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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세단 시장의 새 도전자 PORSCHE PANAMERA

주말 새벽 라운딩을 갈 땐 운전대를 잡고 스트레스를 풀기에 이만한 차가 또 없다


포르쉐 신형 파나메라가 국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포르쉐의 설명이 흥미롭다. 스포츠카와 럭셔리 세단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차라고 말한다. 스포츠카 브랜드가 럭셔리 세단이라는 표현을 쓰다니. 그동안 포르쉐는 파나메라에 럭셔리 세단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스포츠 세단 또는 스포츠 그란투리스모라고 불렀다.

전체적인 인상과 크기는 구형과 비슷하다. 길이 45mm가 늘었을 뿐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전보다 더 날렵하다. 얼핏 몸집을 키운 스포츠카 911처럼 보일 정도. 어깨선을 끌어올린 후 지붕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면을 판판하게 다졌기 때문이다. 차체 구석구석을 수놓은 날카로운 선들과 납작한 테일램프도 이런 느낌에 한몫하고 있다. 



# 조작감 물론 화려한 터치 패널

실내에선 센터콘솔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변속레버 주위를 빼곡히 채웠던 버튼들 자리에 터치 패널이 들어섰다. 사실 처음엔 이 터치 패널을 보곤 거부감만 들었다. 이런 장치 대부분이 조작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나메라는 차원이 다르다. 누를 때는 물론 뗄 때에도 짧은 진동과 함께 작동음(힘을 주면 “딱”, 빼면 “깍”하는 소리를 낸다)을 내기 때문에 조작감이 굉장히 뛰어나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구형과 비슷하다. 앞면을 판판하게 다진 대시보드에 높은 센터콘솔을 붙인 구성이다. 하지만 커다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두 개의 모니터를 붙인 계기판, 그리고 터치 패널 덕분에 분위기는 훨씬 더 화려하다.

시승한 모델은 최고 440마력, 56.1kg·m의 힘을 내는 2.9L V6 가솔린 바이터보 엔진과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그리고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무장한 파나메라 4S다. 0→시속 100km 가속을 4.2초(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만에 끝내는 화끈한 가속 성능도 인상적이었지만 터보 지체 현상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즉각적인 반응이 더 놀라웠다. 물론 파나메라 4S는 운전자를 절대로 압박하지 않는다. 운전자가 원할 때만 풍부한 힘을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전달한다.

참고로 신형 엔진은 뱅크 사이에 터보차처 두 개를 달았다. 반응 속도가 빠르고 무게 배분에도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엔진 부피가 줄어 차체 안쪽으로 더 밀어 넣을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4.0L V8 엔진도 이런 설계를 따르고 있다. V형 엔진 안쪽에 열기가 가득한 터보차저를 붙인 구조라서 ‘핫 인사이드 브이’라고 부른다.



# 부드러운 변속 감각

변속기는 여러모로 성능보단 주행감각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세팅이다. 변속 감각이 아주 부드럽고 기어비도 느슨한 편이다.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덜그럭거리는 증상도 확연하게 줄었다. 최고속도는 6단에서 나오며 연료 소비는 11% 줄었다(유럽기준).

# 스포츠 플러스에서도 매끈한 승차감

그런데 이번 파나메라에서 가장 놀라운 건 안팎 디자인이나 파워트레인이 아닌, 새로 설계한 섀시다. 핵심은 3 체임버 에어 서스펜션(옵션). 댐퍼당 공기탱크를 2개씩 추가한 설계 덕분에 이전보다 공기량이 60% 늘어 승차감이 더 부드러워졌고 드라이브 모드 설정에 따른 반응의 변화폭도 더 커졌다. 신기한 점은 스포츠 플러스에서조차(설정에 따른 압력 차이가 최고 2.5배가 넘는다) 승차감이 매끈하다는 것. 서스펜션 설정을 한 단계씩 높이면 반응이 민감해지는 동시에 롤이 귀신같이 줄어든다. 물론 이런 느낌에는 상황에 따라 장력을 조절하는 가변식 스테빌라이저와 뒷바퀴를 비틀어 운전대 반응 속도를 높이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모두 옵션).

뒷좌석 승차감도 훌륭하다.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 럭셔리 세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베스트셀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뒷좌석 편의장비 구성도 흠잡을 곳 없다. 하지만 현재 판매되는 파나메라는 차체가 짧은 기본 모델밖에 없어서 무릎공간은 조금 좁은 편이다.



# 스포츠카와 세단의 장르 융합

지금껏 포르쉐는 제품을 두고 과장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보수적으로 축소해 설명했다. 이런 그들이 스포츠카와 럭셔리 세단이라는 두 상반된 장르의 융합을 언급했다는 건, 기술적으로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실제 파나메라 4S는 그런 차였다. 직접 타보니 그들이 자신 있게 럭셔리 세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스포츠카 브랜드다운 짜릿함을 악착같이 지켜내며 럭셔리 세단의 가치를 근사하게 녹여낸 포르쉐가 대단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구형 파나메라는 데뷔와 함께 단박에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차였다. 하지만 신형 파나메라는 ‘스포츠’라는 단어를 떼어낸, 즉 럭셔리 세단 시장도 파고 들기에 충분할 만큼 포용력이 크다. 대기 수요를 무시할 순 없지만 최근 파나메라의 판매량이 심상치 않다. 앞뒤 바퀴간 거리를 150mm 늘려 뒷좌석 공간을 넓힌 롱휠베이스 모델(파나메라 이그제큐티브)가 합류한다면 국내 럭셔리 세단 시장의 풍경이 정말로 달라질지도 모른다. 벤츠 S-클래스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BMW 7시리즈는 긴장을 좀 하는 좋겠다. 주중에는 뒷자리에, 주말에는 운전석에 앉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출퇴근 땐 기사에게 운전을 맡기고 주말 새벽 라운딩을 갈 땐 운전대를 잡고 스트레스를 풀기에 이만한 차가 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