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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교정과 신앙,수신(修身),성화(聖化)

기고

어렸을 때 치아 교정을 하는 친구들에게 ‘로보트 태권 브이 치아’라며 놀리던 기억이 납니다. 학부 때 치아 교정학은 친밀하면서도 왠지 어려운 학문으로 느껴졌었습니다. 그리고 졸업하면서 와이어 벤딩과 치아의 이동 방향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을 했습니다. 영 저의 나쁜 머리는 치아의 이동방향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못주며 이해력이 부족했던 저에게 교정은 어렵다고만 여겨졌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의 도서관에서 문철현 교수님의 ‘스피드 교정(SPEED Orthodontics)’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 책은 자가결찰 브라켓(Self ligature bracket)이라는 것을 처음 저에게 소개한 책이었습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책을 보면서 과연 문화체육부 추천 도서라고 할만한 대단한 책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구순구개열(cleft lip & palate) 환자를 외과적으로 치료한 후 0.010 아치와이어(Archwire:호선)를 브라켓에 치아순서대로 넣어 완벽하게 아름다운 치열로 치료하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시절 저에게 그러한 책의 내용은 하나의 기적이었고 신세계였습니다.

  그리고 차츰 치아교정에 관한 책들을 사 들이고 세미나도 들으며 차근차근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치아의 이동에 대한 생역학을 생각하면서 아치와이어의 형태대로 치아가 이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이상적인 아치와이어-물론 교정 테크닉에 따라 다르겠지만-를 브라켓에 넣고 고정(ligature wire, elastics 또는 자가결찰브라켓이든)시킨 후 기다리면 치열의 교정이 이루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테크닉으로 조절할 것도 많지만 비뚤비뚤한 치열을 우리 자신의 내면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상적인 와이어는 기독교인에게는 성경, 불교인에게는 불경, 유교인에게는 사서오경 등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비단 종교 뿐이 아니겠지만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도록 가르치는 종교, 철학, 문학, 경영, 공학 등이 이상적인 와이어가 되어 우리 내면을 치유한다고 봅니다. 누군가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아치와이어만큼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브라켓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라켓은 가장 아름다운 위치로의 치아의 이동을 위해 정확하게(물론 이것도 회사의 제품마다 다르지만) 치아에 붙여져야 합니다. 이것은 치아를 우리의 마음 속의 영혼이라 한다면 기독교적으로 믿음, 유교적으로는 수신, 불교적으로는 수행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치아의 이동은 배열과 레벨링(Alignment & Leveling)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이 때 치아를 아치와이어를 통해 치아가 이동되려면 브라켓이라는 연결고리가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의 비유로 치열를 한 사람의 영혼이라는 내면에 비유하던 것을 치아 하나하나를 개개인이라는 사람에 비유한다면 치열 전체는 하나의 공동체, 즉 가정, 기업, 학교, 병원, 나라, 민족, 세계 등으로 계속 확장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의 부족한 내면을 이상적인 아치와이어와 브라켓 등을 통해 치유와 변화를 만든 것처럼 우리가 소속된 공동체를 더욱 아름답고 훌륭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향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기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정치료도 몇 년씩 걸리는 데 인내심을 가지고 치료를 주고 받듯이 우리 사회와 국가, 민족, 인류도 더 좋은 쪽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기정  덕영치과병원(대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