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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가 머무는 길, 달마산 둘레길

우리나라 걷기여행 –해남 달마고도

   
남쪽의 금강산이라는 별칭이 잘 어울리는 해남 달마산, 산세의 수려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미황사라는 아름다운 사찰이 함께하여 평소에도 찾는 발걸음이 많다. 이곳에 1년 전쯤 ‘달마고도’라는 그럴듯한 걷기여행길이 개통됐다. 사실 그럴듯한 정도가 아니라 정말 잘 생기고 어여쁜 길이다.

좋은 길 정보에 촉각을 세운 걷기동호인들은 벌써 17.5km에 달하는 달마고도를 섭렵했고, 지금은 일반 관광객들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달마산 중턱을 한 바퀴 돌아 걷는 이 길을 모두 걸어도 좋겠지만 미황사 주변만 다녀와도 먼 걸음한 값은 톡톡히 받는다.



사람의 길, 사람 손으로 만들다

달마고도는 오가는 사람이 교행하려면 슬쩍 옆으로 비껴서야할 정도로 조붓하다. 그래서 걷는 맛이 어느 길 보다 좋다는 찬사를 받는다. 사람들은 넓고 빠른 길을 원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넓은 길은 보통 일을 하러가거나 어떤 목적을 위해 빠르게 이동하는 길이다. 하지만 여기에 소개하는 길은 느리게 걸으며 쉬기 위한 길이다. 그래서 좁고 우둘투둘한 흙길로 이어진 이 길이 제격이다.

달마고도가 감칠맛 도는 길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이 걷는 길은 사람 손으로 만들어야 좋다’는 간단한 원칙을 지켜낸 덕분이다. 굴삭기가 길을 넓히고 쇠기둥을 박아 나무데크를 놓는 기계시공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에서는 사람 손으로 길을 낸다는 원칙을 감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행이 이 길을 처음 제안한 미황사 금강스님은 달마산 순례길이 사람 손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지길 원했고, 이 길의 노선설계와 시공감리를 맡은 ㈜하늘그린의 권경익 대표도 같은 철학을 갖고 있었다. 금강스님과 권 대표의 만남으로 인력시공 원칙이 끈질기게 고수될 수 있었고, 결국 우리나라 걷기여행길의 모범이라 할만한 이 길이 생겼다.

길을 잇기 위해 매일 40~50명의 인부들이 10개월 이상 달마산에 머물며 구슬땀을 흘렸다. 길 주변에서 채취한 돌로 석축을 쌓고, 또 다시 돌을 주워 땅에 묻어 경사면에서 흘러내리는 흙을 잡았다. 굴삭기 같은 중장비는 일절 사용 않고 곡괭이, 삽, 호미만으로 길을 닦아낸 것이다. 이곳에 사람향기가 나는 까닭은 이러한 노력과 집념의 산물이다. 



완도, 진도, 보길도와 함께 걷는 길!

달마고도는 중간에 매점도 식당도 없다. 그래서 길 출발점이자 회귀점인 미황사 달마선다원에서 연잎밥 도시락을 미리 예약해서 배낭에 담아가는 게 좋다(공양주 손맛 덕분인지 달마선다원의 음식들은 모두 맛나다.). 길을 시계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면 길 초입부터 사계절 푸른 잎을 반짝이는 사스레피나무와 동백나무, 그리고 삼나무, 편백나무가 숲길을 연다. 

숲이 헐거워져 바다 쪽으로 시야가 터지면 섬들이 수북이 쌓인 다도해 경관이 두 눈 가득 담긴다. 가장 먼저 바다 건너 완도의 상왕봉이 커다란 몸짓으로 인사를 건네고 뒤이어 보길도와 진도 순으로 크고 작은 섬들이 버무려진다.

달마고도는 산 능선에서 쏟아져 내린 바위들이 경사면을 뒤덮은 너덜지대 여러 곳을 지난다. 걷기 불편할 수 있지만 너덜지대 돌들을 요리조리 돌리고 작은 돌로 메워서 걷기에 편하도록 세심하게 정리했다. 이런 곳은 그늘이 없는 대신 뻥 뚫린 시야가 보상되어 특별한 묘미를 준다.

이 길을 전부 걷는 데는 7시간 정도 걸린다. 필자가 이 길을 다 걷고 조금 노곤한 상태로 미황사 대웅보전을 바라보니 활짝 열린 앞문으로 얼비치는 부처님이 인자하게 웃으며 ‘이제 뭔가 좀 알 것 같으냐?’며 묻는 듯 했다.



: 걷기여행 TIP

숲길 17.5km는 걷기여행을 평소 즐기는 이들도 하루에 걸어내기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경등산 정도가 괜찮다면 도솔암~미황사 구간을 선택해서 걸어도 좋고, 미황사에서 달마고도를 시간 되는 만큼 걷다가 갔던 길을 거꾸로 되짚어 오는 방법도 추천할만하다.



윤문기

걷기여행가, 발견이의 도보여행
 ‘MyWalking.co.kr’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