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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만 해도 두꺼운 코트를 입고도 덜덜 떨었는데, 날이 풀리나 싶더니 이번 주말에는 외투나 재킷을 걸치지 않아도 될 만큼 따뜻한 봄 기운이 만연하였습니다. 며칠 따뜻하더니 오늘은 촉촉하게 봄비가 마른 땅과 하늘을 적셔줍니다. 봄비를 맞고 돋아날 초록색 부드러운 새싹들을 만나러 아이의 손을 잡고 가까운 공원이나 강변으로 산책 나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이와 봄은 참으로 닮았습니다. 싱그러움이 닮았고, 보드랍고 따뜻함이 닮았고, 우리의 마음을 포근하게 채워주고 들뜨게 만드는 점이 닮았습니다.

아이는 봄과 같아서 아직은 미약한 움직임이지만 오늘보다 내일이 더 활기찰 것임을 기대하게 만들고, 또 이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늘보다 나을 내일을 기대하며 잠에 드는 일은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자라서 여름처럼 온 세상을 삼킬 듯 뜨겁고 자신만만한 청년이 될 것입니다. 그러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다시 본인을 닮은 예쁜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룰 것입니다. 청년은 나이 들어 가겠지만 분신과 같은 아이가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본인이 늙어감을 잠시 잊고, 봄과 같고 여름과 같았던 자신의 청춘을 아이 옆에서 다시 느끼게 될 것입니다.

봄과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듯 어느 누구도 세월을 비켜갈 수 없고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다행히 우리는 우리의 분신을 통해 영원히 젊음을 사는 축복을 얻었습니다.

저도 어느새 졸업한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올해 졸업하고 면허를 딴 후배들을 보면 그 생명력이 부럽다 못해 샘이 날 지경입니다. 힘들고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치과의사라는 이름을 따낸 그 때는 세상이 내 것 같은 착각도 듭니다. 조금 더 일찍 면허를 딴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조언은 후배님들은 이제 겨울 싹을 피웠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어두운 땅 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싹을 피워 땅 위로 올라와 햇볕을 쬐며 안도감을 느끼고 있을 수 있지만 열매를 맺기 까지는 아직도 많은 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후배님들 중 몇몇은 꽃을 피워보지 못하고 꺾이거나 시들기도 할 것입니다. 모두를 온실의 화초처럼 벌레를 막아주고 깨끗한 물에 좋은 영양제 먹여가며 키워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의 치과계가 그리 녹녹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치과계도 절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기온 15도, 바람 약간에 부슬비의 똑같은 날씨라도 봄비와 가을비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이 다른 것처럼 치과계가 성장하던 시기를 함께하는 마음과 점차 시들어가는 시기에 들어와서 함께 하는 마음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대와 다른 상황에 마주하며 환상이 깨지고 현실을 부정하고 남을 탓하다가 포기하고 수긍하다 보니 어느 새인가 저도 오늘날 모습에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누군가의 선배가 되어버렸습니다. 저희 때는 선배님들이 만들어놓은 황금기를 보며 학창시절을 보냈기에 모두가 자신 넘치고 꿈에 차있었습니다. 시대가 변하긴 했지만 너무 빨리 현실을 알아버린, 현실과 타협한 조금은 자신 없는 후배님들의 모습을 보면 속이 상하고 선배로서 미안할 뿐입니다.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젊기 때문에 힘을 내야 합니다. 여행은 출발 직전이 가장 즐겁고 설레고, 등산은 정상에 올랐을 때보다 정상의 모습을 상상하며 올라가는 과정이 가장 즐거운 것처럼 후배님들은 오로지 올라가는 일만 남은 인생의 2막이자 치과의사라는 여정의 출발선에 서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이룬 선배들보다 더 아름답고 가치가 있습니다. 생명력 넘치는 후배가 멋진 치과의사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일입니다. 후배님들의 그러한 모습이 선배님들에게도 활기를 주고 그 생명력이 치과계가 계속 젊음을 유지하며 성장해나가게 만드는 봄비 같은 존재가 됩니다. 치과계에 봄비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고진선처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강희
연세해담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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