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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치, 함부로 속단 하지 마라

그림으로 배우는 치과의사학-18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읽혀지는 문구이다. 정말 진짜 구호대로 엔터키가 작동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면, 문재인 케어도 역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도 정의롭게 시행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치과의사다운 치과의사가 치과다운 치과에서 직업적인 꿈과 목표를 이루기를 소망한다.

치과에서 치과원장의 진료철학은 다양하다. 수복 치료를 할 때, 근관치료를 할 때 그리고 발치를 할 때 등등. 그중에서 발치는 가장 비가역적인 치료이기 때문에 매우 심사숙고해야 한다. 발치를 함부로 속단하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와의 분쟁 또는 동료 치과의사와의 오해 등으로 인하여 고통 받는 치과의사를 간혹 보곤 한다. 짧은  문장이 발치에 관한 생각을 잘 정리해준다. You pull out what everyone says, but do what is fair and justice.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치아를 발치해라. 그러나 공정하고 정의롭게 발치하라. 발치, 함부로 속단하지 맙시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 사람들의 치아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 한 예로 1977년 일본치과의사 회관에 세워진 ‘치아공양탑(齒牙供養塔)’을 들 수 있다. 치아인문학(대한나래출판사)의 저자 한상국은 공양탑의 취지를 아래처럼 설명하고 있다. 어쩌면 치아의 고마움을 너무 모른 채 사람들의 치아를 치료했는지 조용히 자문해 본다. 문득 시인 안도현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치아는 인간의 오체(五體)를 지키는 관문으로서 저작이라는 큰 역할을 완수하여 인체를 구성하고 발전시킨다. 육체를 지키고 긴 세월 동안에 닳고 마모되어 사명을 다하고 난 뒤에는 제거되는 운명을 지닌다. 그런데 오랜 세월동안 발치해 오던 동료 중에 한 분이 문득 인체를 떠나가는 일개 치아에 대해 차마 정을 떼지 못하고 애절한 아픔으로 가슴을 치다가 재산의 일부를 기부한 것이 오래 전의 일이다. 금일 동경치과의사회 회원 일동은 그분의 호의에 힘입어 치탑을 건립하기로 하고 이에 완성을 보게 되었다. 모든 이의 성의가 충분하여 넘칠 따름이다.”

이번에 소개할 그림은 John Collier(1708-1786)가 1773년 출판한 ‘Human Passions Delineated’에 소개된 12장의 그림 중에서 3장이다. 그림은 스토리가 이어지는 시리즈 작품이다. ‘Tim Bobbin’이라는 필명을 사용한 Collier는 특히 사람의 얼굴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3장의 그림에는 치과의사가 발치를 하는 힘든 여정이 묘사되어 있으며, 그림 아래에 써진 Collier의 시가 그림을 잘 설명해준다. 따라서 이번 그림 해설은 필자의 번역본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반가운 소식은 3장의 그림 원본은 직접 감상할 수 있다.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워릭셔(Warwickshire)에 있는 콤튼 베르니(Compton Verney) 아트 갤러리에 지금 전시중이다.


Acute Pain
A Doctor once much puzzled was
To find out ways and means
How teeth to draw of Ev’ry class,
Without such wracking pains.

A packthread strong he ty’d in haste
On tooth which sore did wring
He pull’d, the patient followed fast
Like tewzer in a string

다양한 발치 방법을 찾는데 혼동을 겪는 치과의사가 있었다.
끔찍한 고통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발치를 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는 통증 때문에 발치할 치아에 실을 신속하고 단단하게 묶었다.
그는 실을 힘껏 당겼으나 환자는 목줄을 한 강아지처럼 재빠르게 따라왔다. 



Laughter & Experiment
He missed at first, but try’d again,
Then clap’d his foot o’th chin;
He pull’d - the patient roared with pain,
And hideously did grin.

But lo! Capricious fortune frown’d,
And broke the clewkin string,
An threw him backwards on the ground
His head made floor to ring.

줄을 이용한 첫 번째 시도에 발치를 하지 못하였고 다시 시도했으나 역시 실패였다.
이번에는 의사의 발을 환자의 턱에 대고 줄을 세게 잡아당겼다.
환자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였으나 의사는 환자의 모습을 보고 싱긋이 웃고 있다.  
그러나 보세요. 두 사람 모두 불운해서 그만 줄이 끊어졌다.
게다가 의사는 넘어져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Mirth Anguish(즐거움과 괴로움)
Now strings put fast on tooth that aches,
Which round his hand he wraps,
A glowing coal i’th tongs he takes,
An to his nose he claps.

The sight and smell of fire drove back
The patient’s head in fright,
Who drew his own tooth in a crack,
And prov’d the doctor right.

의사는 다시 발치할 치아에 줄을 묶은 후 오른손으로 잡고 있다.
그의 왼손은 뜨거운 숯을 집게로 잡고 환자의 코에 가까이 대고 있다.
숯불은 환자를 움직이게 하였고 겁에 질린 환자의 머리가 자연스레 뒤로 젖혀졌다.
발치는 환자에 의해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고 이 방법은 성공했다. 


  권 훈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
대한치과의사학회 정책이사
2540g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