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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주질환의 새로운 진단 체계, Staging 시스템으로의 변화

기고

지난 6월 열린 유럽치주학회 학술대회인 Europerio9에서, 19년 만에, 전반적으로 개편된 치주질환의 진단 체계가 발표되었다. 1977년부터 1999년까지, 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두 대륙(유럽과 미국)의 치주학자들이 5회에 걸쳐, 진단 체계를 말 그대로 ‘일삼아’ 변경하다가 1999년 이후부터는 이에 대한 개정판이 발표된 바가 없었다. 아무래도 ‘저런 진단명을 다 쓰기나 할까?’ 싶을 정도의 방대한 질환명이나, 지식의 발전이 더디어져 특별한 것이 없음을 체험했던 1996년의 체계에 대한 피로도 때문이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이 치주진단학의 암흑기가, 산업적으로/학문적으로 치과 임플란트 이슈가 모든 것을 압도했던 시기와 우연히도(?) 일치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이번에 개편된 새로운 진단 체계는 2017년 11월에 시카고에서 열렸던, 유럽과 미국의 치주학회 주최의 공동 워크숍(World Workshop)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였다. 대부분의 참여 전문가는 유럽과 미국의 연구자로 구성되었으나, 아시아와 호주, 남아메리카의 일부 전문가들도 포함되어(한국에서도 Peri-implantitis 분야에 구기태 교수가 참여한 바 있다.) 이름처럼 World Workshop으로서 자리매김을 하며, 전세계적인 사용을 기대하고 있다. 그 만큼 진단 체계는 ‘임상가들의 규약’으로서 널리 사용되어야만 의미가 있기 때문인데, 이전의 1999년 진단 체계의 본질적인 문제가 바로 ‘임상적 사용의 어려움’에 있었고 이번 개편의 큰 흐름 또한 그로부터 찾을 수 있다.

1999년의 진단 체계가 미국에서 발표된 이후, 학문적으로는 심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심지어는 ‘임상적으로 무의미’하다거나 ‘당시의 과학적 근거’를 무시했다는 과격한 평가조차 다수의 저명한 학술지에 실린 바가 있다. 이에 대해 당시의 위원장을 맡았던 G. Armitage는 당시의 체계에 대해, “아는 바가 여전히 부족한 치주질환의 연구를 위해 최대한 다양하게 마련해 놓은 ‘접시’와 같다”는 부연 설명을 한 바 있다. 즉, 치주질환이 여러가지의 복합적인 질환으로 혼재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면, 각각을 최대한 나누어 진단하고, 각 ‘접시’에 나누어 담아 놓는다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질환에 대한 이해가 크게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결국 방대한 양의 질환과 불명확한 기준때문에 대부분의 질환명이 유명무실했기 때문에 임상적인 외면을 받았고, 19년전의 큰 기대는 사실상 무의미한 결과를 초래했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 진단 체계의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임상적인 면을 강조하는 쪽으로의 중심이동이다. 우선 4개의 그룹으로 구성된 각 질환 체계는 각각 확립한 consensus에 대한 내용 외에, 친절하게도 ‘Case definition’이라는 논문을 제시하고 있다(표 1). 이전의 불명확한 기준에 반해, 다양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임상에서의 활용시 명확한 구분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 중 하나로, 이제까지 치주질환을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충격적인 것은 ‘Aggressive periodontitis’라는 카테고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1999년의 체계 중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었을 ‘만성치주염’과 ‘급진성치주염’의 진단 구분도 사실상 불명확하여, 발생하는 연령과 치주조직의 파괴된 양상에 따라 전문가의 의견이 나뉘기 때문에 ‘전반적 중증도 만성치주염’과 ‘전반적 급진성 치주염’의 경계는 모호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전의 수차례의 진단 체계 변화는 사실상, 이 ‘급진성치주염’에 관한 변화가 핵심적인 부분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과거의 관찰 결과들에 대한 부정이 아닐까 하는 당혹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유년형 치주염(Juvenile periodontitis)’, ‘조기발생 치주염(Early-Onset periodontitis)’, ‘사춘기전 치주염(Prepubertal periodontitis)’, ‘급속진행형 치주염(Rapidly progressive periodontitis)’라는 다양한 질환 체계와 이름으로 불리던 질환의 개념은 이번 새로운 진단 체계부터는 완벽히 삭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체계에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제시하는 것은, ‘Stage와 Grade’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암 진단에 사용하는 TNM staging시스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치주염’ 환자들을 파괴된 양상에 따라 Stage를 나누고, 5년 정도의 경과 양상(진행속도)을 기준으로 Grade를 나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전의 모호한 기준이나 현학적인 구분과는 달리, 임상가가 치주치료를 결정하거나, 유지치주치료시 위험도를 구분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Staging은 기존 방식에서 사용하던 치주염의 심도 (severity)에 따른 분류 외에 치료의 복잡성(complexity)과 질병의 진행양상에 영향을 주는 요소(further progression)를 포함하고 있다(표 2). 기본적으로 치간부위에서의 임상적 부착소실에 따라 Stage I (initial), II (moderate), III (severe), IV (severe) 4단계로 분류하며, stage III와 IV는 치주염으로 인해 발치한 치아 개수를 가지고 구분한다. 이는 기존 분류에서 심한 치주염으로 인해 치아를 발거할 경우 오히려 질병의 심도가 감소할 수 있는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 이 후 탐침 깊이나, 골파괴 양상, 치근이개부 이환 정도와 같은 치료의 복잡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고려하여 최종 stage가 결정되게 된다.



Grading은 질환의 진행양상에 따라 A(질환의 진행이 느린경우), B(평균적인 질환의 진행), C(질환의 진행이 빠른경우) 3단계로 구분한다(표 3). 이를 구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준은 5년간의 방사선학적 골소실 혹은 임상적 부착소실 정도이며, 환자의 과거 정보가 없을 경우 나이 혹은 치태의 양에 따른 골소실 정도를 고려하여 grade를 정하게 된다. 이후 흡연이나 당뇨 수치와 같은 전신적인 인자에 따라 최종 grade를 정하게 되고, 이 말인 즉슨 staging과는 달리 grading은 환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금연, 전신질환 개선 등)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grade를 결정하는 인자로서 타액과 치은열구액 내 Biomarker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아직 과학적인 데이터가 부족하여 입증이 필요한 부분으로 이 부분은 미완성인 채로 남겨두었다.

과거를 부정한 새로운 변화는 언제나 약간의 저항감을 만들기도 하며, 새로운 기준 또한 매우 복잡하여 이의 임상적 활용도 또한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번 진단 체계가 ‘치료 방법과 예후’를 담으려고 하는 시도로서, 임상적으로 진일보했다는 것이다. 이번 새로운 분류체계는 Journal of clinical periodontology와 journal of periodontology에 동시 게재되었으며 free access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QR코드).



이중석  부교수, 차재국 임상조교수
연세대학교 치주과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