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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적수

Relay Essay 제2281번째

등산은 1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완등 그 자체가 목표다.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하면서 시간을 재거나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등정 그 자체만으로 정직하고 세계적인 뉴스이며 자신에게는 금메달이다. 그래서 나는 1등이 없는 등산을 무척 즐기고 좋아한다. 이와 비슷한 스포츠가 있다. 마라톤이다. 마라톤에 참가하는 많은 선수들을 보면, 순위보다는 자신을 극복하면서 완주했던 기록 자체가 커다란 상인 것처럼 보인다. 등산이나 마라톤은 결국 경쟁자가 자신이라는 것이다. 비록 한 번도 마라톤을 뛰어본 적이 없지만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는지는 알 것 같다.

평창동계 올림픽… 짜릿하고 화려했던 축제가 막을 내렸다. 매체마다 모두들 친절하고 안전했던 성공적인 올림픽이라고 칭송하여 나 또한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움을 가진다. 다만 누가 금은동 3종의 색만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영광을 주었는지는 다소 아쉽다. 모든 것을 실력으로 평가하는 것이니 만큼 여기에 이의제기를 한다기보다는 상을 받지 못한 많은 선수들에게는 자신을 극복했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대한민국 짝짝짝. 그런데, 올림픽게임 후반기로 들면서 개최국 한국에 발생한 옥에 티는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경기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이 올림픽 게임이 종료된 지금도 기자회견을 주고받으며 진실게임으로 치닫는 중이다.

도제식 교육이 매우 큰 영역이라서 누구는 파벌싸움이라고 하고, 누구는 강압적인 희생이 필요한 1등 밀어주기 게임이라고도 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구체적인 내막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스포츠 정신이란 경기 중에는 편법이나 반칙이 없이 공정하게 경쟁하며, 경기 후에는 결과에 승복하고 다시금 우정을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팀웍이 아닌 팀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스포츠정신에 어긋난 것이다.

매스스타트 게임이라는 기묘한 방식의 게임에서도 한 개인의 희생을 담보로 가져온 금메달이 무조건적으로 자랑스럽지는 않아 보인다. 결코 이것을 스포츠정신의 하나로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경기 중에 일반인들에게 보이지 않는 손들로 인하여 반칙되는 순간은 아마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본래 천성이 비난이나 남욕을 못하는 성격이라 글을 쓰면서 스스로 이 글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느껴보지만 최근 불거져 나온 문제들이 비록 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깔린 반칙 때문에 조금 더 글을 끌어본다.

지하철에서 줄을 서지 않고 문이 열리자마자 먼저 타버린 사람은 좌석에 않을 확률도 높지만, 줄을 선 사람은 심지어 해당 전철을 못탈 수도 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실력보다도 좋은 기회를 얻어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많은데, 기회에다가 보이지 않는 반칙까지 사용된 결과라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거짓과 반칙으로 나를 앞서갔다면 그는 더 이상 나의 적수가 아니다.

비록 스포츠가 아닌 일상의 삶일지라도 반칙없는 세상이 밝은 세상이다. 미투운동이 한창인 도제식 교육이 강한 예술계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거짓과 반칙하는 사람들이 드러나고 있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 의료계도 한번쯤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나의 적수는 반칙이기 때문이다. 

박용덕
 JTBC 공정방송위원 및 대한미래융합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