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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권리, 의료인의 권리

스펙트럼

최근에 의료기관에서의 환자의 폭행이 이슈화가 되고 있다.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환자가 의사의 코뼈를 부러뜨리는가 하면, 어떤 환자 보호자는 “만일 이 환자 치료과정에서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각오하라”라고 협박하기도 하였고, 우리 치과계에서도 환자가 진료 중인 치과의사를 살해하는 잔혹한 사건이 있었고, 진료 중인 여성 치과의사가 환자로부터 흉기로 피습 당하기도 했고, 환자가 흉기난동을 부려 치과의 의료진이 위협 받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의료인이 환자나 환자 보호자로부터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는 일이 점점 늘고 있는 것에 대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 경찰청 앞에서 의료인들이 모여서 ‘의료기관 내 폭력근절 범의료계 규탄대회’를 가져서 폭력으로부터 의료인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 및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이렇게 의료기관에서의 폭력이 늘어가고 있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각박하고 여유가 없는 현대인의 정신적인 것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그동안 발생한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이 대부분 가벼운 처벌로 끝났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비교적 좁고 격리된 공간에서 이렇듯 환자의 언어적, 육체적 폭력에 우리 의료인들은 거의 무방비 상태인 듯하다.

치과의사가 된 지 이제는 30년으로 가고 있는 길목에서 그동안 병원에 찾아와주신 환자(소아치과이므로 보호자) 분들에 대해서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 병원의 진료를 믿고 오셨으니 말이다. 그렇게 찾아와 주신 분들 중에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치과의사와 보호자의 관계 이상으로 친근하게 다가서는 분들이 많으시지만, 반면 어떤 분들은 병원 식구들을 난처하게 만드시는 분들도 계신다. 치료 후의 불편감을 이유로 심하게 컴플레인을 하시는 분은 약과이고 누가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이유로 오랫동안 따지거나 여러 번 찾아와서 여러 가지를 요구하시기도 한다.

심한 위협과 폭력은 아니더라도 얼마 전에 있었던 어이없던 보호자분이 떠오른다. 아이의 예약 시간이 오후 2시였는데 내원하지 않다가 1시간쯤 늦게 내원하여서 어쩔 수 없이 예약시간 맞춰서 온 환자 진료를 우선하고 중간에 상황을 만들어서 진료를 해드리겠다고 하였더니 화를 내면서 “오후 2시가 예약 시간이면 그 이후에는 언제든지 오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적반하장으로 말하시더니 다시 한 번 설명을 드리는 직원의 응대에 대기환자가 여럿 있는 상황에서 들으란 듯이 이런 저런 안 좋은 이야기를 큰 소리로 외치시는 것이 아닌가!

개원해서 지금까지 환자(보호자)의 의료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지내왔다고 자부했고, 그래서 환자가 원하는 것은 되도록 해드리는 것이 우리 의료인의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즈음 그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있는 때이다. 물론 환자는 병원에서 당연히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 의료인은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도에 지나친 요구를 하시는 환자들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을 때에 오히려 더 귀찮고 수위가 높은 괴로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뜻 “No”라고 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감옥에 갔다 와서 칼로 죽여버리겠다”라는 말이 지난 익산 응급실 폭행사건의 가해자가 경찰에 연행되면서 뱉은 말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아니라고 해야 할 때는 아니라고 할 줄 알아야겠다. 누구도 우리의 권리를 지켜주지 못한다. 그렇다고 환자와 싸워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원하시는 것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도 필요하다면 제3자의 도움을 동원해서라도 단호함을 보여드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요즘이다. 아무쪼록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승준 원장 분당예치과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