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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 공장을 짓고 싶은 건가요?

시론

여름 휴가철입니다. 미국사람들은 멕시코 해변으로도 휴가를 간다고 하더군요. 휴가를 간 미국인 한 사람이 멕시코 해안마을의 부두에서 한 어부를 만나는 장면으로 오늘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멕시코 어부의 작은 배 안에는 큼지막한 물고기 네댓 마리가 있습니다. “고기가 아주 좋아 보이네요.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나요?” 어부는 짧게 대답합니다. “아니요, 금세 잡아요.” 그럼 왜 바다에 조금 더 머무르면서 고기를 더 잡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어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 식구가 생활하기에 충분한걸요.” “그럼 다른 시간에는 뭘 하는 거죠?” “애들과 놀아주고 아내와 이야기도 나누고 저녁엔 친구들과 만나 와인도 마시며 기타를 치며 노래도 부릅니다.”

미국인이 안타까운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하버드 MBA 출신인데 당신을 도와줄 수 있어요. 좀 더 나은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겠소. 고기를 조금 더 잡아 돈을 모은 후 큰 배를 사는 것이 시작입니다. 그럼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어요.” 어부는 관심이 있는 듯 되물었다. “그 다음에는요?” “그렇게 모은 돈으로 배를 여러 척 더 사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아 가공하는 거죠. 물론 처음엔 가공업자에게 넘겨야 하겠지만 나중엔 직접 통조림 공장을 짓는 거에요.” 미국인은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업을 점차 확장하여 주식시장에 상장하게 될 수도 있어요. 아마 몇 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게 될지도 몰라요.” 얼마나 걸리냐고 어부가 묻자 미국인은 15-20년 열심히 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부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뭐가 좋지요?” “생각을 해보세요. 작고 아름다운 해변마을에서 한가롭게 낚시를 하고 낮잠도 자고 저녁이면 여유롭게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도 나누고” 어부는 이야기했다 “그걸 지금 내가 하고 있지 않소?”   

 우리는 어떤가요? 직원의 수를 늘리고 유니트 체어를 더 사들여 치과를 확장합니다.광고도 하고 덤핑도 하고 불법으로 위임진료도 합니다.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또 설명하는 시간보다는 수입이 되는 진료를 하는데 집중합니다. 하나의 진료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보다는 많은 환자를 보는 것에 치중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낸 치과의사들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빨리 그만두고 싶다. 여행이나 다니고 골프나 치고 전원주택에서 살면서 한가롭게 보내려고 내가 지금 이 고생을 하는데. 환자 보는 건 너무 하기 싫고 진짜 55세엔 그만두겠다.” 살아가면서 재미와 행복을 느끼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 삶의 목표를 얻기 위해 매일매일의 삶은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습니다.

1952년작 피카소의 지중해의 풍경(Mediterranean Landscape)라는 작품을 아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그림을 보며 멕시코 어부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모두 알고 계신 것과 같이 피카소는 입체파 화가 입니다. 입체주의(Cubism)이란 사물을 한 방향에서만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그리려고 했던 이전의 화가들과 달리 사물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모습을 한 화폭 안에 담아낸 혁신적인 화법입니다. 지금 원장으로서, 부모로서 그리고 선후배로서의 모습을 조금 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 역시 지금이라는 화폭에 함께 담아볼 수는 없을까요?

치과의사로서의 매일 매일의 삶이 즐겁지 않다면 그 치과의 환자들도 그리 행복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치과의사로서의 인생에서 우리는 몇 명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요? 새로운 인연에 감사하고 또 그들의 주치의로서 또 선생으로서 가치를 나누며 매일을 행복하게 보낼 수는 없는 걸까요? 피카소의 그림과 멕시코 어부의 일화를 떠올려보세요. 뜨거운 여름 일상을 떠난 휴가지에서,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