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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원장, 원정대 조련해 ‘6135m 등정’ 이끈 치의 산악인

산악 초보 ‘청소년 오지탐사대’ 이끌고
낙오자 없이 히말라야 ‘스톡캉그리’ 등정


사실 히말라야를 찾는 치과의사들은 많고, 극한의 인내로 서밋(summit)을 쟁취한 치과의사도 더러 있다.

최병선 원장은 2014년 임자체(6160m)를 시각장애인 대원과 등정하기도 해 감동을 줬고, 이한우 원장, 조주영 원장 등이 히말라야를 찾아 고행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많은 치과의사들이 히말라야의 품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래서 이지호 원장(평화치과의원)의 히말라야 스토리가 자칫 식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의 원정이 특별한 것은 단순히 히말라야의 한 봉우리를 올랐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산과는 관계없이 살던 사람들을 엮어 ‘하나의 원정대’를 완성해 냈다는 데 있다.


이지호 원장은 지난해 히말라야 원정을 떠나 인도 시킴 히말라야의 봉우리인 스톡캉그리(6153m)를 오르고 돌아왔다. 이 여정에는 대학생 오지탐사대 ‘라다크팀’이 동행했다. 등산장비업체인 콜핑이 후원한 ‘청소년 오지탐사대’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원정은 이지호 원장이 대장을 맡아 대학생 10명을 인솔했다.

“산에는 가본 적도 없는 아이가 있을 정도로 산 경험이 없는 친구들을 데리고 히말라야를 간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이었어요. 정말 안전하게만 다녀오자는 목표로 원정을 떠났는데, 고산병을 한 명도 앓지 않을 정도로 무사히 등정을 마칠 수 있어서 천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다크팀이 등정한 스톡캉그리는 높이로 따지면 히말라야에서 그리 높지 않지만, 히말라야를 처음 찾는 등정가들에게는 제법 등반성의 난이도가 있는 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지호 대장에 따르면 여러 악조건들이 겹치면 완등 성공률이 40% 대에 불과한 봉우리지만, 이번 라다크팀은 낙오자 없이 100% 스톡캉그리를 정복했다.


산을 모르는 아이들을 산 사람으로 길러내는 작업은 이지호 대장에게도 쉽지 않았다. 그는 일단 아이들이 산에 친숙해지고, 기초체력을 길러 주기위해 위해 6,7월 부지런히 산을 쏘다녔다. 6월 1일 영남 알프스, 6월 8일 무등산, 6월 22일 설악산, 6월 29일 태백산, 7월 7일 주흘산에서 훈련을 거듭했다. 그리고 7월 21일 인천공항을 떠나 인도 델리공항에 착륙, 본격적인 히말라야 원정을 시작했다. 



# 팀워크 해치는 대원에 ‘무한 반성문’

“우선 히말라야의 고도나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서 차로 며칠 동안 4000m, 5000m 고산지대를 오르내리면서 고도에 적응해 나갔어요. 고소증은 사람마다 다른데 재미있는 것은 고소증이 오면 아이들이 약한 부위부터 탈이 난다는 겁니다. 어떤 아이들은 설사를 하고, 어떤 아이들은 위통이 오고, 이런 식이예요.”

위기가 없을 수 없다. 14일 동안 텐트생활을 하면서 음식으로 인한 탈이 나 전원이 설사병에 걸린 적이 있고, 팀워크가 생명과도 같은 원정대 안에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슬며시 끼어들어 분위기가 느슨해지기도 했다.


“대장은 팀워크를 늘 다져야 하는 역할이에요. 등정에서 팀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패하거나 사고가 나죠. 베이스캠프 생활이 느슨해지니까 아이들 안에 있는 개인주의가 슬며시 고개를 드는 거죠. 그래서 다 모아놓고 얼차려를 시켰는데도 다음날 또 지각이 발생하는 겁니다. 그래서 ‘너희들이 잘못한 걸 전부 적어라’ 지시하고 반성문을 계속 퇴짜 놓았죠. 그랬더니 다시 기강이 잡히기 시작합디다. 하하”


드디어 디데이. 바람이 잦아들고, 구름이 걷힌 8월 7일 오후 11시 반을 기해 스톡캉그리를 향한 발걸음이 시작됐다. 설사병으로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아이들은 이지호 대장의 말을 빌리면 “강시처럼” 걸어서 10시간 만에 해발 6135m의 봉우리를 발밑에 둘 수 있었다. 눈물과 감격으로 뒤덮인 순간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첫째 안전, 둘째 다 함께, 셋째 등정(peak)였습니다. 결국은 아무런 사고 없이 모든 목표를 완수한 거죠. 산도 산이지만, 아이들을 이끌고 쉽지 않은 목표를 이뤘다는 사실 자체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기자는 산악인 이지호 대장에게 차기의 계획을 물었다. 8000m급 14좌는 아닐지라도 7000m 급이나 더 높은 봉우리의 등정 같은 걸 기대했다.


“그런 봉우리는 정말 목숨을 걸고 가야하는 곳이에요. 저는 목숨은 걸고 싶지 않아요. (웃음) 단순히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히말라야, 그 대자연에 묻혀서 사색하고 평온함을 찾는 과정이 좋은 거죠. 당장 어떤 계획이 있다기보다는 내 마음 속의 샹그릴라, 파라다이스를 간직하면서 히말라야를 그리워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