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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란 ‘선함’이 아니다

“윤리란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기준, 국가·직역 따라 다를 수 있어”
치의 출신 의료윤리학자 김준혁 작가

“윤리라는 것은 선한 인성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사회적으로 토론하고 이에 따르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죠. 윤리의 개념부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치과의료윤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치과계. 가까운 곳에 이 문제에 천착하고 있는 치과의사이자 의료윤리학자 김준혁 작가(연세치대 08졸)가 있었다.

김준혁 작가는 연세치대병원에서 소아치과 수련과 군의관을 마친 후 부산대에서 의료인문학 박사수료, 펜실베니아대에서 의료윤리 석사학위를 받은 의료윤리학자다. 이번학기 모교에서 본과 3학년을 대상으로 ‘치과의료윤리학’을 강의했으며, 다음 학기에는 대학원생 대상 ‘치과의사와 정의’ 강의를 준비 중이다.

또 최근에는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칼럼 ‘김준혁의 의학과 서사’에 실렸던 글들을 보완해 묶은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문학동네)’를 펴냈다.

김준혁 작가는 “우리는 윤리와 도덕, 인도주의 세 가지 개념을 혼동하곤 한다. 이에 대한 구분에서 시작해 윤리의 개념을 이해하고, 우리 치과계의 문제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착하고 선한 가치관은 윤리가 아니다. 이는 인도주의,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개인의 착한 성향에 가깝다. 또 도덕도 사회가 개인에 요구하는 규범의 집합이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윤리란 가치의 차이 때문에 부딪치는 문제를 어떻게 결정하고 해결해 갈지 기준을 정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같은 상황을 놓고도 국가나 사회, 직역에 따라 윤리가 다를 수 있다.

김 작가는 “이 같은 윤리의 개념에 따라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업체 관계자 등 각각의 윤리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어떻게 조율해 갈지에 대해 논의하고 고민해야 한다”며 “치과계 문제의 경우 결국 돈과 관련된 문제가 많은데, 이에 대해 윤리적 기준을 세워 해결해야 할 부분, 법이나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 또 환자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 등을 나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예를 들어 외국의 경우 환자와 업체 간 원격의료가 곧바로 이뤄지는 부분을 인정하거나, 환자의 정기적인 구강관리 정도에 따라 치과진료 보험금 지급에 차등을 두는 것, 또 소비자에게 설탕세나 주세를 부여하는 등 환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관리에 책임을 부여하는 윤리관을 갖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처럼 우리도 우리 현실을 고려한 여러 윤리적 기준들을 논의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연재 칼럼집에 평소 생각 담아

김준혁 작가는 이처럼 철학적이고 어려운 공부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을까. 김 작가는 “학생시절, 그리고 수련의 때 ‘그냥 이대로 내가 배운 대로만, 질문하지 않고 행하며 살면 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 철학서를 탐독하기 시작했고, 결국 의료윤리, 인문학에 빠져들게 됐다”며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얘기하는 것도 어떤 정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의료인으로서 고민해 봐야 할 여러 상황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게 하고 답을 찾아보게 한다. 연명의료, 의료분쟁, 의료광고, 인공지능 등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이런 고민을 해 보는 것이 의사로서 매우 중요하다. 의사로서 환자를 대할 때, 또는 언젠가는 자기 스스로의 문제와 관련해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서도 이런 다양한 윤리관에 관련한 논제들을 영화나 소설 등 흥미로운 콘텐츠에 나오는 사례들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게 한다.

김 작가는 “예를 들어 영화 ‘24주’를 통해 임신중절의 문제를 태아의 생명권과 산모 신체의 자기 결정권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거다. ‘생명권이 우선이다’란 2분법적 사고보다 각자의 산모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오는 고민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라며 “앞으로 계속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과 글쓰기, 강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