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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 사람

Relay Essay 제2282번째

얼마 전에 읽었던 책에서 본 말이 있다.
사람들은 다들 마음 쉴 곳이 필요하다고.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그 목적이 있을 텐데, 학생인 우리는 옆에 있는 서로를 또한 한 명의 사람으로 보고 있을까?

처음 이 길을 걷기 시작할 때 문득, 왜 이렇게 서로를 할퀴는지 궁금했었다. 왜 화를 내며 일을 가르쳐주려 할까, 모르면 알려주면 되는데 어째서 저렇게 서로에게 면박을 주려고 할까,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화를 낼 수 있는 걸까? 군대에서의 생활이 기시감 있게 떠올랐다. 그때엔 사람의 삶의 방식까지의 호기심은 없었는데, 사회에서도 반복되니 궁금해졌다. 나름 오랜 시간을 관찰해보니, 사람들은 어떤 구조나 관계에 익숙해졌을 때, 서로를 변화할 수 있는 존재라기보다 어떤 관념 같은 존재로 고정시키려는 것 같다. 이 사람에게 친절하게, 그 사람이 기뻐할 수 있게, 감정의 공유나, 서로의 좋아지는 점을 목표하기보다 이 일을 해줄 사람, 이렇게 대해도 될 사람, 이런 사람.

어떤 의미로는 사람 간의 관계가 깊어지며, 정해지는 많은 거리와 선들일 수 있으나, 서로가 처음 본 남만도 못한 관계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본보기를 삼으려 하거나, 작은 일에도 복수를 계획하거나, 부풀려서 소문을 내는. 이런 현상에는 힘든 근무여건과 저항할 수 없는 권력이 배경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근무 여건의 개선은 경영이나 법리적인 쟁점이 있는 문제인 것 같아 저항할 수 없는 권력에 대해 생각해본다.
‘저항할 수 없는 권력’, 나는 이 단어에서 주는 의미 자체부터가 부정적인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겠지. 상대의 자유 의지를 빼앗을 수 있는 강제력의 필요성은 긴급한 상황에 한정하여서는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외의 모든 경우엔 자유로이 양도한 만큼의 권한 이행 정도만 타당하지 않을까?

권력 관계를 줄여가는 과정은 각기 속도는 다르지만 많은 사회 권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곳에서도. 그래서, 강제력까지의 권력 관계를 다 같이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분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언제나 변화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권력 구조를 줄이는 것을 돕거나, 서로에게 불편함을 주는 행동을 막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의미 있을 것 같다.

예로, 서로를 흉보면서까지 하던 동아리 홍보나, 행사 참여, 인사의 강제 등의 학생 간 문제와, 업무 관계에 있는 폭력적인 행태 등이다. 폭력적인 행태는 더 공격적이거나 강제하고 타인에게 불편한 모습을 보여서 난 이런 사람이니 모두가 내 말, 내 집단을 더 영향력 있게 보고 듣길 바라던 모습이다. 이것에 의해 이득을 보면서 그런 반사회적 행동을 반복 강화하게 되어 점점 더 안좋은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 게다가 불편한 일임에도, 먼저 돕겠다며 나섰던 사회적인 이들까지, 남에게 친절한 사람이 손해를 보고 공격적인 이들이 이득을 보게 됨을 알고 난 후 더 공격적으로 변화하는 일들도 자주 발생하니 이런 불친절함을 통한 이득을 끊지 않으면 서로에게 친절이 피어날 수 없을 것 같다.

폭력적인 행동보다 친절을 보였을 때 더 보상을 받는 관계가 많아진다면, 그 악순환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때 모두 냉대와 무시로 대답한다면 그런 감정 조절과 표현방식의 문제점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친절하고 서로에게 이기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고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세워진 날에 서로 상처받지 않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날 수 있겠지.

서로가 동료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사람이고 난 후 의사로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해주고, 마음 쉴 곳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일단 나부터.

국형용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