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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갈라바, 미얀마-산 속 마을에서 꽃을 받은 날

女行女樂(여행여락)


고요한 인레 호수 인근 마을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외국인을 볼 수 있는 관광지를 벗어난지 한참이 지난 터라 바쁘게 다닐 일도 없어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매일 친절한 미소와 소박한 음식으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식당이 있었다.

어느 날 식당 주인이 약간은 들뜬 미소로 내게 제안했다. 양곤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이 집에 왔는데, 그 아이는 영어를 매우 잘하니 너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식당주인의 아들이자 양곤 대학생은 그 청년은 어머니의 말처럼 영어를 매우(!!) 잘하지는 못했지만, 다음날 가까운 소수민족 마을 둘러보는 동안 나의 일일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맑고 따뜻한 햇빛 아래 조용하고 작은 마을들을 걸었다. 작은 집들 앞 마당에는 제철을 맞은 파파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청년의 어릴 적 모습을 기억하는 마을 아주머니는 마당에 열린 파파야를 따서 큰 칼로 서걱서걱 썰어 내주었다. 가이드가 되기엔 수줍음이 많은 청년과 말 없이 마을 길을  걷다 보니 작은 학교가 보였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아이들은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학교를 나서고 있었다.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은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외국인 여성의 존재가 신기한지 주변을 서성댔지만 쉽게 다가오지는 못했다.

그러다 한 아이가 용기를 내어 내 앞에 다가와 작은 꽃 한송이를 내밀었다. 따나카 를 바른, 까만 눈이 반짝이던 소수민족 아이에게 꽃을 받은 날, 나의 미얀마 여행에서 가장 반짝반짝 하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아시아의 마지막 보석, 미얀마
아시아의 매력에 푹 빠져 시간만 나면 태국과 주변국들을 드나들었던 나에게도 미얀마는 낯선 곳이었다. 태국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을 수 없는 유일한 나라이고, 군사정부의 통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해 선뜻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태국에서 만난 배낭 외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미얀마가 그렇게 아름답고 좋더라” 라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떠돌았고, 언젠가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마침내 퇴사 전 긴 겨울휴가를 보내기 위해 미얀마에 도착했을 때, 마치 해외여행을 처음 떠나는 사람마냥 설래였던 것 같다. 그리고 미얀마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는 순간, 낯익은 예감이 들었다. 오랫동안 이 나라를 그리워할 것 같다는, 그리고 언젠가 다시 찾아오리라는,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나라이지만 반세기 동안 외부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땅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덕분에 원시적인 자연의 신비로운 풍광과 수천년을 이어온 불탑들, 순박한 사람들의 미소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미얀마는 ‘아시아의 마지막 보석’이라는 말 그대로 가공되지 않은 원석같은 곳이다.

미얀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바간, 광활한 평야에 수 천개의 파고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으며, 여행자를 실은 마차들이 파고다 사이를 지나다녔다. 많은 여행자들이 해질 무렵 석양이 평야를 붉게 물들이며 탑과 어우러지는 일몰 장면을 보기 위해 파고다 위로 올라가고, 아름다운 일몰 장면에 취해 쉽사리 내려가지 못했다. 특히 서서히 밝아오는 동녁 하늘 아래 아침 안개에 쌓여 있던 수천의 탑들을 그 자태를 드러낼 때는 지상이 아닌 천상의 어딘가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해발 875m고원에 자리한 인레 호수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호수 위에 집을 짓고, 호수 위에서 농사를 지으며 호수와 더불어 살아가는 소수 민족을 만날 수 있다. 호수 위에서 재배한 토마토로 만든 샐러드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경이로운 맛이었다.



버마, 미얀마? 두 가지 이름에 담긴 사연
‘버마’와 ‘미얀마’, 이 나라를 부르는 두 가지 이름이 있다. 1989년 6월 18일 이 나리의 국호는 공식적으로 ‘버마’에서 ‘미얀마’로 변경되었다. ‘버마’라는 말에는 이 나라 대다수 종족인 ‘버마족’을 지칭하는 의미가 포함되기 때문에, 당시의 군사정부는 국가의 결속을 다진다는 이유로 국호를 바꿔버렸다. 하지만 외국과 인권단체는 국호가 바뀐 이후에도 상당히 오랫동안 ‘버마’라는 이름을 고수했다. ‘버마’와 ‘미얀마’는 단순한 호칭 문제를 넘어 무력적인 군사정권을 인정하느냐 부정하느냐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유엔(UN)은 국가 이름은 그 나라가 선택한 것으로 불러야 한다는 원칙을 들어 ‘미얀마’를 공식국호로 채택했다.

2011년 민간정부가 들어서면서 외신들과 많은 나라들에서도 자연스럽게 미얀마로 표기하고 있는 추세이다. 미얀마인들도 버마와 미얀마를 혼용해서 사용하며, 버마와 미얀마가 다르지 않고 같은 뜻, 같은 단어의 다른 어법이라고 여긴다. 보통 버마는 구어체로, 미얀마는 문어체로 흔히 사용한다. 여행자들에게 이 나라의 국호는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현재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공식적인 국가 이름은 미얀마연방공화국(The Republic of the Union of Myanmar)이다.





■여행여락의 미얀마 여행
일정
·2019년 1월 30일 ~ 2월 6일(7박 8일)) 

여정
·양곤-바간-만달레이-바간-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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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윤 여행여락 운영자 &여행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