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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추억 - 세 번째 이야기

스펙트럼

전혀 다른 두 군데에서의 생활을 마친 후 도착한 새로운 곳. 청주는 느껴보지 못한 또다른 추억을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충북의 도청 소재지답게 도시다운 모습을 갖춘 이곳은 생활하기에 불편하지 않을정도로 모든 것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한편으로는 도시에 살 때 받을 수 있는 답답함보다는 좀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청주는 4개의 구로 이루어져 있어 그 중 한 곳의 보건소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구’ 라는 행정단위를 몇 년 만에 다시 들어보게 되어 새삼 도시에 왔음이 다시 느껴졌다. 일하게 된 곳의 뒤쪽에는 아담한 동산이 하나 있었는데, 수암골 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청주 시내 전경을 내려다보기에 좋은 곳이었다. 특히 밤이 되면 청주시내의 야경을 볼 수 있어 더욱 알려진 곳인데 수암골 전망대 주변으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다. 그렇게 야경을 감상한 후 멀리서 보았던 시내의 번화가들을 직접 한번씩 찾아가보는 것도 도시에 있게 된 재미라고 할 수 있었다. 근교에 이용하기 편리한 공항이 있는 것도 흥미로웠고, 새롭게 조성된 과학단지 등도 계속 발전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면 단위로 구성되어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되어 지금의 행정구역을 이루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교외로 나가면 한적하고 평화로운 경관을 유지하고 있는 곳들이 많이 있다. 길을 따라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보면 역대 대통령들의 별장으로 사용되었던 청남대가 자리잡고 있다. 청남대는 제5공화국 때 지어져 2003년 전면 개방되기 전까지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사용되던 곳인데, 대통령 별장답게 관리가 잘 되어와서 조용하고 아늑한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조금 더 내려가 대전과의 경계에 다다르면 금강 본류를 가로지르는 대청댐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찾아가서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넓은 강과 호수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쉬어가기 좋은 곳으로 느껴졌다.

보건소에서의 업무는 다른 곳에서와 비슷하게 외래 진료와 초등학교 출장 사업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제 다른 지역에서의 경험으로 어느정도 익숙해진 일이라 힘든 점 없이 무난하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공중보건의 마지막 해에 회장을 맡게 되면서 보건소에서의 일보다는 회무 때문에 더 바쁜 한해를 보내게 되었다. 주로 공중보건의 처우 개선이 중점을 두는 사안인데, 여러 정부 부처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들이 많아 결과가 쉽게 바뀌지 않고 매년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도 좀 더 의미있게 일을 해보고 싶어 홈페이지 개선 등을 통해 회원들의 많은 의견을 모으려 노력하였고, 덕분에 각종 사업이나 주최하는 행사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어 학술대회나 박람회 등이 이전보다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또한 각 지역에 퍼져있어 서로 직접 만나기 어려운 공중보건의 사정을 고려하여 함께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대회들을 새로 유치하였고, 복무만료 예정인 공중보건의의 진로개선을 위한 사업을 치협과 함께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해 보았다.

세 번에 걸친 이 글을 마무리 하려니 어느덧 공중보건의 생활이 끝나가는 것이 실감이 난다. 이제 한 달 정도의 기간이 남았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새삼 신기하기만 하다. 학교에 다닐 때는 평생 학생일 것만 같았듯이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이 생활을 마무리하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새로운 시작은 늘 그렇듯 설레기도 하면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세 가지 추억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들을 발판삼는다면 옳은 길로 걸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준 전 회장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