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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기관차 ‘NO’ 선제적 대응 ‘OK’

창간 51주년 특집2-4차 산업혁명! 지배할 것인가? 당할 것인가?
대응전략 | 진행형인 혁명, 철저한 대비가 답이다



Contents
백 투더 퓨처 2027 치과  
보건의료계는 | “달리는 말에 올라타자”
치과계는 | 체감온도 미지근 준비는 ‘스타트 라인’
좌담회 | 치과계 4차 산업혁명 이렇게 생각한다
대응전략 | 진행형인 혁명, 철저한 대비가 답이다

기본인 아날로그 방식 잘 접목해야 디지털도 정복


크라운을 망치로 두드려 주조하던 ‘옛날 옛적 아날로그 시대’에서 3D·4D로 디자인하고 가공하는 ‘첨단 디지털 시대’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치과 의료의 패러다임 변화 중심에 4차 산업혁명이 주요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의 증기기관, 2차 산업혁명의 전기, 3차 산업혁명의 인터넷 이후  도래한 4차 산업혁명. 1차에서 3차 산업혁명이 거대한 변화를 경험한 후 명명됐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기술 등 거센 파도를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경험하는 진행형 혁명으로 선제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준비하지 않으면 매 순간 퇴보한다. 위기는 기회가 되고 독은 약이 될 수 있다. 큰 변화를 예고하는 4차 산업혁명 앞에서 치과계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 윤리교육·윤리위 강화 필요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은 4차 산업혁명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큰 사건이었다. 결국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대중은 충격을 받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신호탄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이 인류 문명의 최악의 사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인공지능과 함께 할 미래가 인간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과연 기계가 사람을 넘어 일자리를 빼앗기고 통제받는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될까?

이진균 원장(페리오치과의원)은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스티븐 호킹 등 세계를 선도하는 저명인사들이 인공지능 윤리위원회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기술적인 면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이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예견해 법적, 윤리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인공지능학회는 학회 산하 윤리위원회가 마련한 윤리지침을 발표하면서 연구자가 갖춰야 할 윤리성을 AI도 준수해야 한다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 5대 IT 기업들은 공동으로 AI 윤리지침 만들기에 착수했다고 알려졌다.

이 같은 복잡다단한 사회 속에서 의료윤리가 더욱 부각되고 있어 윤리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윤리교육 강화의 연장선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문가 단체의 자율징계권이 거론되곤 하는데 치협에서 회원의 윤리를 평가하고 제재할 수 있는 자율징계권을 갖는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다.

# 기본으로 돌아가라

4차 산업혁명 대책을 논하는데 있어서도 ‘기본으로 돌아가라’라는 대명제가 적용될 수 있다.

치의학계의 한 전문가는 “4차 산업혁명이라 하면 AI, AR, VR이나 로봇을 활용한 시술을 의미할 텐데 치과에서는 임상 적용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로봇으로 하는 수술이 다른 수술에 비해 장점이 많아야 하는데 덴탈 분야의 경우 구강 내라는 좁은 필드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제한적이다. 국내외 로봇을 활용한 치과 시술이 발표되고 있지만 크게 획기적으로 어필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는 디지털 덴티스트리 분야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상황. 하지만 디지털 덴티스트리를 접하는 기본 태도에 있어서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기술은 치과진료를 ‘더 쉽고, 더 편하고, 더 빠르게’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지만 치의학의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고, 임상의로서 자신만의 임상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모 교수는 “자신만의 원칙 없이 기술을 개발한 회사에서 제시하는 대로 의존하게 되면 결국 회사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며 “기계를 잘 이용하려면 임상에 대한 깊은 이해 하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가 오더라도 아날로그적 방식을 잘 습득해야 디지털을 정복하고, 능숙하게 다룰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기본 베이스’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 ‘우물안 개구리’ 벗어나자

지난 11월 17일 정기집담회를 주최한 차세대 콘텐츠 재산학회. 치과의사에게는 다소 생소한 학회다. 이 학회는 법학자, 변호사 등 법 전문가를 위주로 경제학자, 산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도 함께 하고 있다. 이날 법 전문가들 앞에서 이진균 원장(페리오치과의원)이 ‘의료분야 4차 산업혁명의 전제 조건’을 주제로 강의했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선제적으로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법률가 전문학회인 이 학회의 시도를 치과계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치의학계나 단체에서도 학술대회나 학술집담회, 심포지엄, 토론회 등을 진행할 때 법 전문가, 산업체 관계자, 다양한 정부부처 관계자 등을 초빙해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요구다. 이를 통한 인적 네트워크 형성은 향후 치과계의 발전적인 정책을 수립할 때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진균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방향과 개원가가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담론을 보다 활발하게 심층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토의의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미 의료계나 법조계 등 다른 전문가 단체에서는 융합인재 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도 치과진료 현장의 업무에만 한정해 자신의 능력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진출에도 관심을 가지고 개발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교육에서도 개원 후 진료 위주의 교습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는 인물을 초청해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의료로봇 잘못된 판단 누가 책임지나요?
자율징계권, 윤리위원회 강화, 중심 컨트롤타워 등 필요


# 의료사고 나면 책임은 누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로봇 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공지능 시스템의 판단도 책임의 문제를 불러 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왓슨을 도입해 암진단에 활용하고 있는 길병원은 진단 과정에서 왓슨이 개입할 것인지 여부를 환자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왓슨의 진단 조력에 대한 현행법상 형사책임에 관한 소고’라는 제목의 연구를 시행한 장연화, 백경희 법학자는 “의사가 진단 과정에서 왓슨을 이용해 의료정보를 검색하게 하고 환자에 대한 최적의 치료방법이나 약제 처방을 추천하도록 하는 일련의 행위와 관련해 만약 왓슨의 판단이 잘못돼 환자에게 사망이나 상해와 같은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 그에 대한 형사책임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는 앞으로도 많은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의사가 진단 과정에서 기계인 왓슨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왓슨에게 의료윤리와 같은 경험은 전무하고 이런 고려요소는 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진단상 과실은 자연인인 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개인정보를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환자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문제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계에서 좀 더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중심 컨트롤타워 필요해

정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갖고 지난 10월 11일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다.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각 지자체도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잇따라 발족시키는 등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에 맞춰 치과계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큰 판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임은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 3D프린팅, 유전자 치료, 증강현실 등 혁신 기술이 의료에 접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치과도 어느 순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문제는 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중심축이 없다는 사실이다.

치과 의료 및 치과 산업의 컨트롤 타워로서 단연코 먼저 꼽히는 것은 정부 내 구강보건 전담부서 설치와 한국치과의료융합산업연구원 설립이다.

4차 산업혁명과 신성장동력 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치의학 경쟁력 강화와 치과의료 산업 발전을 통한 국부 창출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양질의 치과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이들 기구 설립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신상완 신기술치과기기연구회 회장은 “선진국과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있다간 뒤쳐져 버린다. 치과계가 선제적으로 인지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과의사 직업의 미래는?==================================

살아는 남는다, 권위는 추락한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에 따른 직업의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같은 담론에 불을 당긴 것은 2016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것이 시발점이 됐다.

이후 미래 유망한 직업에 대한 리서치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치과의사 직업의 미래 전망도 예측되고 있지만 조사 기관에 따라 부정적인 시각과 긍정적인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측이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데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으며, 치과의사들도 대부분 이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이 같이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치과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갖는 노동적 특수성 때문이다. 치과의사는 두 손으로 진료가 이뤄져 그만큼 실제적이고 정교한 노동이 필요한 직업이므로 이를 기계가 대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본지가 지난 11월 20일 개최한 좌담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유지된다는데  많은 표를 던졌다. 하지만 치과의사로서의 권위는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는 인공지능 등이 의사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고, 의료분야의 정보 비대칭성이 점점 깨지는 추세에 기인한다.

1~3차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직업의 다변화를 겪어온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도 진료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직업으로의 진출을 고민해보고 찾아보는 것이 권유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혁명이 몰려온다는 사실이다. 인기 있는 직업을 선택하면 평생 먹고산다는 생각을 버리고, 변화에 대응하는 적응력, 융합, 창조, 소통 등의 태도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