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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소유하면 행복할까

고대 그리스에서 의학과 철학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구체적 생각은 다양할 테지만, 소크라테스는 행복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를 제시해준다. 지난 번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는 일단 행복이란 좋은 것의 소유(획득)과 사용이라고 본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좋은 것을 소유하고 사용하면 행복할까? 사람들의 생각은 2500년 전쯤의 소크라테스 시대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 시대에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부, 건강, 아름다움, 권력, 명예, 좋은 가문 등과 같은 외적인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한결같이 사람들을 사로잡는 좋은 것들은 진정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일까? 부를 소유하고 부유하게 살면 행복할까? 건강이나 그 밖의 외적인 것들은 어떨까?

오늘날 심리학적 연구 결과는, 부는 일정 한도까지만 행복을 가져오고 그 이상은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별로 기여하는 바가 없음을 밝혀준다. 우리가 공기를 많이 마신다고 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듯이, 더 많은 부를 가졌다고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가 말하듯, 이를테면 리어커 없이 폐지를 수집하던 사람이 리어커를 구입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페라리를 사고 싶지만 벤츠를 구입한 사람의 행복감보다 더 클 것이다. 건강이나 그 밖의 것들도 별로 다르지 않다.

물질적, 외적 조건들이 행복을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생각은 현대의 연구자들이나 소크라테스나 견해를 같이 한다. 다만 오늘날의 연구자들은 부나 건강이나 권력 등과 같은 외적 좋은 것들이 일정 수준까지는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보지만, 소크라테스는 우리가 그것들을 옳게 사용할 때만 그것들이 우리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그것들을 옳게 사용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내버려두면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지만, 옳게 사용하지 못하면 나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좋은 것들을 옳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앎이나 지혜라고 소크라테스는 생각한다. 이를테면 목재나 도구를 옳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목수의 앎이듯이, 부나 건강이나 권력과 같은 좋은 것들의 사용과 관련해서도 이것들을 옳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사용하는 이의 앎이나 지혜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앎이 없을 경우에는 더 적은 것을 획득하고 덜 사용하는 사람이 이득을 보게 된다고 한다. 덜 사용하는 사람은 덜 잘못하고, 덜 잘못하는 사람은 덜 나쁘게 사용할 것이고, 덜 나쁘게 사용하는 사람은 덜 불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견해가 옳음은 우리의 최고 권력자들의 말로가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부, 건강, 신체적 아름다움, 권력, 명예, 좋은 집안 등을 사람들이 좋은 것들이라고 여기지만, 그것들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은 아니다. 만일 그것들을 무지가 인도한다면 그것들은 반대되는 것들보다 더욱더 크게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는 반면, 지혜가 인도한다면 더욱더 크게 좋은 것들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것들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고,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는 지혜야말로 그 자체로 좋은 것이고, 무지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이라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생각이다. 결국 무엇보다도 지혜를 중시하는 그의 행복론은 “덕(arete)은 지식이다”라는 유명한 진술로 표현된다. 이 말은 소크라테스의 핵심적인 사상을 담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칼럼에서 살펴보아야 하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기백
정암학당 학당장 역임
정암학당 이사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