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9 (화)

  • 흐림동두천 4.5℃
  • 구름많음강릉 8.6℃
  • 흐림서울 5.4℃
  • 흐림대전 5.4℃
  • 흐림대구 8.0℃
  • 흐림울산 8.6℃
  • 흐림광주 6.6℃
  • 흐림부산 9.8℃
  • 흐림고창 4.0℃
  • 흐림제주 11.0℃
  • 구름많음강화 3.1℃
  • 흐림보은 3.1℃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6.9℃
  • 흐림경주시 6.1℃
  • 흐림거제 10.5℃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내 턱관절 환자는 이렇게 말했다

진료실서 만나는 환자의 언어, 원장의 언어


“46번 distobuccal cusp이 16번과 닿아요. 교합 조정 좀 해주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장치는 stabilizing splint를 하시나요? ARS로 하시나요?”

어느 날 우리 치과에 내원한 환자가 갑자기 이렇게 말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쉴 게 분명하다.

환자가 자신이 아닌, 의사의 언어로 대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문가인 치과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이 깨졌다는 당혹감 보다는 그 환자가 우리 치과에 올 때까지 적립한 분노와 적대감이 더 명확한 형태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턱관절 환자의 경우 이 같은 경향이 행동과 언어 접근에 있어 더 극적인 양상으로 발현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류재준 고대 안암병원 치과 과장은 “스플린트 장치를 한 턱관절 환자가 불편감을 호소하며 내원을 했길래 어디서 했냐고 물어봤더니 한 지방 도시를 찾아가 시술을 받았다고 하더라”며 “황당해서 왜 그 먼 곳까지 갔느냐고 했더니 ‘그냥 인터넷에서 잘 한다는 곳을 검색해 찾아간 것 뿐’이라며 당당한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언어로 들여다 본 환자의 심리

비록 왜곡된 정보지만 일단 자신이 선택한 정보에 대한 굳은 신념과 일관적 태도는 진료를 받을 때 내놓는 그들의 언어로 치환되기도 한다.

허종기 교수(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구강악안면외과)가 최근 열린 대한턱관절협회 학술대회에서 ‘환자의 심리와 턱관절 질환의 치료’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 같은 턱관절 환자의 언어를 분석했다<위 ‘턱관절 장애환자의 언어’표 참조>.

허 교수에 따르면 턱관절 환자들은 하악과 관련해서는 ‘턱이 녹아 내려요’, ‘얼굴이 점점 비뚤어져요’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안면부와 관련해서는 ‘광대뼈가 바늘로 찌르듯이 쿡쿡 쑤셔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아요’와 같은 문장을 사용하고, 삼차신경통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도 한다.

또 ‘이명이 심해졌어요’, ‘귀가 자주 막히고 먹먹해요’ 등 귀와 관련된 불편함이나 ‘두통이 심해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걸을 때 자꾸 쓰러지려고 해요’ 등 두경부 관련 이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허종기 교수는 “환자가 치과의사의 언어로 얘기를 건네도 치과의사는 반드시 환자의 언어로 얘기해야 한다”며 “특히 턱관절 장애 환자의 경우 스트레스 및 우울증과 연관이 많기 때문에 이들 환자의 심리를 나타내는 언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