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는 의과와 달리 급여체계와 범위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현재 정부 급여화 정책을 둘러싼 논쟁에서 치과 분야의 접근 논리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치과분야는 어디까지 보장성을 확대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이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YESDEX2017 기간 중인 지난 11일 부산 벡스코에서 치과의료정책연구원(원장 민경호) 정책포럼이 열렸다. 이번 정책포럼에서는 손영래 보건복지부 건강보험보장성강화추진단 예비급여팀장이 참석해 “현재 치과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급여화 정책에 따른 여파는 사실 작동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그동안 시급하지만, 급여화의 범위 밖에 있었던 항목들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치과계와 정부가 협의기구를 만들어 보장성의 범위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영래 팀장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액션플랜으로 추진하고 있는 ‘예비급여제도’의 실무 담당자로서, 이날 발언은 그동안 치과계에서 제기된 기존 비급여 항목의 적정수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의과를 겨냥한 방식(리스트상 비급여를 대폭 급여화 영역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라 탑다운 방식에서 ‘바텀업 방식’으로 국민들의 구강건강을 위해 시급한 치료항목 중 급여화의 영역으로 단계적으로 포함, 확대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 팀장은 이와 관련해 “노인 틀니, 임플란트 급여화의 경우 지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기 때문에 급여화의 영역으로 들어갔지만, 치아우식증 초기의 치료항목인 레진충전 등의 항목은 포함이 되지 않았다”면서 “치협을 비롯한 치과계와 정부가 협의체를 꾸려 머리를 맞대고 시급한 항목의 급여화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예비급여제도 논란 여전히 존재”

한편, 이날 주제 발제를 맡은 김 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문재인 케어 평가와 전망’이라는 발표에서 문재인 케어의 배경에 대해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의료비로 인한 높은 빈곤화율 ▲풍선효과로 인한 보장률 정체와 상한제 미작동 등을 지목하면서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 풍선효과를 구조적 문제로 파악해 이런 항목을 한꺼번에 없애겠다는 기조다. 대신 적정수가를 보존해 주겠다는 입장인데, 이것이 그동안의 보장성 강화 정책과 다른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윤 교수는 치과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른바 ‘적정 수가’의 방향성에 대해 ▲원가보상률이 낮은 영역에 보상 ▲적정진료에 대한 보상 ▲감염관리 등 비보상 재료와 행위에 대한 수가 ▲가치 있는 서비스에 대한 보상 등을 제시했다.

이어 마경화 치협 부회장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예비급여제도’의 도입인데, 그동안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가로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 의료공급자 입장에서 적정수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적정수가에 대한 의견차가 각 이해당사자 마다 뚜렷한 상황에서 예비급여제도가 시행된다면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의료기관의 경영악화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토론회 전 김철수 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 치과계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치과 비급여 분야의 적정수가 창출을 위한 철저한 사전준비라고 생각한다”면서 “치협은 앞으로 협회의 모든 역량을 비급여에 대한 적정수가 창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회, 정부, 건보공단과의 공감대 형성은 물론 에비던스나 외국사례 확보 등 치과 적정수가를 창출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마련해 문 케어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민경호 원장은 “이번 포럼이 정부의 건강보험 강화 정책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향후 치과계에 끼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만큼 치과계의 장기적인 발전에 한 걸음 다가가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 윤 서울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마경화 부회장, 이태현 울산지부장, 김철신 건치신문 편집국장, 손영래 복지부 팀장이 패널토론을 이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