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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한 표, 다양한 결과

스펙트럼

직선제의 도입으로 작년과 올해에 걸쳐 치과계에서 선거에 대한 이슈가 계속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 살면서 주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선거라는 제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 같지만, 실상 생각해보면 단순히 많은 표를 얻는 사람이 당선된다는 것 말고는 아는 부분이 많지 않다. 지난 협회장 선거가 결선투표제로 진행되었을 때에도 평소에 해보던 선거와는 다른 점이 있다고 느껴진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선거의 방식은 한 가지로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들이 있는데, 우리가 익숙한 단순다수제 이외에도 다양한 제도가 여러 국가들에서 시행되고 있다.

협회 선거로 경험해보게 된 결선투표제는 프랑스에서 대통령을 뽑을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30대 나이의 마크롱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동안 뉴스거리가 되었던 이 선거 방식은 1차 선거에서 과반 이상의 득표를 하는 경우 바로 당선되지만, 그러한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두 명의 후보자가 2차 투표를 진행하여 당선을 결정하게 된다. 두 번의 선거를 거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후보자들은 2차 투표에서라도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당선이 가능하므로 극단적이기보다는 폭넓은 지지 세력에 호소해야 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결과적으로 당선자는 50% 이상의 득표율을 획득한 것이 되므로, 단순다수제에서 저조한 득표율로 인해 당선자의 정당성이 약화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한다는 장점이 있다.

호주에서는 전면적 선호투표제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 제도에서는 유권자가 한 명의 후보에게만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후보에게 순위를 기입하여 투표를 하게 된다. 이 방식도 결선투표제와 유사하게 과반 이상의 득표자가 생기기 전까지는 결과가 결정되지 않는다. 만약 1순위 선호를 50% 이상 받은 사람이 없으면 가장 선호도가 낮은 사람이 탈락하게 되고, 탈락한 후보가 득표한 투표지에서 2순위 선호를 따라 표가 다른 후보들에게 이양된다. 이양된 후에도 과반 득표자가 없다면 다시 이 과정을 통해 한 명의 후보가 탈락하고 투표지의 차순위를 따라 이양되는 과정이 반복되다가 어느 후보가 50% 이상의 득표를 하게 되면 당선이 결정된다. 이러한 제도하에서는 1순위로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2순위, 3순위 후보에게 표가 계속 이양되기 때문에 유권자의 의도가 좀 더 반영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후보자들도 1순위를 넘어선 순위의 지지까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인종, 종교, 민족, 지역 등의 대립이 있는 국가에서 특히 고려되는 제도이다.  
 

좀 더 복잡한 제도로는 아일랜드에서 치뤄지는 단기 이양식 비례대표제를 들 수 있다. 이 제도에서도 전면적 선호투표제와 같이 유권자들은 순위를 기입하게 되는데, 비례대표제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대표자 한명이 아닌 여러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과반수로 결과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대신 ‘당선 기수’ 라고 불리는 최소 득표수를 정해두고 이를 초과하는 득표자는 우선 당선된 후, 당선 기수를 초과하는 표를 차순위에 따라 이양하여 이를 통해 새로 당선 기수에 도달한 후보자들도 차례로 당선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제도가 복잡한만큼 개표 당일 저녁 방송으로 결과를 확인하는 우리와 달리 아일랜드에서는 1주일이 지나서야 개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외국으로 이민 갈 생각이 아니라면 각 제도를 모두 이해하고 숙지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떤 제도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당선자가 바뀔 수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득표수를 정교하게 잘 설정해보면 같은 후보에 대해 같은 투표를 하더라도 당선 결과가 제도에 따라 전부 달라지게 되고, 이 때문에 각 나라에서 어떤 선거제도를 선택했느냐가 유권자의 선택과 후보자의 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각 제도마다 장 · 단점이 있고 더 적합한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제도를 시행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한표 한표에 의해 당선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고 나면, 우리가 선거권을 행사할 때 조금 더 숙고하여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볼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 안에서 개개인 모두가 소중한 권리를 가지게 되었으니만큼, 선거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교양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