앉아 할 게 얼마나 남았나만 자꾸 세어 보던 그런 밤이었을 것이다. 말을 꺼냈다간 울어 버릴 것만 같아서 차마 소리 내어 묻지도 못한 내 질문에 니 맘 다 안다는 듯 상냥하고 따스한 대답을 해 주는 것 같기도 했고, 랄랄랄라 랄랄라 하며 말꼬리를 흐리는 부분에선 심지어, 설령 내가 원하던 그 대답이 아닐지라도 고개를 끄덕여 주어야 할 것만 같았다. 노래가 끝나자 마음속의 어떤 문 하나가 딸각 하고 닫히면서 찬바람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훈훈해져 오는 느낌과 함께, 욕심을 거두고 남은 시간 동안에 가능한 것만 차분히 해야겠다는 마음의 정돈이 따스한 고양이 한 마리처럼 내 품에 안겨왔다.

본과 2학년 때 동기들과 함께 트리오로 이 노래를 불러 축제 때 상을 받고서 마음속으로 폴 사이먼에게 ‘그동안 달래줘서 고마웠어, 이건 선물.’이라고 깔끔하게 답례를 했다. 나름대로는. 하하.

졸업한 지 20년이 되던 해에는 드디어 대학 동기들 여섯 명이 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했다. 어려울 것만 같던 멤버구성은 의외로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미국에서 교수로 있던 동기도 합류해 동영상을 주고받으며 연습을 한 뒤, 공연 이틀 전 귀국하여 무대에 올랐다. 콘서트 다음날 홀연히 돌아가서는 ‘공연 동영상을 보고 미국 애들(학생과 교수모두)이 나를 완전히 락커 취급해준다’며 감격에 겨운 글을 올리기도 했다.

원거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아쉽게도 지금은 애틱 식스 활동을 중단했지만 집에 연습실을 차려 놓고 여전히 베이스기타를 연주한다는 소식이다. 보컬과 기타를 맡아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자칭 타칭 부동의 센터로 밴드 초기 다섯 차례의 공연을 같이 하다가 좀처럼 스케줄 맞추기가 어려워 계속 함께 하지 못한 원년 멤버가 또 한 사람 있고, 나 또한 현재는 밴드에서 빠져있다. 내 행보를 두고, 일각에선 ‘예능에서 교양으로 갈아탔다’는 설이 있지만, 이 자리를 빌려 결단코 ‘음악에 대한 견해차이’때문이었다고 밝힌다. (부디 그런 걸로 해 줬으면 고맙겠습니다. 애틱 식스 여러분, 부탁드려요.)

콜드 플레이의 <Fix You>나 <The Boxer>처럼, 상처 입은 이들을 향한 치유의 메시지로도 훌륭하지만, 로큰롤이란 역시 꺾이지도 굽히지도 않겠다는 도도한 저항이 그 本領일 것이다. 상처 받은 사람들이나 군중 속에 묻힌 그저 그런 얼굴들의 노래 말고/ 뜻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프랭크(시나트라)가 말한 것처럼 자기 방식대로 살아 온 사람들을 위한 노래를 할 거야/영원히 살 것도 아닌데/사는 동안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단 거야/이건 내 인생이니까.(‘cause It’s My Life.) 라고 본 조비는 노래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밴드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의견 대립으로 얼마간 진통을 겪는다.

선곡, 연습과정에서의 긴장이 공연준비의 복잡함보다 몇 배로 힘들 때가 많다. 스스로도 물러서고 싶지 않지만 상대편에게만 양보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다보면 누군가가 나가고, 그 공백에 맥이 빠져 덜컹 하고 멈췄다가는 또 몸을 일으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락커란 결코 주저앉거나 물러서서는 안 되는 거니까. 부활의 김 태원이 어디선가 말했듯이, 밴드는 어쩌면 서로 싸우는 맛에 하는 거고, 그 통에 멤버가 들락날락 하는 것 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저항의 락 스피릿이 완성되는 건지도 모른다… 쓰다 보니 어쩐지 점점 고해성사 비슷하게 되어가는 거 같아서 이만 줄일까 합니다.

애틱식스의 다른 멋진 멤버들에 관한 좀 더 깊은 스토리를 원하시는 분은 오는 11월 11일 토요일 저녁 올림픽 공원으로 가셔서, 2017 치과인 공연 예술제의 막을 여는 치과의사밴드 연합공연을 관람하시면 되겠습니다. They will try to Fix you. I Swear.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지연 치과의원 원장
서울치대 치의학대학원 동창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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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