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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보건전담부서와 우리의 역할

시론

복지부는 최근 정부내 구강보건 전담부서의 설치 추진이 무산된 데 대한 이유를 밝혔다. 이번 설치 추진은 정시직제가 아닌 수시직제의 성격으로 이루어졌으며 기재부 예산상의 문제로 대통령 공약과 관련이 있는 치매정책과와 자살예방과만이 통과되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구강보건 전담부서의 설치는 타당성이 있고 보건복지부 장관의 언급이 있었을 뿐 아니라 수시가 아니라 정기직제의 성격에 맞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정기적인 기구 및 인력 소요 심사를 통해 다음 연도 정기직제로 다시 추진할 예정임을 밝혔다.

하지만 필자는 당초 행안부와의 협의과정에서 구강보건 부서가 아직도 전담부서로서의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치과계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 때 22년 만에 겨우 부활되었던 전담부서까지 다시 폐지되어 지금에 이르렀음을 생각해보자.

그 동안 치과계가 구강보건 전담부서의 설치에 관하여 우선적으로 내세워 왔던 주장은 후진국조차 자기 나라 국민의 구강보건 향상을 위해 우리보다 훨씬 이전부터 정부부처 내에 구강보건 전담부서를 둔 것과 비교하면 구강보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이 매우 낙후됐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치과계가 제시한 최신의 근거는 아마도 작년 5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제시된 자료일 것이다. 이 토론회에서는 ‘구강건강정책관 설치 필요성 및 정책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가 있었으며, 미국 등 10개국의 구강보건 전담부서가 설치된 세계 국가들의 사례가 제시되었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이 자료 역시 정부로 하여금 향후 신설될 부서가 행할 업무의 형태와 규모를 고려하고 예산과 인력의 투입을 결정하도록 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나라마다 소위 ‘구강보건 전담부서’의 형태와 역할이 매우 달랐다. 그렇다면 구강보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이 낙후되어 있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맞는 구강보건 전담부서의 역할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부터 먼저 치과계 내에서 중지를 모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정부가 2007년 5월 17일 국가가 맡아야 하는 것으로 치과계가 바라는 ‘중대한 임무’를 방기하고 구강보건팀을 폐지, 공중위생팀과 합쳐 생활위생팀으로 개편하는 시행규칙을 공포했을 때에도 당시 신문기사에 나타난 치과계의 반응은 “우리나라 치과계에 비해 우리 정부의 구강보건 행정 역량은 선진국에 비해 너무 열악한 상황”이며 “구강보건전담부서마저 없어진다면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을 것”이며 “OECD 국가 중 가장 구강건강이 나쁘면서도 구강보건전담부서가 없는 유일한 국가라는 오명을 우리나라가 차지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주장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독자적인 구강보건행정 전담부서는 우리 치과계로서는 독립운동과 같은 사안”이라는 문구가 반복되어 나타난다. 우리 치과계가 원했던 것이 정부로 하여금 구강보건 정책의 입안과 실천, 국민의 구강건강과 치의학 발전에 힘쓰게 하기 보다는 실제로는 치과계의 독립운동이었던 것인가? 정부가 1997년에 어렵게 부활시킨 구강보건 전담부서를 10년 만에 다시 폐지한 것이 과연 정부의 구강보건 행정 역량 부족 때문이었을까? 지금껏 치과계는 구강보건 정책의 입안과 실천, 국민의 구강건강과 치의학 발전에 있어서 줄곳 정부의 역할을 말해오면서도 정작 스스로의 역할을 방기해 온 것은 아닌가?

2000년 미국의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보건복지부)는 Oral Health in America: A Report of the Surgeon General이라는 기념비적인 책자를 발간한다. 당시 미국 정부는 지난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질병 예방 계획과 함께 구강건강을 포함하는 건강 증진을 도모하는 계획을 세워오고 있었다.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책자 첫머리의 Message에서 책자의 발간 의도를 “미국인들에게 구강 건강의 완전한 의미와 전신 건강과 복지에 대한 구강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함(to alert Americans to the full meaning of oral health and its importance to general health and well-being)”임을 밝히고, 이와 함께, 지금까지 치과의료의 큰 발전이 이루어져 일반적인 구강질환의 정도와 심각성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불평등(inequities and disparities)이 남아 있어 적절한 구강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조차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음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서 적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동안의 치과계의 역할은 미국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및 NIDCR(National Institute of Dental and Craniofacial Research)의 책임자가 함께 작성한 서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짧은 지면에 모두 다 실을 수는 없어서 결론 부분만 소개하면 이렇다.

“이 보고서는 구강건강의 더 큰 진전을 이룰 수 있게 할 행동의 틀로서 결론을 맺는다. 이 보고서는 교육, (치과의료)서비스 및 연구의 향상과 보살핌을 막는 장벽의 제거를 위해 협력을 촉진하는 파트너십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함께 일함으로써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 국민의 건강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 변화는 우리 국민 모두의 건강과 복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The report concludes with a framework for action to enable further progress in oral health. It emphasizes the importance of building partnerships to facilitate collaborations to enhance education, service, and research and eliminate barriers to care. By working together, we can truly make a difference in our nation’s health-a difference that will benefit the health and well-being of all our citizens.”

필자는 이 시론을 쓰기 위해 과거 구강보건 전담부서 설치와 관련된 기사를 훑어 보면서, 이를 추진하는 치과계의 방식이 크게 두 가지가 임을 알 수 있었다. 하나는 정부 고위층을 상대로 한 정치적인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엎질러진 일에 대한 집단적 의사표현이었다. 어디에서도 협력을 촉진하는 파트너십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각균 교수
서울대치의학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