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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치대 왜 왔니?’

Relay Essay 제2312번째

‘너는 치대 왜 왔니?’

필자가 예과 1학년이던 시절 동아리 모임자리 마다 들었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매 번 듣는 질문이었지만 뚜렷한 비전이나 가치관 없이 치과대학에 진학했던 필자는 의대랑 치대 고민하다가 치대왔다는 변변찮은 대답만을 하면서 질문을 무마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필자가 속해 있는 단국치대 기독교 동아리 Christian Medical Fellowship(이하 CMF)에서는 매해 여름 의료선교활동을 진행해왔다. CMF 치과 선교팀에서는 주로 국내에서 장애인분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분들을 무료 진료하는 의료선교활동을 해왔는데, 치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참가했던 예과시절에는 안내와 진료기구소독으로, 본과 3학년 이후에는 간단한 스케일링 등의 진료로 섬기면서 나의 조그마한 노력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기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 감사해 왔었다.

본과 4학년이 된 올해에는 지난 7월 31일에서 8월 5일까지의 일정으로 필리핀 바기오로 의료선교를 다녀왔다. 보철과 송영균 교수님의 지도아래 치과의사 선배님 두 분과 CMF 학생 12명으로 이루어진 우리 CMF 의료 선교팀은 바기오 치과대학의 학생들, 그리고 바기오 현지의 ‘즐거운 치과’ 스탭분들과 함께 바기오 현지에서 무료 진료 봉사로 섬기게 되었다.

첫 진료지인 낙바나완이라는 삼각주에 다다르기 위해서 우리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던 대나무 다리를 건넜고(그나마 최근에 지어져서 안전한거라는 선교사님들의 확신에 찬 말씀에 마음 편하게(?) 건널 수 있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헐벗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라텍스 글러브에 바람을 불고 네임 펜으로 그림을 그려주기만 해도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좋아하는 현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1700여m에 이르는 고산도시인 바기오에서 200여m를 더 올라가 구름보다 높은 곳에서 진행되었던 두 번째 진료는 첫 진료보다 훨씬 더 많이 몰려드는 환자들, 그리고 그들의 심각한 구강상태에(이가 튼튼해지기 위해 담배를 씹는다는 미신을 믿고 있기 때문일지도, 아니면 아이도 국소마취를 무서워하지 않을 정도로 현지 사람들의 치과경험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직면하게 되었다. 우리는 치과 진료로, 잇솔질 교육으로, 때로는 옆에서 말동무로서 함께하면서 그들을 섬겼고 우리가 행한 조그마한 것에 연 신코 감사함을 표하는 환자분들 덕분에 열악했던 환경, 그리고 몸의 고됨은 잊어진 채 더 감사하고, 그들 앞에서 겸손해 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함께 섬겼던 바기오 치과대학 친구들은 우리의 발치 ST case가 5개라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그들은 100개가 훌쩍 넘는 발치 St case를 진행하고, 너무 많은 St case 때문에 사실상 7년을 다닌다고 했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공통의 관심사는 서로의 커리큘럼 밖에 없을 정도로 공감대가 적었던 우리였지만, 봉사하고 섬기는 마음만으로 우리는 하나가 되어 한 명은 술자로, 또 한 명은 보조자로서 함께 임할 수 있었고 서로의 진정성과 선한 그 마음을 확인하여 도전 받았던 시간이었다.

봉사로, 의료선교로 환자분들을 섬기면서 그들의 안타까운 상황에 함께 마음아파하기도 하고, 그들의 건강과 앞으로의 일을 위하여 때로는 기도하면서 그들의 마음에 투영되어 진정하게 공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본과 4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예과 1학년 때 선배들이 그렇게 많이 묻곤 했던 그 질문에 조금이나마 답을 적을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졸업을 앞두고 사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이 시점에, 아직은 100% 완성되지 않은 그 답을 향해서, 완성되어져가는 사명을 가지고 소신으로 의료사회에 발돋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조성지 단국치대 본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