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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간

스펙트럼

지금의 자리와 공간에서 개원한지 9년 2개월 만에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2009년 처음 개원할 때 가졌던 부푼 꿈(물론 2개월 만에 개원의 환상은 여지없이 깨졌지만)만큼은 아닌걸 보니 개원에 지치긴 한 것 같다.

이번에 새로 이전하는 곳은 기존 치과보다 15평정도 확장된 곳이다.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치과에서 가장 많은 시간 활용되는 공간에 대한 생각부터 했다. 대기실, 진료실, 스탭실, 소독실 순으로 우선순위를 두게 되었고 가장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공간이 어딘가를 생각해보니 원장실이었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용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배분과 배치를 하다 보니 원장실은 약 1.2평.

이런 원장실은 처음 만들어본다고 인테리어 업체가 놀랬다.
원장실을 가장 마지막으로 배정하다보니 생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짜냈다.

일단 환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공간인 스탭실, 소독실, 원장실은 천장을 없애 층고를 높게 가져가고 그 공간에 수납공간을 최대한으로 두어 활용한다. 특히 원장실은 약간의 복층 개념도 두었다.

결국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원장실은 거의 고시원 수준으로 면학 분위기는 최상인 곳이 되었다.

사실 몇 개월 전부터 내 머리 속에서 공간이란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그때는 그냥 내가 빨리 새로운 곳으로 확장하고픈 마음이 큰 건가 보다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보면서 왜 공간이란 단어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지 새벽에 깨달았다.

축구 중계 해설자들이 공간 침투, 공간 확보등 어떤 사람들보다 공간이란 말을 많이 한다. 결국 공을 누가 오래 가지고 있느냐가 승리 확률을 높이는 것이고 그래서 국가간 총 뛴 거리를 비교하면서 점유율을 평가했다. 축구를 축구로만 봐야하는데 그 상황에서 뛴 거리가 아니라 축구공으로 패스한 면적의 합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소위 ‘티키타카’라고 하는 스페인도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높혀 승리하는 방정식인데 이것도 2명의 선수가 공을 주고 받으면 선이 아닌 삼각형 면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즉, 어느 짧은 시간에 서로 의미 없이 주고 받는 패스로 만들어진 선과 비슷한 공간은 의미가 없고 경기 시간동안 한 팀이 만든 총 면적의 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땅따먹기란 놀이를 해 보았을 것이다.

제한된 횟수로 선을 그어 면을 만들고 그것을 확보하는 게임.
수학으로 치면 x축과 y축으로 이루어진 2차원의 공간 확보 게임이다.
우리는 지금 x,y,z축으로 이루어진 3차원의 공간에 살고 있다.

이번에 치과 인테리어를 하면서도 제한된 x,y축(평면) 때문에 층고(z축)를 높혀 3차원에서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면 4차원은?
x,y,z축으로 이루어진 3차원 입체 공간에 시간(t함수)이 추가된다. 시간에 따라 공간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 이를 증명해냈다.

지금 가장 핫한 키워드인 ‘4차 산업혁명’도 ‘4차원 혁명’이 맞는 말인 것 같다.
블록체인, 빅데이터, 가상현실등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 세계는 항상 공간에 대한 싸움을 하고 있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서운 점은 이미 영화에서는 5차원 공간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공간에 대한 나의 궁금증과 그 지적 호기심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동안 스펙트럼을 통해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보고 느낀 점을 글로써 써왔습니다. 버려지는 지면이 되지 않도록 노력은 했는데 글이 불편하거나 지루한 부분이 있었으면 양해 부탁드립니다.
2018년 7월 17일자로 대한치과의사협회에 임원으로 일하게 되어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이제는 글이 아닌 몸으로 뛰는 30대 집행부의 일원으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