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방사능 비 내리는 날은 비키니 입고 돌아다닌 후 막걸리로 기분전환을!

Relay Essay 제2320번째

<On the day of radioactive rain, how about going around wearing a bikini and then refresh your mind by drinking Makgeoli!>

옛날 고등학교 때 물리나 화학 시간에 방사능에 대해 배우기 훨씬 전인 국민학교 다닐 때 이미 퀴리 부인의 위인전을 읽었기 때문에 어렴풋이 방사능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 시험 보느라 딸딸 거리며 전자구조니 양성자니 하는 용어를 외우며 배웠고, 대학가서는 방사선학 시간에 예쁜 여교수의 숨소리를 들어가며 원서로 방사능학을 공부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의 영향이 한국에도 미칠 수 있다고 하고, 원전발전소의 당사자인 일본 도쿄전력은 뾰족한 대책이 없어 지금도 고농도 방사능 물질을 바다로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무대책이 유일한 대책인 듯하다. 상사의 명령이라면 목숨마저 내걸고 싸우던 사무라이 정신은 다 어디가고, 한국처럼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윗사람들의 눈치만 보며 대책회의만 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 물질이 해류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직간접으로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이야기이다. 방사능 오염은 내가 조심한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다. 튼튼한 두 명의 사내아이로 대를 이을 씨를 이미 받아두었느니 조상님께 할 도리도 다 해 두었다는 위안은 삼을 수 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을 먹고 몸에 축적되어 죽는다 한들 100세 쯤 될 터이니 나로서는 신경 끄고 살면 그만인데 이 땅을 지키며 살아야 할 후손들이 걱정이다.

원자를 구성하고 있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그 입자가 방사선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고 하여 이런 물질을 “방사능물질”이라고 한다.

폴란드에서 프랑스의 소르본느 대학으로 유학 온 퀴리부인은 라듐을 이용하여 방사성 동위원소의 원자핵으로 부터 방사능이 방출된다는 것을 밝혀낸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된 사실이 신문에 게재되던 날 그녀가 살던 아파트에선 그녀가 정부 고위 공직자와 눈이 맞아 그 남자의 가정을 파탄시켰다고 하여 주민들이 이런 여자와 같은 아파트에서 살 수 없다고 데모하여 내 쫓았다.

후에 퀴리부인 역시 시름시름 앓았는데 상사병은 아니었고, 방사능이 위험물질인 것을 전혀 몰랐던 그 시절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실험에 몰두하다가 방사선에 피폭되었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말에 치여 죽은 것이 그 당시에는 교통사고에 속했다. 그냥 두었더라도 방사능 과다노출로 인한 백혈병으로 죽었을 것이다.

후에 독일의 뢴트겐은 X-선이 원자핵이 아니라 원자핵 밖에 있는 주변 전자로부터 나오며 물질을 투과하는 성질이 있음을 발견하여 병의 진단과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체를 투과하는 질량을 가진 물체인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몰라 X-ray라고 명명했다. 최초의 방사선 사진은 그 아내의 결혼반지 낀 손가락 이었다. 그 역시 방사선의 위험성을 전혀 몰라 온 몸이 방사선에 피폭되어 조직이 괴사되면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미국은 맨해튼 계획의 일환으로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Los Alamos)의 원자폭탄연구소에서 원자탄을 개발하게 되었다. 때마침 일본을 한방에 무너뜨릴 무시무시한 무기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1945년 7월 16일 뉴멕시코 주 남부 앨러머고도(Alamagordo) 근처 호르나다 델 무에르토 사막(Jornada del Muerto Desert)에서 트리니티(Trinity)의 시험 폭파를 거쳐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우라늄 235 폭탄을, 9일은 나가사키에 암호명 Fat Man인 플루토늄 239 폭탄이 투하됨으로써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하게 되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일본이 최강 주력 부대인 해군의 조병창이 있던 곳이다.

서태평양 미크로네시아 마셜제도 랄리크 열도에 비키니(Bikini)라는 섬이 있다. 20C 초반 일본군에 점령되어 전략의 요충지로 이용되다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항복하자 미국에 귀속되었다.

인류평화를 위해 핵 실험을 해야 한다는 미국의 명분으로 원폭실험장으로 변했다. 원래 바다 거북이가 산란하던 섬이었는데 산란기 때 모래밭에 알을 낳으러 왔다가 방사능에 오염되어 모두 죽어 버려 생물체가 살지 못하는 죽음의 섬이 되었다.

황폐화된 비키니 섬을 기억하기 위해 프랑스의 디자이너가 위, 아래가 따로 달린 여자 수영복을 개발하였다. 외설스럽다하여 남자의 생식기 같은 모습을 한 피아노의 다리에도 신발을 신기던 시절이었다. 여자의 정장 성분 중 스타킹만 빠진 “팬티”와 “브래지어”로만 이루어진 혁신적인 수영복이었다.

미군이 사막에서 원자탄 폭파 시험을 하는 장면을 다큐멘터리로 본 적이 있는데 폭파시험에 동원된 군인들이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군복만 입은 채 먼발치서 폭파 장면을 쳐다보며 박수치며 환호를 하고 있다. 그 사람들 전부 원폭 피해자가 되어 일생 불구로 살았다.

일본의 교토대학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는 중간자의 존재를 확인하여 일본인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교토대학에 근무하면서 연구에 싫증이 나거나 진전이 없으면 친구들과 자주 술집에 들러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 후로 철의 장막에 가려졌던 소련도 원자폭탄을 보유하고 있음이 발표되었고, 뒤질세라 영국도 몬터벨로 군도에서 원폭 실험에 성공하였고, 이어서 프랑스 역시 사하라사막에서 실험에 성공하였으며, 뒤이어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심지어는 북한에서도 원자폭탄을 보유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툭하면 남한을 원자탄으로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한다. 양아치들이 상대방 겁주려고 자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미국, 프랑스 같은 고도의 원전기술을 확보한 나라들은 이미 옛날에 원폭실험을 했기 때문데 방사능에 관한 많은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이 이제는 바다에서 원폭 실험을 하지 못하는 조약을 맺었다. 아직도 중국은 고비사막에서 북한은 지하갱도를 파서 원자핵 실험을 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의 생태계는 구미 선진국, 최근엔 중국의 핵실험으로 오염되어 있다.

편서풍을 따라 봄이면 방사능에 오염된 것이 확실한 고비사막의 먼지가 한반도를 뒤덮고 이틀 뒤면 일본 열도를 뒤덮고 열흘 정도면 미국 본토에 까지 도달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생긴 방사능 낙진이 한국에 도달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양은 미미할 것으로 믿는다. 오늘 같이 비 오는 날 비 맞으면 방사능에 오염되어 건강 해칠까 걱정하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일 것이다.

중학생이었던 1970년 이맘 때 쯤 인가 보다. 중간고사 끝난 후 삼선교에 있던 극장으로 단체관람을 갔는데 그 영화 제목이 “애수의 크리스마스(Sad Christmas)”이었다. 영어를 간신히 읽을 줄 알고 뜻을 몰랐던 때라 그 때 처음 sad라는 단어가 슬프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았고, “Sad Movie”라는 팝송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진정한 “Oh, oh, oh! Sad Movie”이었다. 가진 게 돈 밖에 없는 미국의 재벌 부자가 휴가를 이용해서 비키니 섬으로 휴가를 갔다. 비키니 섬에서 원폭 실험하는 줄 모르고 아빠와 아들이 배를 띄우고 낚시를 하는데 원폭이 터지는 순간 아빠는 물고기를 잡으러 잠수 중이었고, 선상에서 아들이 원폭이 터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 후로 아들이 백혈병에 걸려 신음하면서 죽는 과정을 그린 영화였다. 아빠의 헌신적인 간호와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죽는다. 그 날이 크리스마스이브이었다.

비 오는 날, 쓸데없이 방사능 걱정 말고, 비 맞아야 할 상황이면 그냥 비 맞고, 파전에 막걸리나 한 잔 하고 알딸딸해서 집에 가는 것이 건강에 더 좋을 수도 있다.

유호성 수원 웅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