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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씀

기고

안녕하십니까? 제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관여하던 어느 날 스포츠 의학의 선구자인 고 하권익 박사가, 은퇴란 re-tire 즉 ‘타이어를 바꾸어 끼고 다시 달리라’는 뜻이라는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사실은 몇 개월 전 나에게서 들은 것을 깜빡 잊고 되돌려준 말이었습니다.

1998년 서정훈 교수 은퇴식에서 이카시카 미우라 선생이, “Welcome to Retired Club!”하면서 쓴 말이었습니다. 나는 그저 픽 웃고 우리말에 “감발을 고쳐 맨다”라는 좋은 말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원행(遠行)을 할 때 백리 쯤 마다 짚신을 조이는 감발을 단단히 고쳐 묶었다고 합니다. 이 역시 이문열씨가 글에서 사용한 말로, 개화기의 어느 시에 나온다고 했습니다.

고 민관식 장관은 고령화시대를 내다보고, 오늘날 자주 쓰이는 ‘9988234’라는 말을 썼습니다. 저에게 금연(禁煙) 내기를 제안하며 들려준 말입니다. “99세까지 88하게 살고 2~3일 앓다가 4(死)하라”는 당시로는 귀한 덕담인데, 정작 본인은 88세가 천수이셨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생각(思考)은 주위에서 듣고 보며 자랍니다.

견문(見聞)이지요. 어디에서 읽고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대부분 잊어버릴지라도, 그릇이 꽉 차면 더 들어갈 곳이 없으니, 적당히 머리를 비우고 건강도 지키려는 두뇌(頭腦)의 생존전략입니다.

다채로운 취미와 다양한 활동으로 인생을 폭 넓고 여유롭게 사시는 분들도 많지만, 천직·전문직에 평생 매달리다 보면, 많은 부분 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삽니다.

오래전부터, 아직은 내 눈으로 읽고 내 귀로 들으며 내 발로 걸을 수 있을 동안, 프로스트가 말한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보고 싶던 생각을 실천에 옮겨, 개업의 길을 접었습니다. 제가 택한 길은 천수를 다 할 때까지 순직(?)하지 못한 ‘중도포기’가 아닙니다. 일할 만큼 했으니 지쳐서 인생반전을 해보자는 ‘갈아타기’도 아닙니다. 가고 싶어도 못 가던 길을 걷고 싶었을 뿐이며, 그 일이 집착이나 미련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가능함을 깨달았을 뿐입니다. 따라서 생업으로서 개업의 문을 닫았을 뿐, 앞으로도 비개원의로서 치과계를 위한 치과의사를 위한 국민 구강보건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미력이나마 계속 동참하겠습니다. 따라서 저에게 이 자리는 이별의 장이 아니고, 그저 ‘연락처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것뿐인데, 전국에서 외국에서 치과의사들이 참석한 귀한 국제학술의 장에서, 이같이 과분한 은퇴의 세리머니로 방점을 찍어주신 조수영 지부장님, 김철수 협회장님 그리고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안녕!”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가업을 이어 ‘대전 임치과’의 간판을 85년간 지키며 환자를 돌보고, 협회 회무에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면서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을 창설하고, 대전광역시의 여러 사회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신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마무리까지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평생 치과계에서 얻은 사랑과 경험의 자산을 에너지 삼아, 인생 후반부를 의미 있게 장식할 수 있도록 감발을 고쳐 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철중 치협 전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