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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예스맨

스펙트럼

지난 일요일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남편은 중국에 출장 가 있고, 딸아이는 영어학원에서 도라산으로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생일이라고 별다른 계획 없이 아침을 맞았습니다. 생일에 아무 약속도 없다고 하니, 동네 친구가 근처에 새로 생긴 빵집에서 브런치나 하자고 합니다. 망설이다 No, 친정엄마가 점심 사주신다는 말에도 No. 모든 것이 귀찮다는 생각에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집에서 조용한 생일을 보냈습니다. 이 또한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득 언제부터인가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이 아니면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현재의 나의 세계가 엄청나게 좁아져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나는 지금과는 정말 달랐지요. 누가 만나자고 해도 Ok, 누가 어떤 일을 부탁해도 Ok. 뭘 해보겠냐는 제안에도 무조건 Ok. 할까 말까 하는 고민에는 무조건 하는 것으로. 그 때의 생활은 너무나 복잡하고 정신없어서 때로는 우선순위에 밀리는 일로 원망을 듣기도 했습니다. 만날 사람은 너무나 많았고,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찾기 어려웠지요. 바깥에서 활동하는 내가 진짜인지, 내 안에 과연 나라는 존재가 있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하고 싶지 않은 일에 가지치기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예스맨’이 떠올랐습니다. 대출 회사 상담직원인 칼 알렌(짐 캐리역)은 No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모든 일에 부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권유로 ‘인생역전 자립프로그램’에 가입하며 모든 일에 YES 라고 대답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대출 서류에 예스, 만나자는 모든 여자에 예스, 쇼핑몰의 권유에도 예스, 예스… 그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는 것 같았지만, 그의 인간관계는 넓어졌고, 삶은 확장되었고 그가 꿈꾸던 대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이 나이에 뭣하러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라며 마치 나의 주관대로 Yes와 No를 결정해온 듯했지만, 실제로는 익숙한 것들만을 선택하며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관계를 거부하며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변명거리는 있습니다. 나는 칼 알렌(짐 캐리)처럼 혼자가 아니니까. 가정이 있고 딸이 있는 엄마니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 선택과 집중이 지나쳤던 것은 아닌지….
No 만을 반복하다보면 결국 내 삶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선택이 모여 또 다른 내일을 만들 것이기에 익숙지 않고, 편안하지 않고, 나를 힘들게 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지라도 다시 한 번 “예스”하는 마음가짐을 가져볼까 합니다.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일단 하는 걸로!
내일, 이른 아침의 세미나도 갈까 말까 했으나, 일단 가는 걸로!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윤정 원장
장미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