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진료실 내 ‘먼지차별’ 경각심 가질 때

먼지차별=‘미세먼지만큼 해로운 작은 차별’

# 사례1
치과위생사를 새로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진행한 A원장. 그는 면접을 보러 온 B씨에게 가벼운 농담조로 이런 질문을 했다. “혹시, 조만간 결혼할 계획이 있는 건 아니죠?” A원장은 결혼 후 퇴사한 옛 직원이 생각나 무심코 한 질문이었지만 B씨는 다소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 사례2
평소 환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던 C원장. 그는 환자와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곧잘 농담을 건네곤 했다. 어느 날 C원장은 진료를 받으러 온 21살 D씨에게 “한창 예쁠 나이네요. 대학생이죠? 전공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대학에 다니지 않던 D씨는 이 질문이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두 사례는 치과 내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먼지차별’을 기자가 재구성한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하는 말 속에는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 수 있는 차별의 시선이 담긴 경우가 왕왕 있다.

이를 가리켜 ‘먼지차별’이라 한다. 먼지차별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도처에 깔려있고 치우지 않으면 쌓이는 ‘먼지’와 같은 일상의 작은 차별을 뜻한다.

이는 외국 인권단체들이 사용하는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아주 작은 공격)’이란 단어를 번역해 만든 용어다.

먼지차별에 속하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이지만 성별, 나이, 인종, 성정체성, 장애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를 담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별 의도 없이 행했거나, 칭찬의 의미를 담았다 하더라도 먼지차별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면접 중 “결혼 계획이 있으신가요?”라고 묻거나 직장에 다니는 여성에게 “애는 어떻게 하고 일하러 다니시나요?”라고 묻는 것, 대학을 다녔는지 확실히 모르는 상황에서 “무엇을 전공했나요?”라고 물어보는 것 등이 모두 먼지차별 사례이다.

이러한 먼지차별은 쉽게 체감되지 않기 때문에 말하는 이나 듣는 이나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투’ 운동의 물결 속에서 우리 사회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 혹은 혐오 표현에 대한 감수성도 덩달아 예민해졌다.

최근 서울시가 차별적 의미가 담긴 행정 용어들을 다른 단어로 수정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시는 최근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미망인→‘고(故) ○○○씨의 부인’ ▲학부형(學父兄)→‘학부모(學父母)’ ▲편부·편모→‘한부모’ ▲불우이웃→‘어려운 이웃’ ▲결손가족→‘한부모 가족’ 혹은 ‘조손 가족’ ▲정상인(장애인과 대비되는 의미로 쓸 경우)→‘비장애인’ ▲장애우→‘장애인’ ▲조선족→‘중국 동포’로 수정했다.

이런 달라진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는 차원에서라도 환자나 직원에게 무심코 행한 먼지차별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여성인권단체 ‘한국여성의전화’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먼지차별 테스트’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