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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가 되는 길-판단과 편견의 경계에서

Adam Adatto Sandel의 ‘편견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스펙트럼

‘정의란 무엇인가’를 감명 깊게 읽었던 나는 그 저자의 아들이 지은 ‘편견이란 무엇인가’를 일전에 읽은 적이 있다. 짧게 요약하자면 ‘편견이란 무엇인가’는 관여적인 판단은 편견으로 이어져 이내 오류를 낳는다는 주장을 했던 베이컨, 데카르트 등에서부터 시작하여 세상에 대해 관여적으로 관계맺음을 통해 세상을 알게 된다고 한 하이데거, 가다머까지 광범위한 의미의 편견이 인간의 판단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한 철학자들의 고찰을 담아 비교한 책이다. 이 책은 인간의 판단력이 어떠할 때 진리에 가까워 질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설명하는 데에 대부분을 할애하는데, 읽다보니 판단력과 편견이라고 하는 것은 쉽게 이분화 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한 끗 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가족과 가게에 들렀다가 직원의 안모가 아데노이드성에 구호흡까지 동반한 상태인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환자와 대화를 하면서 나는 굉장히 그 모습이 신경 쓰였었고 직원이 자리를 비운 후 가족에게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는데 아무도 그 얼굴이 신경 쓰였다거나 혹은 이상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없던 기억이 있다. 굉장히 부끄러운 생각이지만 솔직하게 나는 안모의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미워 보이는 모습이라고 생각을 했었고 당연히 가족들 모두가 느낄 것이라고 이야기를 쉽게 꺼냈는데 의아하다는 가족들의 반응에 새삼 부끄러움과 여려가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왜 그 모습이 미워 보이기까지 했던 걸까?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었나? 세상을 보는 것이 점점 달라진다고 느낀 나는 이렇게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였다.

이 문제가 나름 진지했던(?) 나는 친한 친구에게 이 경험을 말해주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친구의 말로는 치과의사가 되어가고 있는 당연한 과정이니 별 염려 말라는 이야기와 함께 아는 것이 편견을 만들어 낸다는 건 참 씁쓸하다는 타격 있는 말을 하였다. 친구의 그 말을 듣고 ‘편견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던 기억이 문득 스쳤다. 아데노이드성 안모와 구호흡이 문제임을 알았던 내가 그런 사람의 안모를 보고 미운 얼굴이라고 느낀 감정은 정황적 이해에서 온 타당한 감정인가? 아니면 편견인가? 

내가 ‘편견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편견이 무엇인지, 그것의 특성이 어떠한지를 밝히는 과정은 인간의 판단력 자체에 물음을 던지는 과정과 굉장히 흡사하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직원의 안모를 보고 느낀 느낌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겠으나 나의 지식이 판단으로 유도되는 과정을 심도 있게 살펴보는 것은 치과의사가 되는 길에 놓여있는 한 사람으로서 꽤나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록 나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으나 전문적인 지식으로 끝없이 ‘정황적 판단’을 해야 하는 만큼 스스로에 대한 경계심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철학은 모든 학문의 등대라는 비유를 본 적 있다. 판단력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철학자들을 보며 그 말의 의미가 한 걸음 더 가까이 와 닿았고, 그 정도 경지에 이르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치과의사가 되는 길에 놓여있는 학생으로서 그런 생각의 기회를 스스로에게 던지게 해 준 이 책이 참 의미가 깊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준엽 원광치대 본과 3학년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