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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더디게 온다

시론

겨울은 춥고 길며 모든 활동을 멈추게 한다. 그래서 겨울은 외롭고 절망적이며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을 갖게 한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지만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한파특보에, 최강 한판에, 강은 물론 바다까지 얼어붙기도 했다.  어릴적 기억으로는  겨울이라면 영하 10도 넘는 게 다반사였고 집도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윗목과 아랫목의 기온차가 컸고  버스에도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오리털이나 거위털 롱패딩 같은 기능성 아웃도어 옷은  없었지만  그다지 춥다고 느끼지 않았던거 같다. 그리 춥지 않다가 조금만 추워도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은 최근 지구의 온난화 때문에 추운 날이 줄어든 때문이라고 하지만 환경이 좋아지고 편한 것 에 적응하다 보면 사람은 점점 약해지고 나약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겨울에는 이런 추위속에서도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화재로 수많은 사람이 안타깝게 사망했고 2월, 3월에는 평창 동계 올림픽과 관련된 많은 일이 있었다.  동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여자 아이스 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및 응원단 참석, 북한의 현송월의 예술단 공연뿐 아니라, 김여정 등 고위급 대표단이 특사 자격으로 참석, 천안함 폭침의 주역으로 추정되는 김영철 방한, 이 와중에 펜스부통령이나 이방카 백악관 신임 고문과 북한과의 비핵화 회담 성사 여부가 관심거리였다. 동계 올림픽이면 쇼트트랙이나 피겨스케이팅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 열리다 보니 이외에도 그렇게 많은 경기 종목이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중에 컬링이라는 종목은 돌을 던지고 빗자루로 쓰는 우스운 종목인줄 알았는데, 의성갈릭팀, 킴팀, 컬벤저스라고 불리는 여자 팀의 안경언니의  영미를 부르는  주문속에 펼쳐지는 작전은 우리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팀 추월 경기의 왕따 논란이나 메스 스타트 경기에서의 이승훈의 역주, 처음 들어보는 스켈레톤이라는 경기의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 소식에 즐거웠다. 0.01초 차이로 순위가 바뀌는 순간도 있었고 쇼트트랙의 부진으로 안타깝기도 했고 여자 계주 우승으로 즐거움도 있었다. 이어서 벌어진 동계 페럴럼픽 경기는 참가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인간 승리이고 인생의 달인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하기에  우리에게 전해주는 감동이  컸다. 체육협회의 충분한 배려나 후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많은 선수들의 노력과 땀을 쏟은 결과이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요사이 미투 운동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력의 구속과 헌법 개정 발의, 남북 정상회담이나 미국 트럼프와 4월에 열릴 예정인 트럼프와 김정은의  비핵화 회담,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우리를 뒤덮은 미세먼지 같이 큰 혼돈과 변화를 예견하고 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듯 하더니 찬 바람이 불고 눈비 소식이 있어 아직은 아침 저녁 찬 기운으로 쌀쌀하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길가의 죽은 것  같은 나뭇가지에서도 파란 싹들이 올라오는 걸 보면 겨울은 계속되지 않으며 그리워하는 봄이 멀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잠시 잊었고 오지 않을 것 같던  봄과의  만남이 더디지만  생명의 경이와 신비감이 마침내 우리곁에 다가오고 있음을  복수초와 영춘화가 알려주고 있음에 감사한다. 두렵고 걱정이 많던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마음과  희망을 주는 봄이 얼었던 마음을 녹여주고 기지개를 피며 빨리 오기를 재촉해 본다. 욕심내지 않아도 곳곳에 보이는 봄의 흔적들을 보며  우리에게도, 개원가에도, 우리나라의 경제와 정치 상황도 두꺼운 외투를 벗고  파이팅을 외치며 봄 향기에 힘을 내어 다시 회복되길 바라는 요새  봄(이성부 시인)이라는 시가 새롭게 느껴진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을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