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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 된 강마을에서 쉼표 눌러보기!

중국 귀주성 걷기여행(上) 토성고진과 병안고진


여행은 쉼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소개하는 두 곳은 쉼표 꾹 눌러찍고 쉬어가기 좋은 중국 귀주성(貴州省)의 오래된 강마을들입니다. 이 마을들은 토성고진과 병안고진이라고 불립니다. 고진이란 오래된 마을을 뜻하는 중국식 표기이죠.


둘 다 2천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가진 곳들인데요,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물론 중국에서도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네요. 오지라고 하기에는 둘 다 교통이 좋고, 한 곳은 국가에서 규모 있게 관광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곳곳에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서인지 오랜 삶의 방식을 건드리지는 않더군요. 오래된 것들은 특별히 멋 부리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토성고진 다녀온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토성고진 - 타철화(打鐵花)에 혼비백산하며 깔깔깔!

한국에 알리고 싶은 명소들이 있다는 연락을 중국 귀주성 적수시(赤水市)관광한국사무소에서 지난 달 받았습니다. 중국은 버스로 5시간 이상 움직이는 일이 다반사여서 버스 이동시간을 물었더니 중경공항에서 적수시로 3시간 이동하는 게 가장 긴 이동이라고 하네요. 곧바로 네 명의 답사팀을 꾸려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토성고진은 기록 상 기원전 111년 한나라 때 처음 형성된 마을입니다. 명나라 초기에 길을 닦다가 진흙으로 지은 가옥과 성벽 유적이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토성(土城)으로 불리기 시작합니다.

오래전부터 수륙교통의 요충지여서 상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는데요. 당시 형성된 독특한 문화가 18방이라고 하는 열여덟 종류의 주요 품목별 상인조합입니다. 수십 년 전만해도 일부 상인조합이 있었다고 하고, 지금도 18방에서 현역으로 활동했던 분이 94세로 생존해 계셔서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토성고진의 첫 인상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오래된 민속촌 같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 주민들이 색동옷을 입고 공터에서 저녁공연 연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마치 학예회에 나가는 어린아이들처럼 말이지요. 주민이 2만 명이나 된다니 거의 소도시급이지 않나 싶습니다. 옛 거리 산책을 다니는데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갈한 것이 좋았습니다.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이방인들이 돌아다녀도 지역주민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진을 찍어도 무심하거나 웃음으로 사진 찍어도 좋다는 의사표현을 해줍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세 가지 특별공연을 하는데 이게 꽤 볼만합니다. 오후 7시30분에 큰 규모로 지어진 야외공연장에서 지역주민들이 다섯 가지 공연을 합니다.

리고 오후 8시에 지금껏 본 공연 중에 가장 엽기적인 타철화(打鐵花)가 적수하 강가에서 열립니다. 말 그대로 쇠를 쳐서 꽃을 피운다는 뜻인데요. 적신 버드나무 바가지에 고온에 녹인 쇳물을 담고, 그 바가지를 방망이로 쳐서 쇳물을 공중에 뿌려 화려한 불꽃을 밤하늘에 피워냅니다. 머리 위로 벌겋게 달아오른 쇳물이 수시로 날아오는 통에 사진 촬영을 하다 여러 번 혼비백산 했답니다. 실제 그 불꽃을 맞았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살짝 따끔한 수준이라 화상을 입을 것 같지는 않다네요. 중국의 무형문화재이기도 한 타철화 공연은 관람자에게 복을 가져다 주고 사업을 번창하게 해준다는 좋은 뜻도 갖는답니다. 타철화가 끝나면 강 건너 산까지 온통 불을 밝히는 꽤 큰 규모의 레이져쇼가 밤하늘을 수놓습니다. 

공연이 다 끝나면 건물 전체가 황금처럼 빛나는 경관조명 거리를 지나 홍등이 은은하게 옛거리를 비추는 마을골목길을 산책할 수 있습니다. 집 밖에 내 놓은 나무의자에 앉아 옆집 주민과 한담을 나누며 유유자적하는 모습은 바로 얼마 전 우리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어서 정겨웠습니다. 

병안고진 - 덩달아 마음이 푸근해졌던 골목


토성고진에서 적수하를 따라 40km 정도 내려가면 강 옆으로 곧 허물어져도 이상하지 않을듯한 낡은 목조 살림집들이 5~8층 높이로 어깨를 맞댄 채 산비탈을 꼭 붙들고 솟아 있습니다. 이 건물들은 강 옆의 커다란 너럭바위 군집 위에 지어져서 실제보다도 훨씬 더 높아 보입니다. 이 마을도 적수하를 오가던 작은 화물선들이 머물며 짐을 풀어놓던 포구였는데, 토성고진보다 많이 작습니다.

병안고진이 관광지로 이름을 얻은 것은 1934~1935년에 마오쩌둥이 이끌던 8만 명의 홍군(공산군)이 추격해오는 장제스의 국민당군과 싸우며 18개 산맥을 넘고 24개 강을 건너며 이룩해낸 1만5천km의 ‘홍군대장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홍군은 적수하를 네 번 건너는데 그때 병안고진의 사람들이 홍군을 보호해 주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홍군대장정 유허지들을 찾아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홍군대장정이 어찌되었든 제 눈에 비친 병안고진은 그저 정감어린 옛스런 강마을이었습니다. 작은 골목에 식당과 토산품점이 즐비해도 호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토성고진과 마찬가지로 사진 찍는 것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어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인 마을입니다. 넉넉한 인심과 더불어 그들의 표정에서 삶의 여유로움이 보여서 저도 기분이 편안해졌습니다. 강 맞은편으로 찻길이 있어서 100m가 넘는 큰 출렁다리(홍군교)를 지나야 마을을 오갈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여행기는 ‘발견이의 도보여행 http://MyWalking.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취재협조: 중국 적수시관광 한국사무소(뚱딴지여행): http://ddjts.com



윤문기 걷기여행가, 발견이의 도보여행 ‘MyWalking.co.kr’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