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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무기록과 관련한 판례 몇 가지

스펙트럼

지난 글(본지 2650호)에서 전자차트와 관련하여 많이 받는 질문을 적었더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얼마 전 치과의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면, 보건소 직원이 점검을 나왔다가 아직도 전자차트 안 쓰고 종이차트 쓰냐고 했다는 얘기도 있었고 해서, 이번 글에서는 전자의무기록과 관련한 판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전자차트에는 꼭 공인전자서명을 해야 하나요?

“의료인이 전자문서로 진료에 관한 기록을 작성하면서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을 하지 않은 경우, 이 기록은 의료법에서 규정한 진료기록부 등을 갈음할 수 있는 적법한 전자의무기록으로 볼 수 없음”(서울행정법원 2014 구합 64865)

=> 전자차트를 이용해 전자의무기록을 작성하는 경우, 의료법 제23조에 의해 반드시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을 해야 합니다. 이 판결로 전자의무기록에 전자서명을 하지 않은 해당 의사는 15일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 판결에서는 의료법의 전자의무기록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자서명법에 따른 공인전자서명을 시행해야만 한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법제처의 행정해석에서는 이 판결과는 조금 다르게, 전자의무기록에 하는 전자서명은 공인전자서명이 아닌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도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 놓았습니다.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전자서명법 제2조 2항)은 “서명자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서명자가 당해 전자문서에 서명 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인전자서명(전자서명법 제2조 3항)은 여기에 전자문서 및 서명에 대한 변경여부 확인 및 본인확인 등이 강화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일반 전자서명도 서명자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의료법 시행규칙 제16조의 전자서명 후 기록의 변경여부 확인이 공인전자서명의 요건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해석을 내 놓았는데, 현실적으로 본인인증에 따른 비용 문제 및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서명방식을 사용할 경우 합법적인 서명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로 인해 모든 전자차트 회사에서 공인전자서명이 이용되고 있습니다.(단, 인터넷 뱅킹용 무료 인증서를 진료기록 전자서명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공인전자서명과는 별개의 문제로 전자서명법 제15조 4항에 발급자가 정한 용도로만 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전자의무기록을 나중에 수정한 경우, 진료기록 위변조에 해당하나요?

“의료인은 의무기록 작성권자로서 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기재를 위하여 사후에 자신이 작성한 의무기록을 가필, 정장할 권한이 있고, 전자의무기록을 작성한 당해 의료인이 그 전자의무기록에 기록된 의료내용 중 일부를 추가 수정하였다 하더라도 변조행위가 아님”(대법원 2011도 9538)

=> 대법원까지 갔던 사례인데, 계단에서 떨어져 두부 열상을 입은 환자가 내원하여 열상 봉합을 시행 후 귀가조치 하였는데, 집으로 돌아간 환자가 그날 밤에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환자가 사망한 것을 알고 난 의사가 환자 사망 이후에 “뇌출혈 가능성에 따른 증상 및 대응법을 고지”한 것으로 이전에 작성하였던 진료기록을 수정한 후 해당 기록에 처음으로 전자서명을 시행 하였고, 검찰에서는 진료기록 위,변조로 해당 의사를 기소 하였습니다.

그러나, 전자의무기록의 경우,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전자서명이 있어야만 적법한 진료기록이므로, 전자서명 되지 않은 진료기록을 수정, 삭제하는 것은 진료기록 위,변조가 아니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그리고, 전자서명을 시행한 진료기록이더라도 수정이 필요한 경우 해당 기록을 수정한 후 다시 전자서명을 시행하면 됩니다.(지난 9월 28일 시행된 개정 의료법에 따라 수정 전후의 전자서명 당시 기록은 모두 보관 됩니다.)

■ 진료기록 사본 발급 시 원본 진료기록의 일부 내용 누락

“의료법 제22조 제3항에서 거짓작성을 금하는 진료기록부 등에는 ‘원본’만 해당되고 ‘사본’은 포함되지 않는다. 수술기록지 사본을 사실과 다르게 수정해 발급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 수정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7도 2239)

=> 환자가 진료기록 사본을 요구했을 때, 의사가 일부 진료내용을 누락(2가지 수술을 시행 하였는데, 1가지 수술만 시행한 것으로...)하고 사본을 발급해 주었는데, 검찰에서는 이를 진료기록 위,변조로 판단하여 기소한 사건입니다.

환자나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러운 판결이기도 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진료기록 사본 발급 시 원본을 수정,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해 일부 내용을 누락할 수도 있다는 판결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이차트를 사용하시는 경우 일부 내용을 빼고 사본을 발급하는 것이 불가능 하겠지만, 전자차트의 경우는 원본을 훼손하지 않아도 제한적으로 가능한 부분입니다.

이 판결에 따라 보험회사 제출용 진료기록 사본 발급 시 진료기록 원본을 수정, 훼손하지 않는 한, 환자의 민감정보(주민등록번호, 질병코드 또는 질병명)를 제외하고 사본을 발급해도 무방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단, 이 경우 진료기록 사본에 “원본대조필” 도장은 찍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렇지만, 질병코드 또는 질병명은 의료법 시행규칙 제14조, 진료기록부에 기재해야 할 사항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 더 많은 사례와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자의무기록과 관련한 판례 몇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전자차트를 사용하려면 뭔가 엄청난 장비들을 도입해야 하는 것일까요?

의료법 시행규칙 제16조에 전자의무기록을 관리,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나와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하나하나 따져보면 진료기록에 전자서명을 해야 한다는 것과 주기적인 백업의무 외의 다른 것들은 모두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전자차트를 쓰지 않고 종이차트 + 청구 프로그램만 사용하셔도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지켜야 할 것들입니다. 주기적인 백업도 청구 프로그램만 사용하셔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구요. 따라서, 종이차트를 쓰다가 전자차트로 바꿀 경우, 지금보다 더 해야 할 것은 진료기록에 전자서명을 시행하는 것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