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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치과위생사가 됐어요”

아버지 치의, 부인·딸·아들 치과위생사
일산 오갑용 원장 ‘덴탈 패밀리’ 화제


처음에는 아버지가 치과의사, 딸이 치과위생사였다. 얼마 전 어머니와 아들이 동시에 치과위생사가 됐다. 그렇게 ‘치과 가족’이 오롯이 탄생했다.

경기도 일산 백석역 인근에서 개원하고 있는 오갑용 원장(아나파치과의원) 가족의 ‘히스토리’가 세간에 화제다.

지난 1월 24일 발표된 제45회 치과위생사 국가시험 합격자 명단에 사상 최고령(59세)으로 이름을 올린 김향미 씨가 바로 오갑용 원장의 부인, 동시에 합격한 오장원 씨는 그의 아들이 된다.

이미 결혼을 해 천안에 내려가 있는 딸 오미애 씨 역시 현직 치과위생사로 일하고 있어 온 가족이 명실공히 ‘덴탈 패밀리’로 거듭난 셈이다.

오 원장의 부인이 지난 2016년 경동대 치위생학과로 편입, ‘만학도’의 길로 나서게 된 까닭은 바로 아들 장원 씨 때문이다. 10여 년 동안 호주에서 유학을 하다 군 복무를 마친 아들이 경동대학으로의 진학을 결심했고, 아들의 적응을 염려한 어머니가 아예 서울 홍은동 집을 떠나 강원도 문막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내처 편입까지 함께 한 것이다.

지난 1일 치과에서 만난 김 씨는 “외워야 하는 용어가 워낙 많아서 돌아서면 잊어버릴 정도였다”면서도 “나이 탓을 하기보다는 모르는 건 다시 아들이나 주변에 물어가면서 필사적으로 매달렸다”고 지난 2년간의 학창 시절을 되새겼다.

# “치과가족이어서 우리는 행복”

아들 장원 씨는 “호주에서 유학할 때 남자 간호사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전문직으로서 굉장한 신뢰감이 느껴져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귀국 후 치과 쪽에서 역할을 찾다가 치과위생사라는 진로를 선택하게 됐다”며 “2년 간 어머니와 함께 학교를 다녀서 불편하기 보다는 함께 공부하면서 동기부여도 됐고 오히려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더 큰 꿈을 위해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오는 4월 대학원에 진학, 공부를 계속하면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해 궁극적으로는 교직에 몸 담고 싶다고 귀띔했다.

모자가 자리를 비운 2년여 동안 ‘기러기 아빠’로 지내 온 오갑용 원장은 “가장 불편한 건 아침을 혼자 먹어야 했다는 것”이라고 웃은 뒤 “사실은 내 여동생도 치과위생사고 지금도 현직에 있다”고 소개했다.

오 원장은 “평소 딸이나 아들에게 진로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적이 없다. 치과위생사의 길을 가게 된 것도 결국 본인들의 선택이기 때문에 존중한다”면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아내나 가족들이 함께 있기 때문에 이제 걱정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퇴직이 잦은 직원 문제로 평소 고민이 많았는데 치과에 오는 환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보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층 마음이 편해졌다”며 “또 자주는 아니지만 의료 봉사를 갈 때도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해 줄 동반자가 생겼다는 점에서 반갑다”고 덧붙였다.

가족 모두가 ‘치과인’이 된 지금, 오 원장 가족의 일상은 치과에서 시작해 치과에서 매조진다. 그래서 든든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