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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에서 Wonder로

시론

나에게 10여 년 동안 교정치료를 받고 있는 A라는 고등학교 2학년 여자환자가 있다. 무슨 치료를 그렇게 오래하냐고 하겠지만 앞으로도 최소한 1~2년 지나야 치료가 마무리 되고 이 후에도 보철 치료 등 다른 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구순구개열 환자이다. 교정과 내원 당시 5살이었던 A는 몇 개의 영구치의 결손과 상하악 성장이 정상적으로 되질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고 상태가 심하게 태어나 구순 구개열 수술을 받은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상악과 상순의 수술 상흔으로 인한 상악 협착의 확장, 결손된 치아의 공간 확보 및 상하악의 정상적 성장을 유도하였고 현재 교합이나 외관상 문제가 크게 개선되어 나름 마무리 치료를 하고 있다.

며칠 전 환자의 어머니는 ‘A가 외관상 입술의 수술흔이나 코모양 때문에 학교 친구들한테 왕따를 당해 상당히 괴로워하고 있다’면서 가능한 빨리 치료를 마무리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냐?‘는 얘기를 하셨다. 치료하는 10여년 동안 봤던 A는 명랑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일로 마음의 상처를 입다니 내 마음이 아팠다. 초등학생들이라면 철없어서 선천적인 기형을 이유로 왕따를 시킨다고 하더라도 고등학생들이 이런 이유로 그렇게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에 봤던 ‘원더’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2012년 R.J 팔라시오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즈 118주 베스트셀러 및 2012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 되었고 영화는 2018년 북미시장에서 가장 놀라운 화제작으로 평 받았다. 

선천적인 장애와 심한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어기 폴몬’은 하루를 못 견디고 죽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27번의 수술을 걸치면서 나아지기는 했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얼굴을 가진 위트있고 호기심 많은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크리스마스 보다는 할로윈을 좋아하는 이유는 분장을 하면 자기 얼굴을 가릴 수 있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밖에서는 우주인 헬멧을 쓰고 집에서도 거의 헬멧을 쓰고 홈스쿨링을 받고 있었지만 10살이 되면서 과학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학교를 가고 싶어 한다. 예상한대로 학교 등교 첫날 남다른 얼굴 때문에 징그럽고 무섭게 보인다는 아이들의 반응에 상처를 받고 우주인 헬멧을 다시 쓰게 된다.

어기의 누나인 ‘비아’는 동생을 사랑하지만 동생에게만 부모의 관심이 집중되어 본인에게는 신경 써 주지 않는 것에 섭섭해 하고 모든 것을 동생에게 양보해야 되는 것에 괴로워한다. 비아의 단짝 친구이었던 ‘미란다’는 여름 방학을 지나고 나서 비아를 피해 다니는데 왜 그런지 비아는 궁금해 한다. 사실은 미란다가 여름 캠프에 가서 친구들에게 본인이 비아인 것처럼 안면기형을 가진 남동생이 있다는 거짓말을 하자 친구들이 자기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인기를 끌게 되었다.

누구는 동생 때문에 괴로워하고 누구는 거짓말로 인기를 끄는 상반된 상황을 보여 준다. 어기는 학교에 적응을 하면서 ‘잭’이라는 친구를 사귀지만 친구들에게 잭이 ‘어기 같은 얼굴이라면 자살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잭은 나중에 어기에게 그런 말을 한 것에 사과하고 다시 친구가 되어 과학 박람회에서 같이 만든 작품으로 상을 받게 된다. 어기를 놀리고 못살게 괴롭히는데 주축인 ‘줄리안’은 학교에 기부금을 많이 내고 빽이 있는 집안의 자녀로 어기를 괴물이라며 괴롭히다가 정학처분을 받게 된다. 교장 선생님은 ‘어기가 외모를 바꿀 수 없으니 우리가 보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충고를 한다.

종업식날 부모는 우주인 헬멧 없이는 밖에 나가지 않던 어기가 1년 동안 학교를 다닌 것에 자랑스러워한다. 어기 또한 학교를 보내 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가끔은 모두가 미웠지만 지금은 행복하다고 한다. 종업식에서 타인에게 모범이 된 학생에게 수여하는 상을 어기가 수상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 주었기 때문이다.

영화 ‘원더’는 매일매일 우리들이 쉽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각자의 이유로 약하고 실수를 하고 비겁하기도 하고 폭력적이며 무관심하고 완벽하지 않지만 반대로 용감하고 친절하며 책임을 다 하다보면 아름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의심(wonder)으로 시작했으나 기적(wonder) 같은 일이 일어 날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자 R. J. 팔라시오는 원작 출간시 ‘친절을 선택하라 캠페인 (Choose Kind Movement)’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차별과 편견을 버리고 타인에게 베푸는 아주 작은 친절함부터 행동에 옮기자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친절에는 연습이 필요하고 사람들은 기회가 있다면 옳은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놓이면 내면의 갈등과 맞서게 되며 그때 최선을 다해 실천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알리고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본인뿐 아니라 그들을 보살피고 돌봐주는 보호자들 또한 오랜기간 많은 고통과 편견에 힘겹게 살아간다. 구순구개열 환자같이 선천적 안면 기형을 가진 환자들은 태어나서 부터 수유와 성장 개선을 위한 교정치료와 수술이 필요하고 시기에 따라 여러 전문분야의 전문의사의 협동치료가 필요하며 장기간의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상당한 치료비로 인해 보호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되었다. 올 하반기부터 이런 환자의 교정치료가 보험이 될 예정이어서 성장에 따른 안면변형과 기능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처음에 언급한 A라는 환자의 상처 받은 마음도 영화에서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 친절과 배려로 치유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삶 자체가 소중함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환자의 구강 기능과 얼굴의 심미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교정과의사 중 한 사람으로 보이는 외관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상처받은 맘을 살피면서 치료해야함을 다짐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충주 교수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정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