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금연치료 우수기관

금연치료노하우 나누기<7>차순황 위원/치협 대외협력이사

“원장님은 담배 피우세요?”
4회차 금연치료를 진행 중이던 환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적잖게 당황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약을 먹어가며 호기롭게 금연 중이던 환자의 눈에는, 이 쉬운 금연을 왜 못하냐며 다그치는 원장이 원망스럽게 보였던 것일까?

어느덧 중장년의 나이가 될 동안 사실 난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다. 철없던 고3 시절 공부하겠다며 친구들끼리 머리를 빡빡 밀고 지금 모습을 남기자며 학교 구석 소각장에서 떨어져 있던 담배꽁초를 주워들고 사진 한 장 찍었던 게 기억의 전부일까?

아~ 대학 시절 담배를 피우던 여자친구를 금연시키려고 한동안 담배를 같이 핀 적이 있었지… 그땐 너무 머리가 아파서 여자친구의 금연은 고사하고 결국 헤어졌던 기억 정도… 환자의 질문에 이내 난 부끄러워졌다. 자신의 고통을 이해 못하며 너무 쉽게 금연을 못하냐고 다그치는 날 원망할 만도 하겠다 생각했다. 어쩌면 아직까지 엔도 한 치아 하나 없이 살면서, “조금 아플 겁니다”라며 엔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이제는 담배도 피운 적 없으면서 환자의 고통을 다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금연치료까지 하고 있다니… 아이러니다.

더군다나 우리 치과는 2년 연속 금연치료 우수기관 표창까지 받았는데 말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매년 ‘금연치료 협력 우수기관’을 선발하는데, 그 기준은 ‘병의원 금연치료사업’의 금연치료 참여인원 및 프로그램 이수 건수를 40:60 비율로 하여 합계가 높은 기관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치, 의과 통틀어 전국 약 8,000여 개의 금연치료사업 참여 병의원 중 단 365개 기관이 선정되며, 이후 안내 공문이 오면 상패 또는 현판을 선택하여 받을 수 있다. 우리 치과는 오피스 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로, 인근에 직장인들이 많아 금연 환자가 많은 편이다.

2015년 금연사업을 시작한 초기에는 금연치료를 위해, 치과를 찾는 신규 환자 유치에 도움이 될까 하여 금연치료를 위한 준비를 많이 하였다. 정부에서 주는 자료 외에도 시판되는 약재의 설명서를 요약하여 작용기전과 부작용 용법에 대한 자료를 만들었다. 신경정신과 증상과 부작용에 대한 대비로 부족하지만 환자의 심리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검증된 심리평가지와 접수 직원의 문진으로 금연을 원하는 환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준비했다.

총 6회 12주간의 금연치료기간 동안 첫 상담은 도전자의(환자가 아니라 도전자라 칭한다) 금연에 대한 의지 정도의 급수를 매기고 현재 육체적, 심리적 상태의 안정성을 파악한 후 적절한 금연방법을 결정하고 금연방법의 숙지와 부작용 용법을 설명한다. 2주차는 선택한 금연 방법에 대한 부작용 여부와 사전 투약을 잘 이수하였는지를 파악한 후 본 투약의 시작을 결정한다.

3주차는 부작용 여부와 치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의 설명과 함께 치과치료를 권하고, 금연 환경 개선을 위해 상담한다. 4주차와 5주차는 부작용 체크 및 금연유지를 위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에 대해 같이 상의한다. 6주차는 마지막 단계로 금연 유지를 위한 격려와 치과치료 과정으로 넘어가기 위한 필요성을 설명하고, 주변의 다른 흡연자에게 금연을 권하도록 요청하며 마무리한다.

아마 많은 치과의사들이 궁금한 점은 “과연 금연 사업을 함으로써 치과의 수익에 도움이 될까?” 가 아닐까 싶다. 결론부터 말하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다. 전략적인 접근이 뒤따르지 않고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3년 이상 금연치료를 시행해본 결과, 금연을 위해 치과를 찾는 사람들의 특징은 금연 의료기관은 금연치료를 받기 위해 선택한 의료 기관이지, 자기가 치료받는 치과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초기 상담 시, 금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치아 표면의 니코틴 제거를 위한 전략적 스케일링 권유마저도 동의율이 20%가 되지 않는다는 결과에 절망감을 느꼈었다. 금연을 위해 치과를 찾는 사람들의 눈에는 치과의사가 아닌 금연상담 가이드로 보일 뿐이다.

물론 금연 치료를 시작한 뒤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이 90도 인사 후 밝게 웃는 모습을 보일 때면 돈 몇 푼보다 내 맘에 더 큰 보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힘들게 금연사업을 치과영역으로 끌어들인 이상,  통장에 몇 만 원 찍히는 금연치료 지원금으로 만족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금연 치과 우수기관이 단순히 환자 수나 성공률의 숫자 노름으로 끝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의 경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금연치료를 하며 환자를 만나는 12주의 기간 동안, 금연 성공과 함께 상호 간의 신뢰관계를 통해 치과 치료의 연장을 자연스레 이끌어 내는 치과가 금연치료 우수기관 치과인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차순황 위원/치협 대외협력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