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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은 지식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의학과 철학

대체로 우리의 삶은 부, 건강, 권력, 명예 등과 같은 외적인 좋은 것들을 획득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많이 소유하면 행복하리라는 믿음도 갖고 있다. 그런데 행복은 이들 좋은 것들을 올바로 사용할 때 주어지며, 이것들의 올바른 사용은 앎이나 지혜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소크라테스는 본다. 이처럼 지혜를 중시하는 그의 행복론은 “덕(aretē)은 지식(epistēmē)이다”라는 유명한 말로 표현된다.

“덕은 지식이다”라는 말은 앎이 있어야 덕(훌륭함)이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덕이 있다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할 일(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앎이 있어야 덕 있게 되고 사람의 할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생각이다. 그러면 무엇을 알아야 한다는 것인가? 

이를테면 제화공으로서 훌륭함(덕)을 지니고 신발을 잘 만들 수 있으려면 신발의 기능 혹은 제화공의 기능을 알아야 한다고 소크라테스는 본다. 다시 말해 이런 기능을 알면 제화공으로서 훌륭함을 갖추고, 그의 기능 즉 신발을 만드는 일을 훌륭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가로서도 훌륭함을 갖추고 정치를 잘 하려면 정치의 기능 혹은 정치가의 기능을 알아야 한다고 그는 본다. 그러면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직업인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자신을 놓고 볼 때, 사람으로서 훌륭함을 지니고 잘 살려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 그것은 사람의 할 일(기능)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시 말해 사람으로서 할 일, 더 나아가 사람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알면 사람의 할 일을 잘 행하고 잘 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알면 덕을 지니고 잘(훌륭하게) 행할 수 있다는 뜻을 가진 “덕은 지식이다”는 말은 “악함이나 악행은 무지에서 비롯된다”거나, “아무도 자발적으로 악한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는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말들과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견해는 수긍하기 힘든 점이 있다. 우리는 통상 어떤 일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일을 행하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몰라서가 아니라 자제력이 없어서 혹은 의지가 약해서 나쁜 일을 행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우리가 나쁜 일을 행하는 것은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라고 본다.

그는 아는 듯이 보이는 자와 실제로 아는 자를 구분한다. 우리가 어떤 일이 나쁘다는 것을 실제로 안다면 그 일을 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떤 일이 좋다는 것을 실제로 안다면 그것을 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강제에 의해 나쁜 일을 행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소크라테스는 비자발적인 행위는 논외로 하고 있다. 그는 아무도 ‘자발적으로’ 혹은 ‘고의로’ 악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사람의 할 일, 혹은 사람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알아야 덕을 지닐 수 있고, 덕을 지녀야 지속적으로 잘 행할 수 있고, 잘 행해야 잘 살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생각이다. 그러니까 그는 오늘날처럼 단순히 주관적 만족감에서 행복을 찾기보다는, 덕을 지니고 사람의 할 일을 지속적으로 잘 하는 데서 행복을 찾고 있다. 이런 행복론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계승된다. 우리의 느낌이나 감정은 몹시 변덕스러워서 즐거운 느낌이나 만족감 같은 데서 행복을 찾고자 한다면 우리에게 행복은 영영 우리의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 되지 않을까? 다음 칼럼에서는 즐거움에서 행복을 찾는 견해, 즉 쾌락주의에 대한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의 생각을 살펴보기로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기백
정암학당 학당장 역임
정암학당 이사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학과 연구교수 역임
의철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