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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노스의 관상학적 의학

고대 그리스에서 의학과 철학

《관상학》이란 작품을 남긴 폴레몬보다 반세기쯤 뒤에 살았던 의학자 갈레노스(Galen; 129-216년경)는 영혼의 힘이 신체에 결부되었다고 믿었다. 관상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새로운 소피스트들의 활동의 중심지였던 스뮈르나(smurna)에서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체류했던 동안에 고무되었다. 이곳의 지도자 역할을 하던 사람이 웅변가이자 관상학자로 알려진 폴레몬이었다.

갈레노스는 폴레몬에게서 수사학을 배웠으며, 나중에 수사학 이론을 의사 훈련의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의사였던 갈레노스의 의학에 관련된 많은 저작들은 심리적인 것과 도덕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의 의학 저술들의 주된 관심은 의학 문제들과 더불어 인간의 성격과 신체 외관의 관계에 대한 해명이었다.

갈레노스의 관상학 지침서인 작품의 제목은 ‘영혼의 능력은 신체에 따른다는 책’(Biblion hoti tais tou somatos krasesin hai psuches dunameis hepontai)이다. 그는 ‘신과 같은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한다(Prognost. de Decubitu, ed. Kuhn; 4.797-798). “관상학의 지식 없이 의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그 판단은 어둠 속에서 헤매이면서 씨를 뿌리는 것이다.”  

갈레노스가 의학적 징후들과 관상학적인 생각을 혼합하고 있는 예는 이런 것이다(Ars Medica, 10). 심장의 물리적 더워짐은 어떤 특정한 징후들, 즉 호흡의 깊이, 맥박의 속도와 빈도수, 행동에서의 대담함과 무모함으로써 표시된다. 지나친 열이 지배한다면 분노와 미침, 무모함이 생겨나고, 이러한 사람에게서 흉곽은 털이 텁수룩한데, 특히 가슴과 심장 가까운 부분이 그렇다. 갈레노스는 의학적인 물질적 진단 자료를 관상학적 생각과 혼합하고 있다. 요컨대 신체의 물리적 현상과 심리적 현상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이 두 요소는 인간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는 기본적 토대였다. 그는 인간의 외양으로부터 인간의 성질을 면밀하게 관찰할 것을 요구한다.

갈레노스는 관상학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체액 이론을 내세웠으며, 인간과 동물의 외형과 본질의 비교를 받아들였고, 인종에 근거한 관상학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이처럼 우리는 갈레노스에 대해 인간과 환경의 관계, 환경에 의해 영향 받는 체액 이론, 이것이 다시 인간의 외양과 본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 등에 대한 종합적 견해를 내세운 사람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체액 이론을 비롯해, 신체의 크기와 관련해서 균형과 중용 이론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는 그를 ‘아리스토텔리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는 영혼에서 중간의 상태가 최선이라고 말한다. 이런 사람은 친절하고, 애정이 있으며, 사려가 깊다. 신체상의 탁월함과 영혼의 덕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은 외형적으로도 좋은 색깔, 고르게 숨쉬고, 부드럽고 수북한 털을 가진 피부, 어둡지도 않고 밝지도 않은 피부색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갈레노스를 관상학의 분야에서의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인간과 동물의 비교를 신체에서의 체액 이론과 기술적으로 결부시켰던 최초의 학자로 평가할 수 있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재홍 연구원
숭실대학교 철학과 대학원·박사 졸업
캐나다 토론토대학 고중세철학연구소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가톨릭대학 인간학 연구소 전임연구원
충북대학교 철학과 초빙교수
관동대학교 인문대학 연구교수
전남대학교 사회통합센터 부센터장
현) 정암학당 연구원(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