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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대여학생들

Relay Essay 제2304번째

가정주부로는 안방 드라마로 사극은 별로인 시절 MBC 드라마 ‘선덕여왕’은 시청률 1위로 특히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여성들이 주인공이며 특히 ‘선덕여왕’과 ‘미실’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에 법조계도 여성의 진출이 눈에 띄게 높아졌지만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서울대에서는 여학생들의 입학률을 높이고자 가산점을 준 해도 있었습니다.


일본은 지난 8년간 도쿄의대가 신입생을 선발할때 여성 수험생들의 점수를 일률적으로 감점 했다는데 이는 결혼, 출산으로 이직이 잦아 병원인력 수급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조선일보 08. 8.3 일자. 제 30342 호 이하원 특파원)


그런데 치대가 6년제로 되면서 여학생의 수는 눈에 띄게 감소하여 어떤 학년은 여학생이 한 사람 뿐인 때도 있었습니다.

70년대 초 해외에 나갔을때 치대의 여학생 수가 많은 것을 보고 놀란 적도 있었는데 그 만큼 남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분야(특히 육체적인)가 다양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대학에서 여학생 수는 1980년 4명, 1981년 6명, 1982년 3명 이던 것이 1983년 12명, 1984년은 30명, 1985년은 69명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는 전국의 고등학교가 평준화 되었고 졸업 정원제(20%를 더 선발하고 100%만 졸업 시키는 제도)가 병행되는 시절 이었습니다.

‘선지망 후시험(?)’ 제도에서 먼저 예비고사 성적을 받아 보고나서 대학을 지원하니 고득점 학생들은 자연히 인문계는 법대로, 자연계는 의치대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인지 치대는 의대보다 학업량이 적다고 알려져 그 시절 여학생들이 치대로 많이 지원하지 않았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저는 학생담당 학장보(현 : 학생부원장)를 맡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학생 수가 증가하자 우리 대학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여학생 휴게실은 6층에 조그만 방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휴식시간 잠시 문이 열려 있을때 안을 들여다보니 담배 연기가 자욱하여 이들이 얼마나 학업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다른 건물도 마찬가지나 치대 건물의 화장실은 남자 위주로 설계되어 있어 10분간 휴식 시간에 여학생들은 각 층마다 있는 여자 화장실을 찾아 가느라 분주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한 층의 화장실을 아예 여학생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해야 했습니다.

당시 졸정제(졸업 정원제) 때문인지 이른 오전 강의실 입구에는 책가방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수위분이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학생들은 앞자리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한 번에 몰려 들어 갔습니다. 이때에 함께 고생들을 한 때문인지 졸업 후 다른 학년들 보다 CC(Campus Couple)가 더 많습니다.

저의 교실 조교도 출신 대학 동기와 결혼 할 때 당시 주례를 보시던 그 대학 학장께서 ‘두 사람은 한방에서 6년간 동거 동락한 사이로서 누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겠다’라는 축사를 하였는데 하객들 중에는 이 사람들이 현재 동거 중인가?라는 오해를 산 적도 있습니다.

저의 선배들 중에는 군복무 시절 함께 일하던 여군과 결혼 하신 분도 있고 저의 동기 몇 사람은 같이 근무하던 간호장교와 결혼 하였습니다.

그 후 어느 치대서는 원내생때 치위과생사와 한조를 이루어 일하게 한 때문인지 치과위생사와 결혼한 커플도 있습니다.

당시 ‘개구리 뒷다리도 만질 수 없는 체질’의 여학생도 학력고사 성적이 높다는 것만으로 치대에 입학하여 무척이나 고생들 하였으나 현재 대부분 여성 졸업생들은 현업에서 열심히들 일하고 있습니다.

이 시절 졸업한 여학생 중 판사나 변호사로 전업한 학생도 있고 이때의 ‘전현희 여학생’은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국회의원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지요.

제가 대학 다닐때 한 사람도 없었던 여성 전임교수가 지금 모교에 18명이 재직하고 있습니다.

               
김철위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