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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아름다운 이유

시론

시간과 여유 돈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설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싶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왜 여행을 하고 싶은지 왜 가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현재의 지친 마음과 몸을 재충전 하고 낮선 사람들과 문화를 만나면서 새로운 생각과 잊어버린 꿈을 되새겨 보기위한 것일 것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항상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계테마여행’이나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같은 TV 여행프로그램을 보며 언젠가 갈수 있다는 희망 속에서 대리 만족을 하곤 한다.

지난 번 봤던 여행지는 아프리카와 인도 대륙 사이의 바다, 인도양에 유유히 떠 있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 마다가스카르였다. 거대한 섬이기에 바다를 보려면 가장 가까운 동쪽 바다까지 자동차로 9시간이 넘게 걸리는 큰 대륙과 같은 섬이다. 실제로 가본 사람이 많지 않지만 그 이름만은 의외로 낯설지 않은 이유는 이곳이 바로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와 보아뱀의 고장이며,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남한의 6배 크기의 면적의 마다가스카르에는 18개에 이르는 다양한 부족 약 2,000만 명이 살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레이와 인도네시아계 혼혈종족으로 외모 또한 아시아인에서 아프리카인까지 다양하다. 그 이유는 2000년 전 인도네시아인들이 배를 타고 건너와 살기 시작한 뒤 아랍의 상인들과 아프리카의 노예, 유럽의 제국주의가 밀려온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1896년부터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아서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말라가시어라고 부르는 종족 언어가 따로 있으며 1960년에 독립하여 마다가스카르 공화국(Republic of Madagascar)이 되었다. 마다가스카르는 80%의 국민이 농사를 짓는 농업 국가로, 국토의 많은 부분이 논이며, 아프리카 사람들이 우리처럼 하루 세끼 흰쌀밥을 먹는다.

마다가스카르의 최대 볼거리로 꼽히는 바오밥나무 군락지와 칭기국립공원의 입구 역할을 하는 모론다바는 ‘긴 해안’이라는 뜻으로 바닷가에 있다. 황량한 초지에 뿌리가 위로 가 있는 것 같고 가까이서는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거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바오밥나무는 20m까지 자랄 정도로 매우 크고, 뿌리도 깊게 내리는 나무이다. 전 세계의 생물 20만종 중 75%는 마다가스카르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바오밥나무도 전체 9종중에 6종이 이 나라에 있다. 현지인들은 바오밥나무가 2,000년 최대 5,000년까지 산다고들 이야기 하지만 실제 이렇게 오래 살아있는 바오밥나무는 아직 찾지 못했다. 나이테도 희미한데다, 오래될수록 속이 비어져 정확한 나이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은 기억이 남을 만큼 기록적인 폭염을 우리는 경험했다. 아무리 극심한 무더위도 결국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역시 지나갔지만 또다시 반복되고, 반복될 때마다 더 심해질 거라고 한다. 단순히 사람이 살아가는데 더워서 힘든 것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바오밥나무 뿌리는 펌프처럼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수분을 끌어와 최대 10만 리터까지 몸에 저장하면서, 가뭄에 단비처럼 필요로 하는 동물들에게 물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 지역의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나무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식물’ 2018년 6월에 실린 논문의 내용을 보면 척박한 땅에서 가장 오랫동안 크고 강인하게 견뎌낸 바오밥나무들이 아프리카 각지에서 죽어가거나 돌연사 하고 있는데,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2080년에는 서식지가 무려 70%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것이 지구 온난화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우리가 멸종돼가는 동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생태계의 고리가 어느 부위에서 파괴되면 이것은 자연 전체의 균형과 조화가 파괴되면서 결국 인류의 재앙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린 왕자’에서 “바오밥나무는 자칫 늦게 손을 쓰면 소혹성 B612를 온통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다. 뿌리로 별에 구멍을 뚫고 게다가 별이 너무 작은데 바오밥나무가 너무 많으면 별이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만다”며 별을 휘감고 있는 바오밥나무의 삽화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현실은 바오밥나무가 지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바오밥나무를 파괴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11월 7일(결선투표는 12월 19일)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대해 최근 걱정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국민 1인당 총소득은 479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하위 5개 그룹에 속한다. 인구의 70%가 하루에 1달러 90센트 이하로 생활하는 극빈층이다. 국민들을 위한다고 실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물들마다 예외 없이 비리나 부정부패, 경제 실정 등이 문제가 돼 권좌에서 쫓겨났고, 그 때마다 정권 수호 세력과 반대 세력의 갈등으로 수백 명이 숨지는 유혈사태까지 벌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는 전 현직 대통령들이 총출동하여 그들만의 복수혈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이 아름다운 이유는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이며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어린 왕자’는 말한다. 다른 행성같은 풍경. 오래된 황토집과 시간을 잊고 사는 사람들. 세월이 빚어낸 대자연, 바람의 속도로 달리는 돛배. 천사 같은 아이들이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해맑은 미소와 순수함을 잃지 않는 마다가스카르. 우리가 오래 전 잃어버린 ‘꿈’같은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오늘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바오밥나무, 푸른 바다,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와 우물을 찾으려 마다가스카르를 가길 기대하기 때문에.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충주 교수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정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