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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살아 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Relay Essay 제2307번째

몇 년전 “꽃보다…”시리즈 중에 가장 조용한 반응 이었지만 나에게는 가장 핫한 시리즈가 “꽃보다 누나”였다. 그 중 단연 마음을 잡아 끄는 것은 윤여정이라는 노배우의 저녁 인터뷰였다. 매번 여행이 끝난 저녁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삼아 그날의 여행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인터뷰는 노배우가 여행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 중 가장 마음을 사로 잡는 그녀의 인터뷰 내용은 인생을 바라보는 굴곡진 한 여배우의 인생에 대한 시원하고도 따뜻한 위로였다.

“60이 되어도 인생을 몰라요,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그래서 아쉬울 수 밖에 없고 아플 수 밖에 없고 계획을 할 수가 없어… 하나씩 내려놓는 것 포기하는 것 나이 들면서 붙잡지 않는 것… 아쉽지…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어.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고 내 인생만 아픈 것 같고… 다 아프고 다 아쉬워.”

그녀의 삶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가 남긴 이 한마디는 실수하고 넘어지고 우는 내 인생에 큰 위로가 되었다.

처음 치전원을 결심하고 학원을 상담하던 날 부터 내 인생 처음으로 뒤처진 인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이 들어 시작하는 생활은 내 과거 10년이 의미 없이 사라지고 빨리 시작하지 못했다는 것이 항상 자기 소개하는 시간마다 내 나이가 죄수번호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인생은 꼭 아쉽지 않은 길로 가야할까? 후회하면 안될까? 아프면 행복하지 않은걸까?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충실하고 나를 응원하고 뒤처진 나를 위해 처음이니까 괜찮다고 말하면 안될까?

70을 앞둔 여배우의 처음 살아보는 인생에 나이 들어 모르는 것도 괜찮다는 한마디는 말처럼.
꼭 그 나이에는 평균적인 삶을 살아야 행복한 걸까?

어릴 때부터 누군가 보다 앞서고 누군가 보다 잘하고 똑같이 잘한다면 좀 더 어릴 때부터 잘하길 바라는 천재 콤플렉스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직선의 인생. 누구 하나 같은 사람 없는 인생에서 오늘은 항상 처음인 내 인생.
그래서 오늘은 항상 처음이다.
그리고 지구에 나는 단 한 사람 뿐이다.

나와 같은 인생을 살아본 사람도 인생을 두 번 살아본 사람도 없다.
뛰어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포기하기 어렵고 내려놓기 어렵다.
손에 동전을 쥐고 있으면 지폐를 잡을 수 없다.

처음 살아 보는 거잖아. 나 이번 생이 처음이야.
괜찮아!

이승민 부산대치과병원 교정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