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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입

스펙트럼

서울시 동작구 이수역….
이 곳에서 나는 9년째 개인 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태어난 곳도, 본가 있는 곳도 이 곳이고 심지어 3년 전까지 이수역 근처 오피스텔에 살았는데 그 자리는 내가 태어난 산부인과가 있던 자리였다. 그래서 가끔 농담으로 “전 제가 태어난 곳에서 살고 있어요”라고 말했었다. 회귀본능만 따지면 어떤 동물보다도 더 정확히 말이다.

이 지역의 특징이 있다.
이 곳은 이상하게도 한 번 들어오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잘 안가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친구들의 부모님들도 상당수 여기에 살고 계신다.
치과에 환자로 온 분들도 얘기를 하다보면 어렸을 적 윗동네 골목 사시는 분들 친구 부모님, 옆집 살던 동생 등 시골 ‘리’단위에서나 있을법한 일들도 가끔 겪는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골목 어디어디까지도 손바닥 보듯이 잘 알다보니 맛집 추천에 대한 질문도 가끔 듣는다.
또 방송 맛집 프로그램에 이 동네 음식점이 나오면 거기 정말 맛있냐고 같이 가자고 하는 부탁도 받는다.
아무 생각 없이 점심 먹으러 가던 식당이 방송에 나와서 줄서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사실 달갑지는 않다.
나만 소유하고 있던 것을 뺏긴 느낌보다는 내 생활 속의 불편함이 한 가지가 더 생겨서 인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그 음식점에 방문했을 때 예전의 정겨움을 느낄 수 없다면 그런 느낌은 더 커진다.
방송 출연, 고객 증가, 직원들 그만둠, 사장님과 가족들이 나와서 일하고 힘듦… 이런 사이클로 빠져 들어간 맛집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

블로그나 SNS에 맛집이라고 갔는데 맛이나 서비스가 형편 없다는 등의 글들을 보면 마음은 더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맛집이나 좋은 장소에 대한 물음이 오면 맛이나 서비스는 좋은데 알려지지 않은 곳들을 추천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 곳도 알려져 사람들이 붐비겠지만 내가 갈 때마다 손님이 없어 문 닫는 상황보다는 나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침 출근길에 먹자골목을 가로질러 오는데 1년도 안되어서 인테리어를 철거하고 다시 인테리어를 하는 광경을 보면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
1년도 못하고 장사를 접는 사장의 마음,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과정에 겪을 어려움에 대한 사장의 마음….

나 또한 자영업자다 보니 감정이입이 되는 것이다.

출근길 또 하나의 철거되고 있는 가게를 보면서 무거워지는 마음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진균
페리오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