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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금연

금연치료노하우 나누기<2>정유란 위원/모두애치과의원 원장

지난 해 9월에 열린 ‘스마일 런 페스티벌’ 때의 일이다. 내가 자원 봉사를 하고 있던 금연 홍보 부스에 막 마라톤을 마친 젊은 부부가 찾아 왔다. 남편은 담배를 끊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항상 금연에 실패했노라고 나에게 넋두리를 하였다. 곧이어 구강 내 일산화탄소 수치를 측정했더니, 상당히 높은 수치가 나와 주변 사람들이 다 놀랐다. 남편은 자기 부인에게도 와서 일산화탄소 측정을 해 보라고 했지만, 한걸음 떨어져 있던 부인은 한사코 사양했다.

그 부부가 돌아가고 30분 쯤 지났을까, 슬슬 부스 정리를 시작할까 했는데 아까 봤던 부인이 다시 돌아왔다. 남편은 자신이 담배를 끊은 줄 알고 있어서 아까는 하지 않았다며, 일산화탄소 측정을 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향후 1, 2년 내에 임신 계획이 있는데 흡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는 그녀에게, 나는 대략적인 금연 프로그램의 내용과 금연 클리닉을 검색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약물치료가 있는지는 몰랐다며 약물치료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해 왔다. 아무래도 대놓고 흡연을 하지는 않다 보니, 오히려 유익한 금연 정보를 얻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거기다 가끔 사랑니 근처 잇몸이 붓고 치아 상태도 걱정이라 하기에 ‘금연클리닉 치과’에 방문해 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그 부부가 용기를 내어 금연 클리닉의 문을 두드려 보았기를 바란다.

종종 젊은 20~30대 여성이 사랑니를 주소로 치과에 내원한다. 대부분 사랑니 발치를 두려워하며 투약과 소독만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중에 임신했을 때 사랑니 주변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 큰일이다’라고 설명해 주면, 용기를 내어 사랑니 발치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자녀의 출산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흡연의 폐해를 알면서도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거나, 흡연의 폐해에 대해 미미하게 생각하는 여성들도 있다. 이런 여성들은 ‘금연은 개인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하며 금연 클리닉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사회 통념상, ‘새해 목표는 금연’이라며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다니는 남성들에 비해 이러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 더불어 금연을 했더니 어떤 점이 좋더라, 하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누릴 기회도 적다. 가끔은 ‘임신하면 담배 끊을 거예요’라고 속 편하게 말하는 여성들도 있다. 이는 부모의 흡연량과 기간이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금연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하여 제 발로 금연 클리닉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흡연자들은 전문가와의 상담과 교육을 통한 동기 부여가 우선 필요하다. 나는 환자의 구강 내를 볼 수 있는 치과의사야말로 이런 여성 흡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최전선의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치과 초진 기록지에 ‘흡연 여부’에 대한 질의 항목이 들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흡연을 하면서도 표시하지 않는 환자들도 있다. 나의 경우, 가끔 환자의 구강 내에서 흡연의 흔적(?)을 발견하면 관혈적인 술식을 핑계로 ‘흡연이나 음주’를 하지 않는지 따로 질문을 한다. 조심스럽지만 젊은 여성들의 경우에도 예외가 없다. ‘끊어야 하는데’하면서 멋쩍게 웃는 환자들에게 구취, 착색, 치주질환, 추후 자녀에 대한 영향 등, 내가 생각하기에는 상식이지만 상식이 아닐 수도 있는 흡연의 폐해에 대해 설명한다. 때로는 어떻게 하면 잔소리로 들리지 않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기도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에 대해 설명하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직업인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유란 위원/모두애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