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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회복과 재충전을 위해

특별기고/회원들 압도적 투표로 전폭적 지지 보여줘야

한 농부가 소를 몰고 고개를 넘다가 호랑이와 마주쳤다. 겁에 질려 얼어붙은 황소를 버려둔 채 농부는 냅다 달아났다. 한식경쯤 지나 이상한 기척에 나가보니, 사립문 앞에 피를 뒤집어 쓴 황소가 노려보고 있다. 반가워 다가서는 순간 주인은 뿔에 받혀 공중에 뜨고, 황소는 무릎을 꿇고 쓰러져 죽는다. “주인이 뒤에서 부추겨주면, 누렁이는 호랑이하고도 맞장을 뜨지.” 어렸을 때 할아버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다. 3·1 만세운동 때 인동시장에서 일경의 총에 맞은 할아버님은, 다리를 절며 농부로 30여년을 더 사시고 1954년에 돌아가셨다. 필자가 근 300만 관객의 대기록을 세운 다큐영화 ‘워낭소리(2009)’를 보면서 몇 번씩 눈물을 삼킨 이유다.

3·11 치협 임총은 129 /157의 압도적인 지지로 전임 집행부를 재신임하고, 이어 마경화 부회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만장일치로 추인하였다.

케네디정부의 피그만 쿠바침공이 어이없이 박살난 이래, ‘집단 지성(知性)’이라는 용어는 주로 부정적으로만 쓰였지만, 이번 임시총회에서는 실로 신선하고 아름다운 원 뜻을 복원했다.

1999년 임총과 2000년 총회를 거쳐 반대의견과 절충을 거듭하면서, 거의 40년간의 숙원이었던 치과전문의제도를 통과시킬 때에는, 기수련자 전원이 기득권을 버리고 소수정예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남긴 숙제 하나가 금년에 기수련자들에 대한 경과조치 시행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대학입시나 국가고시 등 수석 경험을 몇 번 해봐서인지 전문의시험 응시 욕심도 없지는 않았으나, 당시 제도를 통과시킨 의장으로서 멋쩍기도 하고, 은퇴할 나이에 “잘 밤에 무슨 밤참?”이 옳은 결정 같다.

또 한 가지가 어떤 식으로든 풀어야 할 ‘통합치과전문의’ 문제다. 출산율 감소에 따른 의료시장 축소와 고령화 사회에서 예상된 정부개입의 확대, 그리고 의료계 인력의 과잉배출 등 산 넘어 산이니, ‘스펙 갖추기’의 무기는 많을수록 유리하다.

 그밖에도 치과계와 국민복지가 윈/윈 해야 할 현안들이 산같이 쌓여있다. 의사협회는 48세의 연부역강한 수장을 당선시켰고, 만약에 ‘재인 케어’가 불편한 시책을 강행한다면 극한투쟁을 불사하겠다는 배수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뜻밖의 선거무효소송으로 동력을 잃은 협회에, 대의원총회의 전폭적인 지지는 회생의 명약이요, 총회에 대한 회원들의 신뢰를 재확인해준 쾌거였다. 이제 회원들이 화답할 차례다. 직선제 하의 재선거요 단독후보에 잔여임기 2년이라는 상황은, 자칫 김빠진 재신임의 요식행위로서 투표율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여론조사 몇 포인트에 일희일비하는, 포퓰리즘을 넘어 표(標)퓰리즘 시대다. 표의 위력은 정치인이 가장 잘 알고 관련 관료들이 인정하며, 국민 여론을 설득한다. 선거무효소송으로 땅에 떨어진 치과계의 명예회복과 명분 찾기, 그리고 생존은 물론 노후에 대비하는 투자로서도,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협회가 당당해야 호시탐탐 빈틈을 노리는 유해세력(사무장, 불법 네트워크와 일부 협동조합 위장 치과)의 준동을 막는다. 특히 소송단 멤버들은, 자신의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투표율 높이기 캠페인’에 앞장서주기 바란다.

정치권의 여야와는 달리 배운 사람들의 단체인 협회는, 전임(前任)의 성공이 후임에 플러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압도적인 투표로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주어야, 황소가 첩첩산중에서 마주친 호랑이를 받아넘기듯, 집행부는 우리가 당면한 어려운 문제 해결의 에너지를 재충전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철중
치협 전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