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저, 제대로 알고 있는 것 맞나요 ?-Leandro Erlich의 보는 것의 진실展

스펙트럼

트릭아트란 이름 그대로 환영과 미술을 접목하여 미술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예술의 분야이다. 트릭아트는 따라서 사람들이 미술전을 쉽게 접하게 하기 위해 많이 쓰이는 분야이다. 하지만 그런 트릭아트에서도 Leandro Erlich라는 굉장히 철학적인 색채를 가진 거장이 있다.
 
이 전시회는 여러 섹션으로 구분되어서 작품들을 소개하는데, 그 작품들의 주제는 모두 비슷하다. 전시회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가 보는 것은 순수한 진실이 아니라 왜곡되거나 일부의 진실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트릭아트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주제다. 하지만 전시회를 볼 때 별 생각이 없었던 내가 갑자기 크게 흥미를 가지게 된 작품이 있었는데 이는 ‘classroom’ 이라는 작품이다. 그 작품의 설명은 참고하지 않은 채로 바로 교실로 들어갔는데 그 교실이라고 하는 공간에 들어간 순간 교실안의 전신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유령 같다’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또한 버려진 교실 공간에서의 분위기, 교실 구성 등의 자연스러운 연출로 내 스스로가 ‘유령 같다’라는 느낌이 들게 하게끔 굉장히 사실적으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꿈보다 해몽이라 했던가. 이 ‘classroom’ 작품의 설명을 보고 나는 꽤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작가가 특수하게 조작된(하체가 보이지 않는) 유리를 자신을 보는 ‘시각적인 매체로 사용함으로써 버려진 교실 공간을 잘 느끼고’ 그 공간에 앉아 ‘버려진 교실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스스로의 기억을’ 되돌아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유령스러움(?)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작가가 의도한대로 느끼게 되었던 그 모든 것이 굉장히 크게 와 닿았다.

보통의 트릭아트라 함은 평면, 공간 도형, 그림 등을 이용하여 어떤 것을 볼때에는 여러 가지 시선을 가질 수 있다는 뻔한 레퍼토리의 주제와 함께 우리의 뇌가 어떻게 그런 왜곡된 현상을 인식하는지의 관점에서의 분석에 그친다. 그에 비해 ‘classroom’을 통틀어 Erlich의 모든 작품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왜곡된 사실을 보고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는지를 느끼게 하기 위해 치밀한 시나리오를 짜고, 자연스러운 연출에 심혈을 기울여 마지막으로 진정으로 스스로 느끼게 하는데 온 힘을 쏟아 붓는다. 즉, 우리가 ‘오해’를 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게 한다. (그만큼 ‘오해’란 미술작품을 보는 것처럼 너무도 빈번하게,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오해’인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작가의 후문이다.) 내가 이 작품과 작가를 높이 사는 이유는 그런 ‘오해’를 ‘이해’시키는 방식의 참신함에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스스로가 ‘오해’를 하고 있음을 이해시키긴 어려우며, 그러한 ‘오해’를 버리게 하기는 더 어렵다. 하지만 Erlich는 기존의 트릭아트의 그런 한계점을 극복하려 한다.

내가 치의학을 배우는 치과대학생이어서 그런지 이 전시회는 나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방식에 항상 물음표를 달고, 그것이 얼마나 허상일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말하는 그는 평생토록 주어진 사실을 단순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또한 그래왔던) 나와는 너무도 이질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인터뷰 중에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말을 한다.

“본질을 이해하는 방식중에 창의력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의 미래는 그 창의력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따라서 나는 나의 창의력과 그것의 표현에 있어서 책임을 느낍니다.” 자신의 인식방식 자체에 책임을 느낀다는 Erlich. 그가 얼마나 끝없는 사색을 하는 예술가인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나는 얼마나 철학없는 생각만 하고 사는지 더 크게 와 닿는 것 같아 전시회를 다 보고 나서도 그에 대한 경외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준엽 학생 원광치대 본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