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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진료버스 급파 북 아이스하키 선수 치료

27일 급성치수염 호소 북한 선수 치료 요청
치협, 진료버스 투입 입촌해 근관치료 진행



27일 오후 10시 국가대표선수촌 측, 스포츠치의학회에 “北선수 응급 상황” 알리고 요청
28일 오전 7시 30분 스포츠치의학회 측, 김철수 협회장에 상황 알리고 지원 요청
28일 오전 9시 김철수 협회장, 국가대표선수촌에 이동진료버스 급파 지시
28일 오후 3시 이동진료버스 국가대표선수촌 도착 및 의료진 도착
28일 오후 4시 30분 북한 아이스하키 진 옥 선수 진료 시작
28일 오후 5시 30분 진료 완료

마치 긴박한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상황 접수에서부터 완료까지 20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치과계 내부의 정보공유는 신속했고, 대응은 적절했다. 

치협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 남북정부가 합작으로 탄생시킨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치과의료 지원에 나서, 북한 응급환자를 무사히 치료하고 돌아왔다. 

북한 코칭스태프와 선수촌 측은 “신속히 치료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다”고 의료진에 감사의 뜻을 전했고,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남북 단일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청와대 측까지 이번 사안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 26번 치아에 급성 치수염 ‘큰 고통’

치협은 지난 1월 28일 대한스포츠치의학회(회장 권긍록 ‧ 이하 스포츠치의학회)와 함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찾아 선수촌 내 아이스링크에서 연합훈련 중인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 주장 진 옥 선수(28)에 대해 급성 치수염 치료를 진행했다. 

이날 치료는 북한 아이스하키팀과 선수촌 측의 긴급 지원요청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선수촌 외부로 나올 수 없는 북한 팀의 여건 상 치협과 스포츠치의학회 의료진이 직접 입촌해 진 선수에 대한 치료를 진행했다. 김철수 협회장은 현재 선수촌 내 치과진료소가 완성되지 않은 점, 급성 치수염의 방치가 경기력에 미칠 악영향 등을 고려해 김포시에 대기하고 있던 치협 이동진료버스를 진천 선수촌에 신속히 급파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진료에는 차순황 치협 대외협력이사와 권긍록 스포츠치의학회 회장, 이한주 고문, 전명섭 부회장(선수촌 진료실장)이 참여해 협진 했다. 진 선수는 치아에 급성 치수염이 발병해 큰 통증을 호소하고 있던 상황으로, 이날 의료진은 신속히 근관치료를 진행하고 도핑에 문제가 되지 않을 항생제, 진통소염제 등을 처방했다. 

진 옥 선수는 현재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주장이자 맏언니로 이날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치료 내내 의연함을 잃지 않아 의료진들을 놀라게 했으며, 치료가 끝나자 웃는 얼굴로 “감사합니다”라며 의료진에게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생일을 맞았던 진 선수는 선수촌 측과 대한체육회가 마련한 생일파티에 참석해 다음날 생일을 맞게 되는 최은경 선수(24)와 함께 촛불을 불기도 했다. 

이날 치료를 진행한 차순황 대외협력이사는 “26번 치아에 치수염이 생겨 큰 통증을 겪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며 신속하게 근관치료를 완료했다”면서 “방치했을 경우 향후 경기력에 큰 지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빨리 완쾌됐으면 한다”고 말했으며, 협진한 전명섭 스포츠치의학회 부회장 역시 “선수촌 내 모든 약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을 약물 위주로 처방했으며, 추후 진 선수에게 필요한 치료는 평창에 설치될 폴리클리닉에서 받으라고 권했다”고 전했다. 




# 이동진료버스 투입이 ‘주효’ 
이번 치료는 비록 1명을 대상으로 한 1건의 치과 진료지만, 그 의미가 작지 않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해빙 무드’가 가속화되고, 이와 연동해 한반도를 둘러 싼 국제정세에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다시 북의 문호가 열렸을 경우 우리 치과의료가 수행할 역할의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치협은 남북구강보건의료협의회(상임의장 김철수 ‧ 이하 남구협)를 중심으로 지난 2007년부터 개성공업지구 구강보건사업을 진행, 지난 2016년 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갈등으로 개성공단이 폐쇄되기까지 약 300여 명의 치과인이 동참해 2000여 명의 환자를 보고, 4700여 명 건의 진료를 하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특히 대북사업과 사회공헌사업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 이동진료버스는 이번 진료에도 적절하게 투입되면서, 그 가치를 재차 인정받았다. 이동진료버스는 지난해 11월 포항지역에 발생한 지진 현장에 투입되면서 이재민 진료에 요긴하게 활용됐으며,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에 대해 “지진피해를 입은 분들이 상심이 크실 텐데, 멀리서 찾아오셔서 구강 진료를 해주시는 데 대해 정부를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하기도 한 바 있다. 

김철수 협회장은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협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던 차에 북한 선수단에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동진료버스 급파를 결정했다”면서 “치과치료 장비가 완비돼 있는 이동진료버스를 통해 진 옥 선수를 치료함으로써 남북 단일팀의 경기력에 일조했다는 사실을 매우 보람 있게 생각한다. 치협은 앞으로도 남북 화해의 마중물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치협은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조성되고 있는 치과진료소의 안착을 위해 ㈜오스템 측과 함께 유니트 체어, 치과 기자재, 내부 인테리어 등을 지원하고 국가대표 선수들의 구강건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치협과 함께 진료를 진행한 권긍록 스포츠치의학회 회장은 “그동안 태릉선수촌 진료소를 운영하면서 치과치료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꾸준히 관찰했다. 치협의 지원으로 진천선수촌에 진료소를 개소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스포츠 분야에서 치의학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치과의사의 자긍심이 고취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스포츠치의학회는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내 메디컬센터 2층에 조성되고 있는 치과 진료실을 책임 운영하면서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강릉 · 관동 하키센터와 평창 폴리클리닉(선수촌 진료소)을 맡아 올림픽 기간 동안 치과의료 지원에 나서고, 향후 지속적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구강건강을 돌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